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0%' EU의 도전...'모든 차에 안전장치 의무화'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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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0%' EU의 도전...'모든 차에 안전장치 의무화' 통할까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5.28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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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줄이기 위해 2022년부터 판매 신차에 음주운전방지 장치, 블랙박스 등 장착해야
KOTRA 벨기에 브뤼셀무역관
유럽연합은 최근 법개정을 통해 2022년 5월부터 출시되는 모든 차량에 블랙박스, 음주운전방지장치 등의 장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유럽연합(EU)이 최근 법개정을 통해 2022년 5월부터 신규 출시되는 모든 차량에 블랙박스, 음주운전방지장치 등의 장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2050년까지 교통사고율을 0%로 줄이기 위한 장기 계획의 일환인데 현지에서는 교통사고를 줄이고 보행자의 안전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KOTRA 벨기에 브뤼셀 무역관에 따르면 이번 법 개정을 통해 2022년 5월부터 유럽에서 신규 출시돼 판매되는 승용차, 승합차, 대형 화물차, 버스 등 모든 신차 모델에는 음주측정기, 과속 방지 장치, 졸음 방지 경고 장치 등을 비롯한 안전운전기능이 의무적으로 장착돼야 한다. 구형 모델도 2024년까지 규정에 맞게 보완한 뒤 판매 가능하다.

◆ EU, 법 개정 통해 교통사고 줄이기 나서

EU가 법 개정에 나선 것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EU 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약 2만5000명, 부상자 수는 13만5000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사고의 주요 원인은 운전 미숙, 운전자 부주의 등 운전자의 잘못이 많았다.

이에 따라 EU는 일부 자동차 업체에서 고급 승용차에 옵션으로 제공하던 30여 종류에 달하는 안전 운행 보조 신기술들을 모든 차량에 기본 사양으로 설치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일단 음주운전방지 장치(Alcohol Interlock), 사고 자료 기록기(블랙박스), 운전자 졸음 및 주의산만 경고 장치, 인공지능 과속 방지 장치, 후진 사고 방지 카메라 및 모니터 등은 모든 차량에 필수적으로 장착돼야 한다.

음주운전방지 장치는 음주 측정 후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기준치 이상일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장치다.

블랙박스는 사고 직전과 사고 도중, 직후의 주행속도 및 주변 상황, 엔진 상태 등에 관한 상세한 운행 자료들을 저장하는 기기다. 수집된 정보는 운전자나 차량 소유주에 대한 신상을 노출하지 않는 범위에서 활용된다.

◆ 음주운전방지장치, 블랙박스 의무장착해야

졸음주의산만 경고 장치는 운전자가 주행 중 졸거나 핸드폰 사용 등으로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 경우 경고음이 울린다.

이와 별개로는 승용차와 승합차에는 차선 유지 기능, 비상 자동 브레이크, 사고 테스트를 통과한 안전벨트 등이 의무 장착돼야 한다.

버스, 화물차 등 대형 차량에는 차량 전면 측면 보행자 및 자전거 접근 알림 기능이 장착돼야 하고 운전석에서 사각지대까지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 그리고 차체 디자인이 요구된다.

자율 운행 차량에 대해서는 방향지시등, 핸들 조작, 속도 조절정지를 포함한 운전자의 차량 운행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과 다른 차량들과 실시간 교통안전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런 기능과 장치들은 현재 유럽에서 대부분 차체 공정과정에서 빌트인(Built-in) 형태로 장착되므로 부품 및 기술 납품 업체에서 차량 제조업체에 B2B로 판매되고 있다.

유럽에서 판매중인 음주운전방지 장치, 왼쪽부터 Dräger(2개), ACS, Smart Start제품. 사진=각사 홈페이지 

음주운전방지 장치는 일반 소매점에선 취급하지 않는다. 스페인, 스웨덴, 벨기에 등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상습적으로 적발된 운전자를 대상으로 지정 업체나 시설에서 감화 프로그램 이수, 상담과 병행할 경우 법원에서 지정한 기간 동안에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2015년부터 모든 대형버스에 의무적으로 설치됐다.

EU에서 발간한 보고서는 이번 법 개정으로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2만 5000명, 중증 부상자 14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의회는 자동 과속방지장치로 인해 교통사고 사망률을 2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장치가 추가로 장착되더라도 관련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부품가격도 내려가 신차 가격이 급격히 인상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 여론은 호의적인 반응

여론은 법 개정에 대해 호의적이다. 새로운 법안이 교통사고를 줄이고 보행자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제임스 닉스 EU 산하 교통 환경국 이사 “개정안은 산업계와 시민 모두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며“향후 출시될 차량은 자전거와 보행자를 볼 수 있는 시야가 더 좋아져 운전자가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자전거이용자협회(ECF)는 “법 개정으로 운전자 뿐만 아니라 보행자 및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 수준을 증진시키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Elzbieta Bienkowska EU 온라인마켓 및 산업 당당 집행위원은 “일부 고급 승용차에만 장착돼 있던 신기술들이 모든 차량에 의무 설치됨으로써 교통안전 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며 “이는 미래에 정보화, 자동화된 이동수단의 상용화를 이룩하는 기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수동변속기 비중이 70~80%에 육박하는 유럽에서 각종 안전장치 설치 의무화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사진=Pixabay

반면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유럽 운전자들은 차량의 모든 기능을 직접 통제하는 것을 선호해 각종 기능 설치가 의무화 되더라도 운전자가 사용을 중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96%가 오토매틱 차량인 반면 유럽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 일부선 실효성에 의문 나타내기도

매튜 볼드윈 EU 집행위 교통 환경국 이사는 “미국은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지만 유럽 시민들은 신기술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다”며 “이 부분 역시 의견 마찰이 있다”고 언급했다.

울리히 베흐 유럽 자동차기업협회(ACEA) 안전관리 이사도 “너무 많은 기능들을 운전 중 사용함으로써 운전자가 산만해지게 될 수 있으며 운전자들이 새로운 기능에 적응하지 못하면 이 같은 기능을 꺼놓은 상태로 운전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KOTRA 브뤼셀무역관은 “2022년부터 발효될 안전 기준에 따르기 위해 관련 기능이 탑재된 신규 차량 및 관련 부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관련 기술이 개발될 경우 추가 개정안이 발표될 수 있으므로 관련 기술 개발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관은 또 “EU가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교통안전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은 무인 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로 각종 교통 문제와 사고율을 낮추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며 “한국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자율 주행 차량 제작에 필요한 핵심 부품과 기술을 파악해 사업 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KOTRA 벨기에 브뤼셀무역관(작성자 박진아)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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