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코드] 영화계 소문난 형제-자매 감독①…공동작업으로 '명장' 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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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코드] 영화계 소문난 형제-자매 감독①…공동작업으로 '명장' 칭호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6.2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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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지성과 인성의 시너지 효과일까
공동 감독으로 명작 필모그래피를 만들어내는 형제,자매 감독들
'어벤져스 : 엔드게임' 프로모션 당시. 맨 왼쪽 조 루소, 그 옆이 앤서니 루소. 사진=네이버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프로모션 당시. 맨 왼쪽 조 루소, 그 옆이 앤서니 루소. 사진=네이버영화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가업을 잇는 것이 아니면 형제, 자매 혹은 남매가 함께 일을 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 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해도 취향과 성격이 다르면 성인이 되면서 각자의 목표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같은 듯 다른 형제, 자매들이 각자의 삶을 살면서도 서로 이끌어주고 화합한다면 부모에게는 무척 흡족하겠지만 말이다. 오죽하면 최근 유명을 달리한 기업 총수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유언을 남겼겠는가.

간혹 물려받은 유전적 성향이 일치하는 경우 함께 일을 하기도 한다. 낯선 타인과의 협업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지성과 인성을 합해 시너지 효과를 보는 것이 더 나은 경우다.

그들이 아티스트라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지만 형제, 자매 영화 감독들의 협업은 때로 범접이 어려울 만큼 훌륭한 성과를 올리기도 한다. 같은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가는 이들도 있고 각기 다른 필모로 경쟁하다가 때로는 함께 작업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이들의 선조(?)도 형제였다. 최초로 대중 영화를 상영한 감독은 뤼미에르 형제 (Auguste and Louise Lumière)다.

 

시트콤 감독에서 '캡틴 아메리카' 감독으로…루소 형제

앤서니 루소(Anthony Russo, 1970년생)와 조 루소(Joe Russo, 1971년생).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 출신.

클리블랜드의 베네딕틴 고등학교 졸업 후 각기 다른 대학을 다니다가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에서 다시 만난다. 재학 중 각본을 쓰고 감독, 제작한 그들의 첫 작품 ‘조각들’ 은 학자금 대출과  신용카드로 제작비를 충당했다. 

‘슬램댄스 영화제’에서 이들의 작품을 눈여겨 본 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소더버그가 이들에게 감독을 제안한다. 이 영화가 소더버그와 조지 클루니가 공동제작한 ‘웰컴 투 콜린우드(2002)’다. 작품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드라마, 저예산 영화 등으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마블 영화의 대표 영화감독 루소 형제, 내한 당시 모습.사진=연합뉴스
왼쪽이 형 앤서니 루소, 오른쪽이 동생 조 루소, 내한 당시 모습.사진=연합뉴스

2003년엔 드라마 ‘못말리는 패밀리'로 에미상을 수상하며 나름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이들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의 감독을 맡으면서 지구상 가장 ‘유명한’ 형제 감독이 된다.

영화는 평론가들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 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그리고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형제감독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디테일한 캐릭터 묘사, 히어로물 중 가장 완벽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화려한 액션 씬 등은 이들이 한낱 무명 감독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국내에서도 14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끝으로 루소 형제는 마블을 떠난다고 공표했으나 디즈니의 20세기 폭스사  인수후 계속 작업할 의향을 비쳤다.

현재 루소형제는 넷플릭스와 손잡고 ‘매직: 더 개더링’ 애니메이션 TV 시리즈를 제작중이다. 

 

사회성 짙은 영화로 황금종려상 수상…다르덴 형제

장 피에르 다르덴(Jean-Pierre Dardenne, 1951년생)과 뤼크 다르덴(Luc Dardenne, 1954년생)은 벨기에 태생에 프랑스와 벨기에서 활동 중인 형제 감독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서사적 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약속'으로 주목을 받게 됐으며, 주로 무명 배우를 캐스팅하고 카메라를 직접 손으로 들고 찍는 핸드헬드 기법, 롱테이크 촬영 등이 특징이다. 

