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푸드 취급받던 ‘냉동식품’ 美 시장에서 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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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푸드 취급받던 ‘냉동식품’ 美 시장에서 뜨는 이유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6.12 2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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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게 오랫동안 보관가능, 음식물 쓰레기 줄여...스타트업 중심 유기농, Non-GMO 제품 선봬
KOTRA 미국 뉴욕무역관
냉동식품이지만 '건강함'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제품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저칼로리임에도 풍부한 맛을 내 성공을 거둔 아이스크림 Halo Top.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한때 미국 가공식품 시장에서 ‘인스턴트’ ‘정크푸드’ 취급을 당하며 외면받았던 냉동식품이 최근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제품을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데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유기농, Non-GMO(비유전자변형) 등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KOTRA 미국 뉴욕무역관이 인용한 미국냉동식품인스티튜트(AFFI)와 식품마케팅인스티튜트(FMI)의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냉동식품 매출액(소매기준)은 570억달러 규모로 전년비 2.6% 늘었으며, 판매량도 2.3%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2개월 동안 판매된 냉동식품 종류를 분석한 결과, 냉동피자가 4.8%, 디저트류가 3.9%, 해산물이 3.2%, 즉석식품이 3%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냉동 채소의 미국 수입은 7% 늘고 판매도 4.9% 증가했으며 얼린 과일의 수입은 16%나 늘었다.

◆ 스타트업의 '업그레이드 전략' 주효

이처럼 냉동식품의 수요가 늘어난 것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덕분이다. 

무엇보다 제품을 오랫동안 신선한 상태로 보관할 수 있고, 필요한 만큼만 녹여서 사용하고 나머지를 얼려서 보관할 수 있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다.

또 스타트업 식품기업을 중심으로 ▲원료 ▲유통방식 ▲맛과 품질 ▲패키징 등을 차별화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호의적인 반응에 대기업도 자사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신규 브랜드를 론칭 혹은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냉동식품 브랜드 스위트 어스의 컬리플라워 맥앤치즈

켈로그는 냉동 와플인 ‘Eggo’ 제품 라인과 냉동식품 브랜드 ‘Morningstar Farms’ 제품 식재료를 비유전자변형(non-GMO) 식재료로 모두 교체하고, 인공색소와 조미료를 빼버렸다.

크래프트하인즈는 2016년 즉석냉동식품 브랜드 ‘Devour’를 론칭하고 새로운 메뉴들을 대거 선보이며 ▲유기농 ▲non-GM ▲공정거래 ▲글루틴프리 ▲비건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인증을 취득했다.

슈퍼푸드, 식물성 원료 등을 활용해 영양적인 측면을 강조해 ‘냉동식품=정크푸드’라는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 밀레니얼 세대의 뜨거운 호응

이국적인 맛을 즐기는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냉동식품 종류를 다양화하고, ‘건강함’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며 소비자들의 ‘헬시 옵션(healthy option)’이 늘어난 것이다.

저칼로리임에도 풍부한 맛을 내 성공을 거둔 아이스크림 할로탑(Halo Top)이나 냉동식품 브랜드 스위트 어스(Sweet Earth)의 컬리플라워 맥앤치즈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 최대 소비계층인 밀레니얼세대의 냉동식품 선호도 상승도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활동이 활발한 연령대로 다른 세대에 비해 여성의 사회활동 비율도 높아 식사 준비도 빠르고 간편한 것을 선호한다.

동시에 ▲식품이 영양학적으로 균형에 맞고 ▲제조에 들어가는 식재료의 가짓수가 적고 제조과정이 짧은 ▲식재료 조달 및 제조가 도덕적인지 등을 꼼꼼하게 살핀다.

냉동식품의 합리적인 가격대도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기를 지나온 밀레니얼세대에겐 매력적인 구매 포인트다.

키드프레시의 주요 제품인 맥앤치즈, 파스타, 글루틴프리 맥앤치즈(왼쪽부터). 사진=키드프레시 홈페이지

냉동식품 성공 사례도 적지 않다.

뉴욕의 스타트업인 키드프레시(Kidfresh)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겨냥한 어린이용 냉동식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영양가 있고 맛있는 키즈 밀 옵션이 부족하다고 느낀 창업주 맷 코헨은 설립 초에는 주방에서 신선 식재료를 이용해 조리한 음식을 판매해왔다.

이후 시장 수요가 커지자 냉동식품을 만들어 대형 슈퍼마켓으로 진출했다.

◆ 냉동식품이지만 '건강함' 내세워 시장공략

아이들이 싫어하는 채소를 퓨레 형식으로 만들어 소스로 활용하거나 메뉴에 감춰 넣는 방식을 택해 선호도가 높은 간식과 식사메뉴로 재탄생시켰다.

제품에는 인공색소나 첨가물, 방부제 등을 함유하지 않았으며, 일부 제품은 non-GMO 인증을 획득해 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데일리 하비스트 제품. 사진=데일리 하비스트 홈페이지
데일리 하비스트 제품. 사진=데일리 하비스트 홈페이지

뉴욕의 또다른 스타트업인 데일리하베스트(Daily Harvest)는 유기농 채소와 과일, 곡물을 이용해 간편식을 만들어 급속 냉동방식으로 얼린 후 컵에 담아 가정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밀키트 업체처럼 소비자가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메뉴를 선택한 후 장바구니에 담아 배달 받는 형식이며 가격은 한끼당 7~8달러 선이다. 메뉴는 스무디, 스프, 라테, 치아씨 볼(bowl), 귀리 볼(bowl) 등이다.

사용 재료 대부분 유기농이며, 육류를 뺀 채식 메뉴다. 신선 식재료를 요리할 수 있게 배달해주는 밀키트와 달리 모두 조리된 메뉴를 얼려서 배달해준다. 보관이 쉽고, 해동시켜 데우기만 하면 취식이 가능하다. 유명 연예인과 요식업계 종사자, 스포츠 선수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 '다이어트' 대신 '웰빙' 컨으로 대성공

냉동식품 브랜드 린 쿠이진(Lean Cuisine)은 소비자 니즈에 맞게 제품 리브랜딩해 성공한 케이스다. 수십 년간 다이어트 냉동식품 콘셉트로 제품을 판매해오던 이 회사는 2011~2016년 판매 부진으로 4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린 쿠이진이 유기농 원료로 만든 치킨 요리 제품​
​린 쿠이진이 유기농 원료로 만든 치킨 요리 제품​

이후 모회사인 네슬레가 2017년 기존의 '다이어트'컨셉 대신' 웰빙'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전략을 펴면서 1년 만에 매출 5800만 달러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회사의 줄리 르만 마케팅 디렉터는 “’다이어트’를 헤드라인으로 걸던 시절은 지났으며 지금 사람들의 식습관은 식품의 유기농, 글루틴 프리 여부와 고단백질 함량 제품인지를 따지는 등 ‘건강’에 집중돼 있다”며 “그동안 고수했던 다이어트 브랜딩 전략을 버린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KOTRA 뉴욕무역관은 “빠르고 간편하며, 보관이 용이한 냉동식품은 맞벌이 부부,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수요 트렌드에 부합된다”며 “혁신적인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고, 대형 식품업체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참신하고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면서 제품의 다양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신선식품에 비해 비교적 보관 및 운송이 까다롭지 않은 품목인 데다 타민족의 음식메뉴를 즐기는 '에스닉(ethnic) 푸드' 열풍이 냉동식품 시장에까지 불고 있는 것은 한국 식품 기업이 주목해야 할 기회”라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KOTRA 미국 뉴욕무역관(작성자 김동그라미)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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