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Vs 일 '시간싸움'...일본, 반도체·OLED소재 韓 수출 규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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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Vs 일 '시간싸움'...일본, 반도체·OLED소재 韓 수출 규제 영향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7.01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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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생산용 소재 수출 규제 나서..."수출 간소화 대상 제외"
국내 업계 "정치적 사안…장기화 또는 전량 규제땐 생산 차질 우려도"
증권가, '일본의 자충수'라 평가…반도체 물량 재고 조정· 가격경쟁력 '호기'도
일본 정부는 1일 오는 4일부터 반도체 등 생산에 필수적인 일부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1일 오는 4일부터 반도체 등 생산에 필수적인 일부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일본 정부가 오는 4일부터 TV와 스마트폰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제조 과정에 필수적인 리지스트,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고 1일 공식 발표했다. 일본은 그동안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치를 취해왔으나 한국을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수출규제를 가할 방침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이번 조치에 대해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플렉시블 OLED 패널 제조에 필요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일본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에칭 가스 또한 70%를 일본이 차지 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일본에서 소재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이 지난해 10월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첫 배상 판결을 내린 지 8개월여 만에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것을 두고 일본 정부 차원의 보복으로 보인다.  

업계 "정치적 사안에 코멘트 할 수 없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등의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그럼에도 국내 반도체 업계는 "강제징용에 따른 정치적 보복 사안으로 기업 차원에서 코멘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자칫 일본발(發) 수출 규제 불똥이 옮겨 붙을까 하는 우려다. 

수출 규제가 실시되면 수입 때마다 일본 정부의 수출 허가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90일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제품 수입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적지 않은 리스크다. 자칫 일본 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은 생산차질을 맞을 수 있다. 

국내 반도체 관련업계 관계자는 "생산에 필요한 2개월치를 비축해뒀다"며 "재고 물량이 소진되는 두어 달 뒤에는 반도체 생산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제 살을 깎아먹더라도 수출을 전량 규제하려 한다면 반도체 생산이 큰 타격을 맞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일본의 규제가 실현된다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지난달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주창한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일본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반도체 등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가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주목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등 소재의 수출을 규제하기로 한 조치가 일본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빈사이익 있을수도..."2개월은 버틴다" vs "장기화하면 차질 커"

반도체 소재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는 결국 일본 정부과 국내 업계간 '시간싸움'에 들어갈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악재일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는 '호기'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 시도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단기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공급 과잉 국면에 있는 만큼, 제조사들은 이번 이슈를 계기로 과잉 재고를 소진하는 한편 규제로 인한 생산 차질을 빌미로 앞으로 일본 업체를 대상으로 가격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앞으로 국내산 소재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돼 국내 반도체 소재 업체들도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수출 제한 조치가 오히려 일본 소재 업체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일본 소재 업체는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 메모리 생산설비(CAPA) 점유율 53%에 이르는 세계 최대 소재 소비시장인데 현재 도시바나 샤프 등 일본 업체는 점유율을 늘릴 여력이 없는 만큼 결국 이번 규제 시도는 일본의 자충수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제조사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의 수혜가 기대되고 소재 업체 중 후성과 동진쎄미켐의 이익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업체는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비해 이들 규제 부품에 대해 2개월 분의 물량을 비축한 상태"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일본이) 전량 규제하면 생산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면 나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추이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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