 

왼쪽 동생 뤼크 다르덴, 오른쪽 형 장 피에르 다르덴, 2014년 칸 영화제 당시. 사진=위키피디아
왼쪽 동생 뤼크 다르덴, 오른쪽 형 장 피에르 다르덴, 2014년 칸 영화제 당시. 사진=위키피디아

‘로제타’, ‘더 차일드’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는 등 칸이 사랑하는 감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로제타 (1999)'는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와 함께 살며 '일자리 구하기, 친구 만들기, 엄마와 행복하기'를 꿈꾸는 10대 소녀 로제타의 이야기다. 이 영화 개봉 후 실제로 벨기에에서 '로제타 플랜'이 실시됐는데 이는 저학력 청년층에 일자리와 훈련의 기회를 주기 위해 실시된 청년 실업 대책이다. 영화가 세상의 인식을 바꾼 것이다.

2014년 개봉된 '내일을 위한 시간' 은 불공정과 부당함에 대항하는 여인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동료를 구하느냐, 보너스를 받느냐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동료들을 설득하는 마리옹 꼬따아르의 연기가 돋보였다.


SF 감독의 거장…파란만장 워쇼스키 자매

라나 워쇼스키(Lana Wachowski, 1965년생)와 릴리 워쇼스키(Lilly Wachowski, 1967년생). 일리노이 주 시카고 출신으로 폴란드 계로 알려져있다.

이들은 SF 액션물의 정석 '매트릭스' 감독 당시엔 워쇼스키 형제였다.

대학 자퇴후 건축일을 하며 각본을 쓰던 이들은 영화 '어쌔신'의 각본이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면서 데뷔, 1999년 SF계의 신기원을 이룬 판타지 대작 '매트릭스'를 감독한다.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액션 씬, 현실과 가상 세계의 충돌 등 지금도 SF 액션물의 고전으로 불릴 정도.

 

라나와 릴리로 개명한 워쇼스키 자매.사진=연합뉴스와 릴리 워쇼스키 트위터
라나와 릴리로 개명한 워쇼스키 자매. 사진=연합뉴스와 릴리 워쇼스키 트위터

그러나 가수로치면 '원 히트 원더 (one-hit wonder, 대중 음악에서 한 개의 곡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 일까.

그 후 이들이 감독 혹은 제작한 작품들은 아쉽게도 ‘매트릭스’ 이후 만족할 만한 흥행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스피드 레이서 (2008)', '클라우드 아틀라스(2012)' 등은 파격적인 설정, 미학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는 실패한 듯 보인다.

2012년 형 래리 워쇼스키가 먼저 성전환 수술 후 라나로 개명했고, 앤디 역시 2016년 수술 후 릴리로 개명했다. 배두나와 이기찬이 출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 8’ 역시 시즌 2로 종영. 차기작 미정.

 

◆미장센의 대가…코엔 형제

조엘 데이비드 코엔(Joel David Coen, 1954년생)과 에단 제시 코엔(Ethan Jesse Coen, 1957년생).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출신으로 예술성 있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온 형제다. 

상복도 많고 평단의 찬사를 꾸준히 받고 있다.

뉴욕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한 조엘은 B급 호러 영화들 편집으로 영화 일을 하다가 프린스턴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에단이 합류하면서 공동 작업을 시작했다.

범죄물 '블러드 심플 (1984)' 로 데뷔. 초기 영화 크레딧에는 형인 조엘만 감독으로 올라가 있는데 이는 공동 감독을 허용하지 않던 당시 미국감독협회 규정 때문.

공식적으로 ‘참을 수 없는 사랑’(2003)'까지는 조엘 단독,  ‘레이디킬러 (2004)'부터는 공동 감독으로 크레딧에 오른다.

 

코엔 형제.사진=연합뉴스
왼쪽이 동생 에단 코엔, 오른쪽이 형 조엘 코엔. 사진=연합뉴스

‘바톤 핑크 (1991)'는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작품이었다. 드라마 극본으로 유명해진 극작가 바톤 핑크가 돈과 명예를 위해 헐리우드로 갔다가 살인마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코엔 형제는 일약 팬덤을 형성했고 이 작품으로 제 4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빚에 쪼들린 자동차 세일즈맨이 아내를 납치해 돈 많은 장인로부터 몸값을 받아 내려 벌이는 음모를 다룬 ‘파고’ 역시 큰 호평을 받았다. 제 49회 칸 영화제 감독상, 제 69회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범죄 스릴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맥 매카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 1980년대 텍사스와 멕시코를 배경으로 일확천금을 손에 넣은 평범한 남자, 그를 쫓는 킬러 그리고 어느 보안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 80회 아카데미 각색, 감독, 작품상 수상.

