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리포트] 아르헨티나·우루과이 초유의 국가 정전...시민들은 침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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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리포트] 아르헨티나·우루과이 초유의 국가 정전...시민들은 침착했다
  • 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
  • 승인 2019.06.17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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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이라 경제적 피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어

[오피니언뉴스=이정은 아르헨티나통신원] 16일 일요일 오전 7시 경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전국에 전력공급이 끊겼다. 지난 주 수요일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렸고, 주말에도 내내 비가 내릴 예정이라, 흐리고 쌀쌀한 겨울 주말이 예상됐었다. 일부지역에서는 태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정전 발생 직후 아르헨티나 전력공사와 정부는 트위터를 통해 전력시스템이 다운된 것을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았으나,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원인 파악에 앞서 신속한 사태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 '아버지의 날' 일요일에 정전 발생

평소 여름철 하루 평균 2만5000 메가와트 정도를 사용하지만 일요일 오전에는 전력수요가 그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1만2000메가와트 정도였기 때문에, 이번 정전의 원인을 두고 업무사고가 아니었느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알마그로 지역의 도로에서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차량과 보행자가 동시에 길을 건너고 있다. 사진=이정은 통신원
부에노스 아이레스 알마그로 지역의 도로에서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차량과 보행자가 동시에 길을 건너고 있다. 사진=이정은 통신원

다행히 이번 블랙아웃사태가 전력사용이 비교적 적고, 휴일인 일요일 오전에 일어나는 바람에 국가 전체에 미친 경제적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매년 '아버지의 날'을 기념해서 가족 모임이 이루어지는 오전과 점심시간대에 이번 사고가 일어나면서, 시민들의 혼선은 적지 않았다.

지하철과 위성도시를 잇는 철도의 운행이 정지됐고, 일부 버스 노선의 운행 횟수도 줄어들었다. 길거리의 교통신호가 작동 하지 않아 일부 도로가 마비되기도 했다. 운전자들은 빗속에서 서행 운전을 해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했다. 

다행히 휴대전화 통신사의 망 일부는 자체전력생산 시스템 덕택에 시민들의 귀와 입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시민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사태의 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안전관련 유의사항과 정전 시 행동요령을 파악했다.

전력공급이 마비되고 2시간이 지나자 수도공사 (AYSA)의 식수공급에도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도 일부 지역에서 물 공급이 끊기거나, 수압이 감소하면서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전력은 오후 1시 45분을 기점으로 차차 복구되기 시작했다. 초유의 블랙아웃사태에 시스템을 처음부터 복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다. 

◆위기에 익숙한 시민들의 침착한 대응

물론 7시부터 전력이 공급되지 않자 쇼핑몰, 영화관 등의 대중, 문화공간이 오픈시간을 미뤘다. 레스토랑, 대형마트, 슈퍼 등의 자영업자, 외식업계는 발빠른 대처를 해야했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이미 예약된 손님들을 대상으로 오전 영업을 했다. 여름철 종종 정전이 발생하기 때문에, 많은 영업장에서는 전력공급기계를 자체 소유하고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냉장식품보관과 조리과정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사업장 운영에 시급한 전력을 공급해 손님을 받을 수 있었다.

평소에 잦은 경제위기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해 크게 놀라지 않고 침착하고 느긋하게 대응하는 아르헨티나인들의 성격이 장점이 됐다.

“아르헨티나에서 살다보면 일반적이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창의적 문제해결력이 저절로 늘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현지인들인 만큼 이번 정전사태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고 불이 꺼진 식당에서 예정된 가족모임을 이어갔다. 

◆ 파라과이 일부 지역에도 정전 피해

이번 정전은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 국경에 위치한 야시레따(Yaciretá) 수력발전소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국경의 살또 그란데(Salto Grande) 수력발전소 사이의 송전선에 문제가 생겼다. 그 결과 중앙전력연결시스템(SADI) 자체가 다운된 것으로 보인다.

야시레따는 전국 전력공급량의 22%를 책임지고 있는 아르헨티나 최대 규모의 전력발전소다. 야시레따의 전력공급망이 중단되면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국경의 수력발전소 살또 그란데(Salto Grande)에도 영향을 줬고, 우루과이에 공급되는 전력도 블랙아웃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송전탑의 전력공급선의 일부 구간이 태풍으로 인해 손상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공급선의 손상으로 전력망의 전압과 주파수에 불균형을 가져오면서, 안전장치에 혼선을 주었고 그 결과, 연결된 발전기마저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국내 전체 전력 시스템이 다운된 것으로 분석된다.

 

● 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 사회과학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이민과 국경의 지정학 및 초국가적 농민운동에 관심이 많다. 언젠가 문학 번역에 도전해보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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