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짜파구리'가 영어로 뭐라고? 영화 '기생충' 번역맡은 '달시 파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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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짜파구리'가 영어로 뭐라고? 영화 '기생충' 번역맡은 '달시 파켓'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6.0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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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숨은 주역...한국어 의미 살려 신조어 만들기도
‘플란다스의 개’ 번역 감수후 ‘살인의 추억’ 번역 작업 시작
‘옥자’를 제외한 봉준호 감독의 모든 작품의 번역 도맡아
영화평론가 겸 번역가 달시 파켓. 사진=달시 파켓 페이스북
영화평론가 겸 번역가 달시 파켓. 사진=달시 파켓 페이스북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사회 어느 분야나 소통이 어렵다고 한다. 모국어로도 소통이 어려우면 모국어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은 또 얼마나 힘들 것인가.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번역기를 통해 출연자와 외국인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번역 앱이 통역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외국 원서, 외국 영화를 너무도 보고 싶은데 누군가 번역을 해주면 고마운 일이다. 물론 그 만큼의 대가가 지불되지만 그 수고가 가벼워 보이지는 않는다. 개봉작을 보려고 극장에 가서 스크린과 자막을 동시에 보고 이해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어쨌든 자막 덕분에 주인공들이 웃을 때 우리도 웃고 그들이 화를 낼 때 우리도 화가 나며 그들이 슬퍼할 때 우리 가슴도 먹먹해진다.

최근에 자막 번역의 오류 혹은 지나친 의역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지만 (그만큼 영어에 능통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 정확한 번역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은 인정해야 한다.

"워낙 한국적인 상황을 다룬 영화라서 외국 사람들이 100% 이해할까 조금 걱정된다"황금 종려상수상에 다소 유보적이었던 봉준호 감독.

그러나 시사회 후 참석자들은 갈채(喝采)를 보냈고 이는 봉준호 감독의 기우(杞憂)를 기대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특히 잘 만들어진 영문 자막 덕분에 그의 영화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그 자막을 담당한 이는 번역가 달시 파켓 (Darcy Paquet) 이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그가 번역한 자막으로 영화를 본 적이 없었을 뿐이다. 미국인인 그는 평론가면서 동시에 박열(2017)'에서는 외신기자 역할로도 출연한 배우다.

1997년 고려대학교 영어 강사로 한국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그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본 뒤 한국 영화에 빠져들었고, 그 후 자신의 웹사이트에 한국영화에 대한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정보를 주려고 시작했으나 해외에서도 방문하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중 플란다스의 개번역 감수를 맡았고 그 후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살인의 추억의 번역을 의뢰 받았다. 파켓이 처음으로 번역을 맡은 한국 영화다. 그는 옥자를 제외한 봉감독의 모든 작품의 번역을 맡아 왔으며 그 외에도 나홍진 감독의 곡성’,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등 약 150편에 이르는 한국 영화들을 번역했다.

영화 기생충에는 한국 관객에겐 익숙한 그러나 외국 관객에게 이해시키기 힘든 표현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파켓의 능력이 드러난다.  

'서울대학교'옥스퍼드 대학교'로 바꾸고,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해외에서 더 많이 쓰는 '왓츠앱' 으로 번역했으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람동(ram-don, 라면+우동) 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이해를 이끌어 냈다.

 

극중
극중 조여정이 '짜파구리'를 먹고 있는 장면. 달시 파켓은 '람동(ram-don, 라면+우동)'으로 번역했다. 사진=스틸 컷

달시 파켓이 봉준호의 영화와 송강호의 대사를 가장 잘 이해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기에 이뤄낸 성과다.

한편 그는 영화 전문 주간지 씨네21’ 독립영화제 제정을 제안해 2014들꽃영화상의 탄생을 주도하기도 했다. 독립저예산 영화들이 들꽃처럼 꿋꿋이 성장하길 바라는 의미로 이름 붙인 영화제다. 그가 한국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이미 세계 192개국에 판매돼 역대 한국 영화 해외 판매기록 1위에 오른 '기생충'

앞으로도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휴머니스트 파켓의 훌륭한 번역으로 봉감독의 영화들 더 나아가 한국의 영화들이 한국적인영화에서 벗어나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적인' 작품들로 인정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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