거세진 반일감정, 日과 가까우면 "다쳐", 경쟁기업엔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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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진 반일감정, 日과 가까우면 "다쳐", 경쟁기업엔 "힘내라"
  • 임정빈 기자
  • 승인 2019.07.05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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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일본제품 불매 운동' 활발
일본 항공권 취소 인증 줄이어
'다이소' 'CU' 등 엉뚱한 타깃도 발생
반대로 '모나미' '신성통상' 등 국내기업 반사이익 효과

[오피니언뉴스=임정빈 기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전자 핵심소재 등 3개품목에 대해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4일부터 본격 시행에 돌입하자, 국내 반응이 심상찮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일본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업체인 유니클로 명동점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이번주 들어 매일 벌어지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 촉구 1인 시위가 5일에도 벌어졌다.

온라인에 퍼진 '일본産 불매운동'...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일본불매운동’을 검색해 봤다. 1000개 이상의 게시물이 나타났다. ‘BOYCOTT JAPAN’이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와 함께 불매해야 할 일본 기업 리스트가 있었다.  리스트에는 유니클로, 데상트부터 토요타, 캐논 등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기업들이 적혀 있었다. 제품만 놓고 보면 너무 많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예약취소 수수료 부담을 무릅쓰고 일본행 항공권 예약을 취소하고 인증하는 이들도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일본불매운동'을 검색한 화면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일본불매운동'을 독려하고 있는 게시물.

이젠 일본과 무관한 '다이소', '세븐일레븐'에도 불똥

이번 불매운동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다 보니 확실하지 않은 정보들이 퍼져 나가기도 했다. 일본 기업이 아님에도 온라인상에 떠도는 불매 기업 리스트에 포함된 다이소, 세븐일레븐 등이 대표적이다.

다이소는 아성HMP가 대주주인 국내기업이다. 일본 다이소와 이름이 같기 때문에 지난 2013년에는 독도를 다케시마로 바꾸는 운동을 지지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당시 한국 다이소는 공식입장을 통해 “한국의 다이소아성산업은 일본 다이소와 별개 기업으로, 전 직원이 한국인으로 구성돼 독자 경영하는 한국 기업”이라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역시 미국 브랜드를 롯데가 독립 계약해 운영하는 곳이다. 유통업계는 당장 매출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화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불매운동 반사이익...'모나미', '신성통상' 주가 급등

반면 반사이익 효과를 거둔 기업도 있다. 바로 모나미다. 불매운동 차원에서 일본 필기구대신 국산 모나미 제품을 사용하자는 운동이 일면서 4일 모나미의 주가는 29.88% 급등해 상한가(3325원)로 장을 마쳤다. 5일에도 6.02% 상승한 3525원에 마감했다. 

연간 4조원에 이르는 국내 필기류 시장은 일본 업체가 70% 이상을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제트스트림’ ‘하이테크’ ‘시그노’ 등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이테크의 경우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전광판을 제작하는 등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전력도 있어 불매운동 타깃으로 부상했다. 제트스트림을 만드는 미쓰비시 역시 하시마섬 탄광 운영 및 조선인을 강제 징용한 사실이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모나미는 윤동주 시인 에디션, 삼일절 100주년 한정판 등 애국 마케팅을 적극 펼친바 있어 반일감정 확산시기에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SPA브랜드 '탑텐'의 신성통상 역시 주가가 상승했다. 국내 매출 1위 SPA브랜드 유니클로가 일본 기업이기 때문이다. 신상통상의 주가는 전날 10.05% 오른데이어 5일에는 6.2% 상승, 이틀연속 오르며 1280원을 기록했다.

'반일 감정' 온라인서 오프라인으로 확산... 일본산 불매 촉구 1인 시위 열려

 

시민단체 겨레하나 소속 대학생이 일본대사관이 입주한 트윈트리타워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모습이다. 사진=겨레하나
시민단체 겨레하나 소속 대학생들은 지난 3일부터 주한 일본대사관이 입주한 서울 종로구 수송동 소재 트윈트리타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겨레하나

온라인을 달군 일본산 불매운동은 점차 거리로 확산하고 있다. 시민단체 겨레하나 소속 '대학생겨레하나'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강제 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전범기업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니클로 명동점과 도요타 용산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최계연 겨레하나 국장은 “일본이 강제 징용에 대한 사죄배상 없이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한 것은 피해자들을 볼모로 한국에 강경대응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이런 황당하고 치졸한 대응에 맞서기 위해 1인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반일감정 확산...여행·LCC업체는 '울상'

일본산 불매 운동은 여행자제 운동으로 이어져 일본 여행객 비중이 높은 여행사와 저가항공사(LCC)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5일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LCC에서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에어서울 65.98% ▲에어부산 52.25% ▲티웨이항공 50.32% ▲이스타항공 47.20% ▲진에어 39.52% ▲제주항공 38.90%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로 불붙은 반일 감정으로 인해 올해 2분기 제주항공은 108억원, 진에어는 10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주식시장에도 반영됐다. 최근 1주일간 진에어와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의 주가는 각각 5.92%, 9.80%, 4.07%씩 떨어졌다. 

박재근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불매운동, 상황 타개에 큰 도움 안돼"

지금의 반일감정 고조 상황은 문제의 발단인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에 대해 시민사회의 목소리만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 이라는 주장이 있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에 포함된 업체와 산업전반 형편을 들여다보면 이번 일본 정부의 결정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박재근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사태가 장기화되면 일본 내 규제 품목 생산 기업들도 가장 큰 고객인 한국을 잃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으로 큰 피해를 겪을 수 있다"면서 "따라서 해당 기업들의 정부에 대한 항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은 상황 타개에 악영향만 끼칠 것이 명약관화 하다"면서 "뿐만아니라 일본의 디스플레이나 전자업체의 경우 가공된 한국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제품이 필요한데 일본 정부가 이들 핵심소재 부품 수출규제를 마냥 끌고갈 수 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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