절제된 대사, 계산된 미장센, 인간의 이중적 내면성을 집요하게 파헤친 작품으로 역시 코엔 형제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스토리 상 등장하는 폭력과 잔학성이 주는 긴장감을 블랙 코미디와 냉소주의로 풀어내는 코엔 형제의 연출력은 독보적이다.

새로운 도전에도 거침이 없다. 미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6개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든 ‘카우보이의 노래 (2018)’ 를 제작, 극장 상연 아닌 넷플릭스 스트리밍으로 선보였다.

 

◆이 형제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패럴리 형제

피터 패럴리 (Peter Farrelly, 1956년생)와 바비 패럴리 (Bobby Farrelly, 1958년생). 미국 로드 아일랜드주 컴버랜드 출신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코미디 영화 '덤 앤 더머 (1994)'의 감독이다.

'킹 핀 (1996)',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1998)’,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2001)' 등으로 연속 히트를 기록하며, '화장실 유머의 대가'로도 불리지만 코믹한 상황을 설정하고 풀어내는 데는 천재적 재능을 보인다. 또한 반전을 주는 스토리로 웃음만은 확실히 보장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촬영 당시 잭 블랙과 패럴리 형제.사진=연합뉴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촬영 당시. 왼쪽부터 동생 바비 패럴리, 잭 블랙, 형 피터 패럴리. 사진=연합뉴스

한편 2012년 아들이 약물 과용으로 사망한 후 동생 바비는 독립을 선언했으나 '덤 앤 더머 2(2014)' 까지는 형과 함께 작업했다.

형 피터는 최근 ‘그린북’으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서 상을 휩쓸며 건재를 과시했다. 1962년 미국의 천재 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기사의 실화에 근거한 이 영화는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위해 피아니스트 돈 셜리가 자신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토니 발레롱가를 고용하면서 시작된다.

‘그린북’은 1936년부터 1966년까지 실제로 출간됐던 흑인 전용 여행 가이드북으로 미국 남부를 여행하는 흑인 운전자들에게 안전한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을 알려주는 필수품이었다고 한다.

개봉 후 돈 셜리의 유족이 영화의 왜곡을 주장하고 공동 각본의 닉 발레롱가(토니 발레롱가의 아들)가 지극히 백인의 시각으로 시나리오에 관여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어쨌든 제 91회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을 수상하고 전세계적으로 3억달러 (약 3578억원) 이상을 벌어들여 피터는 코미디 뿐만 아니라 드라마 장르도 잘 만드는 감독으로 인정받은 셈이 됐다. 

 

◆SF와 감각적 영상의 만남…베이커 형제

조나단과 조쉬는 쌍둥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이며 2007년 미국으로 이주, 뉴욕에 살고 있다.

나이키, 구글, 소니, 닥터드레, 혼다, 하이네켄 등 글로벌 브랜드의 CF를 함께 연출하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연출로 광고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몇 편의 단편 영화를 감독하다가 장편영화 감독에 도전했다.

 

베이커 형제.사진=TWIN (베이커 형제 홈페이지)
쌍둥이 베이커 형제.사진=TWIN (베이커 형제 홈페이지)

베이커 형제는 2018년 개봉한 ‘킨: 더 비기닝’에서 독창적이고 젊은 감각을 발휘했는데 이는 2015년 이들이 만들었던 단편 영화 '백맨'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영화 '컨택트'와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제작진과 협업을 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혹자는 SF 장르와 베이커 형제의 연출 코드가 맞아 떨어졌다고 하지만 단편을 무리하게 늘린 것 같다는 등 평가가 엇갈린다. SF 미스터리 액션인데 액션보다는 형제의 우애가 더 부각되어 지루한 작품이라는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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