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민의 입법혁신] 인공지능이 입법에 기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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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민의 입법혁신] 인공지능이 입법에 기여할 수 있을까
  •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
  • 승인 2019.06.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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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발의 법률안 폭증 자체만을 문제시 하는 시각 넘어서야
현재 법률안 심의 체계의 물리적 한계 극복 방안 모색 필요
실질적 입법 담론에 기여할 수 있는 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술 활용 고민해야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

[심우민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신기술을 주축으로 하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국가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관심과 더불어 국회 입법 및 그 절차에 대한 불신 또한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를 감안한다면 현재의 국회법상 입법과정을 착실히 수행해도 부족한 상황인데, 국회 입법자들이 무용해 보이는 정쟁에만 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다보니, 요즘 자주 이야기되는 것처럼 입법을 인공지능에게 맡기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회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는 의원발의 법률안 '남발'

우리나라 국회의 입법 현실에 대한 비판들중 상당수는 의원발의 법률안들이 남발되고 있으며, 나아가 이중 상당수가 불필요한 규제 사항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문제점 지적은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규제의 중첩과 복잡성이 문제시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규제를 요구하는 법률안들을 앞다투어 발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 주요 국가들처럼 우리나라도 과거 국회에서 정부제출 법률안이 의원발의 법률안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 상황은 1987년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역전됐다. 급기야 2000년 이후 가결 건수에 있어서도 의원발의 법률안이 정부제출 법률안을 앞서기 시작했다. 물론 가결률 등의 측면에서 보자면 아직 정부제출 법률안이 높은 수준이지만 말이다.

의원발의 법률안의 중요성과 비중이 증가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중 가장 유력한 설명은 입법자인 국회의원의 선거 또는 유권자에 대한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정량적 측면에서 법률안을 많이 발의하면 할수록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는 의원발의 법률안의 상당수는 별반 중요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인공지능의 역할은 어디까지 확장될까.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에도 참여하는 시대가 올까. 사진= 연합뉴스
인공지능의 역할은 어디까지 확장될까.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에도 참여하는 시대가 올까. 사진= 연합뉴스

의원발의 법률안의 폭증이 문제의 핵심인가

그러나 조금 관점을 달리하면 입법부 구성원으로서 국회의원의 역할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입법 활동이고, 다양한 입법 아이디어를 법문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자면 많은 법률안을 발의한다는 사실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첫째, 각자의 의원들은 자신들이 대변하는 가치에 입각해 의회에서 논해보려는 법률안들을 제시, 공식적인 입법논의의 시발점을 제공한다. 이미 발의돼 있는 법률안과 동일 사안에 대해서도 또다른 법률안을 통해 기존의 법률안을 좀 더 세련된 법안으로 구체화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둘째, 법률안 발의를 통해 관련 내용에 대해 국회 입법절차 및 언론 등의 검토과정을 거치게 해 가치간 대립의 쟁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준다. 어쩌면 정치적인 반대 입장만을 표명하기보다는 입법 대안을 통해 비판을 수행하면, 시민들은 명확하게 정치적 쟁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법률안 심의 체계의 물리적 한계
  
이런 이유에서, 우리나라와는 권력 및 통치 구조가 다른 국가들의 법률안 건수 등을 예로 들어 맹목적으로 비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쟁점은 그들과 우리가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문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즉 급증하는 의원들의 법률안 발의 건수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심의 및 검토 체계를 우리 국회가 갖추고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회의원들의 법률안 심의 및 검토를 지원하기 위해 다수의 입법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회입법지원기구들(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등)이 존재한다. 국회의원들은 의원실 자체적으로 법률안들을 검토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만, 이들 입법지원기구들의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국회법상 전문위원 검토보고 제도, 입법예고 제도, 그리고 제정법률안이나 전부개정법률안에 관한 공청회 또는 청문회 등 개별적인 제도 요인들도 규정돼 있다. 이런 제도들은 국회의원들의 법률안 심의가 보다 면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장치들은 다분히 형식적으로 작동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재 제20대 국회만 보더라도 2016년 개원이후 현재까지 총 2만420건(의원 1만9492건, 정부 928건)의 법률안의 발의된 상황이다. 물리적으로 300명의 국회의원과 그 지원 인력들이 이들 모두 검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은 입법자와 시민들이 입법 판단을 하는데 필요한 근거자료를 제공하는 역할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인공지능은 입법자와 시민들이 입법 판단을 하는데 필요한 근거자료를 제공하는 역할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입법혁신

급기야 최근에는 규제영향평가를 인공지능에게 맡겨 현재 규제전쟁의 종지부를 찍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는 국회를 비롯한 입법자들에 대한 불신을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극복하자는 의미로도 읽힌다. 현재 존재하는 규제의 현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인공지능을 통해 얻은 결과로 객관성을 삼자는 취지다.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규제혁신이 아니라, 규제혁신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들은 규제 또는 입법을 위한 판단이 상당 부분 정량적인 계산과 형식적인 논리 추론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규제와 입법은 가치가 전제된 정치의 산물이며, 그런 의미에서 계산이나 측정을 통해 도출될 수 있는 정답과는 거리가 멀다. 적어도 현재 논해지는 기술 수준으로는 말이다.

실무적으로는 명확한 법률 조문을 두고도 그것이 ‘규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혼선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도 계산과 측정의 현실적 한계를 예증한다.

이런 측면에서 해외 주요 국가들의 규제영향평가 또는 입법영향평가가 통계적 방법론에 근거한 정량 분석보다는 공개 의견수렴(public consultation)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비용-편익 분석과 같은 소위 객관적인 방법으로 규제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입법자와 시민들의 효과적인 입법 판단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자료 산출에 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규제영향평가를 인공지능에게 맡기자는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만 타당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그에 수반되는 데이터 기술이 현재 법률안 심의 체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활용될 필요가 있다.

기술적 진보는 입법혁신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인간의 정치적 소통보다 우선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맹목적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실체가 아니라 입법의 본연적 가치를 복원할 수 있는 방안이다. 기술적 진보를 활용해 나가고자 하는 방향 및 관점이 중요한 시점이다.

●심우민 교수는 연세대에서 법학박사를 취득한 이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을 거쳐 경인교육대 사회과교육과 교수(입법학센터장)로 재직하고 있다. 입법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 입법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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