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분기 암울한데…주가 ‘활짝’ 이유는
상태바
삼성전자, 2분기 암울한데…주가 ‘활짝’ 이유는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6.12 0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대장주’ 삼성전자가 오랜만에 웃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올 2분기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지만 이달 들어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대신 시장에서는 화웨이 제재에 따른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1일 4거래일 연속 상승, 4만4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달 31일(4만2500원)보다 5.53% 오른 수준이다. 지난 1월 2일 연초(3만8750원) 대비로는 15.7% 뛰었다.

◆ 2분기 실적 악화 예상

시장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주가가 오른 데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1분기까지만 해도 무역분쟁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지난달부터 양국은 상대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사사건건 부딪히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이 여파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미·중 무역분쟁이 더욱 심화된다면 반도체 수요 회복 시기가 미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 등을 거래 제한 기업 목록에 올리면서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른 화웨이가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수요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화웨이 메모리반도체 수요의 40~50%를 담당해온 마이크론은 공급을 중단하면서 재고 부담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메모리반도체 가격 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바닥’이 2분기에서 하반기로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실적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시장 예상치는 매출 54조1533억원, 영업이익 6조363억원이다. 영업이익 전망치의 경우 3개월 전과 비교하면 29.0%나 내려왔다. 지난 1분기(6조2333억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 美, 화웨이 제재…스마트폰 사업부 수혜 부각

그럼에도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삼성전자 주식을 담으면서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를 각각 1341억원어치, 637억원어치 순매수, 가장 많이 사들였다. 기관 또한 삼성전자 주식 1921억원어치를 매입하며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렸다.

여전히 미·중 무역분쟁은 삼성전자에 부담 요인이지만 최근 메모리반도체 외 사업부문의 수혜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시장에서는 화웨이 인기가 높았던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내년 삼성전자 스마트폰(IM) 사업부의 반사이익을 점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계속할 경우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3억1510만대를 기록, 지난해(2억9130만대)보다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화웨이는 지난해 2억580만대에서 1억6520만대로 뒤처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의 수혜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앞서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과의 거래를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설계·개발하는 곳이다.

TSMC 정책에 따라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등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삼성전자로 옮겨갈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화웨이와 거래 관계가 없어 상대적으로 제재에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 1위인 엔비디아와 모바일AP 1위 퀄컴으로부터 각각 차세대 GPU, AP의 위탁 생산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견제로 일부 미주 고객들이 TSMC보다 삼성전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미·중 무역분쟁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수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앞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양국 간 마찰이 장기화하면서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뜻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된 이후에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IM 부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스템반도체에서의 추가 성장 기대와 3%가 넘는 높은 배당수익률 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괜찮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 업황 개선

이 가운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메모리반도체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를 매수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D램의 수요 감소에 따른 단기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으나 점진적으로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D램 가격이 충분히 떨어진다면 수요가 증가하고 공급업체에선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줄이면서 공급증가율이 낮아진다. 특히 시장 전문가들은 연초 설비투자(CAPEX) 축소 효과가 올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를 반도체 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유종우 연구원은 “D램 가격 하락폭 확대에 따라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업체의 실적 전망치는 낮아지겠지만 이미 주가의 하방 경직성은 높아졌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수익성이 높은 모바일 D램 매출 비중이 높아 가격 하락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미·중 무역분쟁 등 거시 환경이 메모리반도체 업황 회복 속도를 늦추더라도 방향성을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공급 제약과 2분기 말부터 전방 업체(데이터센터)의 보유 재고가 정상 수준인 4주 내외 정도로 축소되면서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