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민의 입법혁신] 어떤 혁명 입법의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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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민의 입법혁신] 어떤 혁명 입법의 디테일
  •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
  • 승인 2019.06.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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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확한 4차산업혁명 지향점...시민 정책의지 투영돼야
법규범 전환기에 시민 의지 배제 대신 포용 필요
4차산업혁명위원회 절차 및 이행 규정 명확화 필요
심우면 경인교대 교수
심우면 경인교대 교수

[심우민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4차 산업혁명’은 문재인 정부의 중심 정책 아젠더중 하나다. 이번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정과제 곳곳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정책추진 성과는 물론이고 4차 산업혁명의 의미와 지향점조차도 명확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학술적 용어가 아니다. 현 정부의 일종의 상징적 구호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라고 설명돼 있다.

4차산업혁명 정책에 '시민 의지' 투영되고 있나

사실 ‘혁명’이라는 단어 자체가 좀 거창하게 보인다. 혁명이라면 급격한 변화의 계기를 이루는 사건이 발생한 후에 이를 역사적으로 평가할 때 사용하는 용어 아닌가. 그러니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사후 역사가 현재의 변화를 그렇게 표현해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품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그런 취지에서 불만족스럽더라도 이 용어를 사용한다.)

정부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각종 인허가 규제 등을 완화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도 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라고 일컬어지는 데이터의 활용을 위해 개인정보 규제정비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규제 요인들을 해소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온 바 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지향점이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역사적으로 형성돼 온 가치 집결체인 규제 입법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현재 규제혁신 논의는 어떤 규제가 불합리한 것인지를 밝히는 작업이지만, 합리와 불합리의 새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는 매우 빈약하다.

물론 신기술(emerging technologies)을 둘러싼 공감대 형성은 요원할 수 있다. 현재 논하는 다양한 데이터 기반 기술들은 '정적'이라기보다는 매우 '역동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즉 기술의 발전 방향과 서비스 구현 양태를 사전에 예측하기 힘들고, 한번 보편화된 기술도 쉽게 도태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둘러싼 가치 판단 및 공감대 형성은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술 발전에 관해 시민의 의지를 투영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한 것일까? 기술 발전 자체는 인간 또는 시민적 의지로 조정하기 힘든 문제다. 그러나 기술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있어, 분명 시민의 정책 의지가 투영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노력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입법이 논할 부분이다.

국내 공유경제 서비스 모델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타다'에 대해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 젊은 이용자들은 '타다'의 편의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내 공유경제 서비스 모델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타다'에 대해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 젊은 이용자들은 '타다'의 편의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갈등의 제도화' 방식 고민할 필요있어

법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일종의 통치 기술이다. 법은 인간의 행위 및 판단을 위한 외면적 기준으로서, 시민 상호간의 예측가능성과 그에 따른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게 해준다.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법은 가급적 명확하고 확정적인 개념과 형식을 전제할 것을 요청받는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화하고 전문화하면 할수록 이런 형식적인 법 관념은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다층적인 이해관계나 복잡한 상황을 일의적인 형식 기준으로 재단 및 정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개념과 형식에 근간을 둔 '법의 지배' 또는 '법치주의'라는 이상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위기론이 대두됐다.

이런 위기론은 최근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환경 변화로 인한 사회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로운 기술 환경은 새로운 법규범, 즉 행위 및 판단 기준을 요구하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는 개별 시민들이 처한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른 가치 판단 결과를 보여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보면 구시대적인 이해관계를 새로운 시대의 이해관계로 전환해야 하고, 그 맥락에서 법규범의 전환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한 측면도 있다. 조선시대의 법을 현대 산업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환의 방식과 방향에 관한 판단은 상당부분 시민의 의지를 투영할 수 있는 지점이다. 전환 과정에서 폭력적 배제보다 포용적 전환을 실행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과거와 다른 혁명은 가능하다.

포용적 전환을 위해, 사회적인 이해관계 대립 및 갈등을 제도적으로 금기시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이를 적극 수용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입법 체계, 즉 '갈등의 제도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형식적 입법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체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그 산출물은 입법에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절차를 의미한다. 이런 체계의 운용을 위해 매우 전문적인 입법지원 체계도 요구된다.

혁명 입법의 디테일–해커톤 절차 및 이행규정 명확히 해야

현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정책방향에 대해 불과 몇 년 내에 성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 입장에서 보자면 새로운 기술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규제를 정부가 왜 해소해 주지 못하는지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종래 보호돼왔던 공익적 가치와 개인의 권리를 정부가 너무 쉽게 걸림돌로 치부하고 있다는 불만 또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변화의 시기에 이런 갈등은 민주사회에 있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갈등이 당연한 것이고 단시일 내에 해소될 수 없는 것이라면, 이런 갈등 자체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장기적인 논제를 다루는 데 적합할 것이다.

즉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성과로 제시할 수 있는 입법 아이디어 모색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소비하기보다 사회 변화 상황에 대한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실증적인 근거와 해석 가능성들을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공개적으로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 주는 방안이 먼저 추진되어야 한다.

사물을 초연결, 생산성을 한단계 끌어올린다는 4차산업혁명의 긍정적 기대감이 차츰 가시고 있다.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사진= 연합뉴스
사물을 초연결, 생산성을 한단계 끌어올린다는 4차산업혁명의 긍정적 기대감이 차츰 가시고 있다.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이해관계 관계자 및 시민사회 주체들이 공동으로 규제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을 진행한 바 있었다. 당시 해커톤은 개별 부처 및 관료 집단 중심 입법 관행를 넘어, 사회 각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 및 협력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규제 사안들을 논의하고 협의했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해커톤은, 세부 논의 내용이 회의록 형태로 공개되지 않아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결과 도출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또 개별 소관 부처들도 각자 이해관계에 입각해 해커톤 합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따라서 향후 이같은 해커톤 절차를 보다 '공개적'이고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 혁명 입법의 디테일이 있다.

현재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설치 근거인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는 ‘해커톤 운영 절차’ 및 ‘정부 소관 부처들의 이행’을 촉구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해커톤 관련 규정이 없더라도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관료중심 입법과 부처이기주의 등을 감안할 때, 정부 부처들의 자발적인 노력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관련 절차 규정을 명확히 하여, 장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할 수 있는 갈등의 제도화를 실현해야 한다.

●심우민 교수는 연세대에서 법학박사를 취득한 이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을 거쳐 경인교육대 사회과교육과 교수(입법학센터장)로 재직하고 있다. 입법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 입법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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