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판결 "패소" 퀄컴, 한국 공정위 방문중...국내 소송전 영향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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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판결 "패소" 퀄컴, 한국 공정위 방문중...국내 소송전 영향 있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5.23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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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퀄컴 특허 라이선스 재협상, 2년째 답보
LG전자, 공정위 승소 위해 보조참관인으로 참가
공정위-퀄컴, 1조원대 과징금 소송전 향배 주목
미국 법원은 22일(한국시간)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사진=연합뉴스, 로이터
미국 법원은 22일(한국시간)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퀄컴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다."

23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에 퀄컴 관계자들이 나타났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이 내린 판결직후 퀄컴이 움직인 것이다. 미국 법원은 퀄컴이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 독점 행위를 금지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미국 법원은 "퀄컴이 불법행위로 과도한 특허료를 챙겼다"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오피니언뉴스>와 통화에서 "퀄컴과 국내에서 특허 라이선스 재협상 등 관련 현안을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22일(한국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이 세계 최대 통신 반도체업체 퀄컴이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특허 사용료를 챙겼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특허료로 막대한 수입을 거둬온 퀄컴의 사업 모델을 제한하는 판결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 루시 고 판사는 "퀄컴이 휴대폰 반도체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시장 경쟁을 억압하고 과도한 특허 사용료를 챙겼다"며 반독점 위반 판결을 내렸다. 2017년 미 연방통신위원회(FTC)가 퀄컴을 상대로 낸 반독점 소송에서 법원이 FTC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LG·퀄컴 라이선스 재협상 영향은

이 판결에 따라 국내에서 퀄컴에 대한 불공정행위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국 법원의 판결과 관련 퀄컴 측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미국 법원의 판단이 국내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는 차후 시간을 갖고 두고 볼 일"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현재 퀄컴과 1조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놓고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와 미국 등에서 진행 중인 퀄컴 관련 소송전을 주목하는 기업은 단연 LG전자다. 지난 1993년 LG전자는 퀄컴의 특허로 만든 통신칩을 사용하면서 퀄컴과 관계를 맺았다. 이후 LG전자는 퀄컴의 통신칩을 쓰면서 휴대폰 출고가의 일정 비율을 퀄컴에 줬고, 퀄컴은 LG전자에만 리베이트를 챙겨주며 '밀월'관계를 유지했다. 그런 LG전자와 퀄컴이 통신칩 라이선스 재협상을 두고 2년째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LG전자와 퀄컴의 사이에 틈이 생긴건 2016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의 특허 라이선스 협상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부터. 공정위는 퀄컴에 주요 휴대폰 제조사와 특허 라이선스를 다시 맺으라고 명령했다.

공정위는 "퀄컴은 휴대폰 제조사와 계약할 때 부당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지 말고 제조사 요청이 있을 때 라이선스 계약을 재협상할 것"을 강제했다. 또 신규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을 수정·삭제할 때 공정위에 알리도록 했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23일 현재까지 LG전자와 퀄컴이 특허 라이선스 관련 재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정위 신고 및 보고는 없다. 그리고 공정위와 퀄컴간 소송으로 비화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 보겠다"면서 말을 극도로 아꼈다. 

퀄컴과 특허 라이선스 재협상을 진행 중인 LG전자(사진)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간 과징금 관련 소송전에서 공정위의 승소를 돕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퀄컴과 특허 라이선스 재협상을 진행 중인 LG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간 과징금 관련 소송전에서 공정위의 승소를 돕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퀄컴 의존도 높아지는데…공정위 편에 선 LG

LG전자는 특허 라이선스 재협상 부문에 있어 공정위의 판단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12월 공정위와 퀄컴 간 소송에서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공정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보조참가인은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가 당사자 중 한쪽의 승소를 돕기 위해 관여하는 것을 말한다. 업계는 LG전자가 공정위의 승소를 도우며 퀄컴과 특허 라이선스 재계약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의 퀄컴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LG전자는 2014년 '뉴클런'이란 통신칩을 독자 개발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이 냉담하자 2017년 통신칩 생산을 포기했다. 이후 퀄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단적으로 최근 흥행몰이에 한창인 LG전자의 첫 5G 스마트폰 V50의 경우 애초 4월19일 출시가 예정됐지만 퀄컴의 부품 공급이 지연되면서 한 달여 늦춰 출시했다.

여기에 한때 점유율 기준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글로벌 3위로 3강 체제를 구축했던 LG전자지만 지난 1분기 기준 중국의 샤오미, 오포 등에 밀리며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축소됐다. 퀄컴 편에서 보면 과거 리베이트까지 줬던 LG전자가 더이상 중요 고객이 아닌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퀄컴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분기 기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출고가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는 퀄컴에게 있어 가장 큰 고객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라는 자체 통신칩을 이미 개발해 퀄컴 없이도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다. 재계약 과정에서 퀄컴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공정위의 재협상 명령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내린 게 아닌 만큼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겠다"면서 "퀄컴과 협상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은 2009년부터 10여년간 법적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은 2009년부터 10여년간 법적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퀄컴, '10년 전쟁' 언제 끝나나

공정위와 퀄컴은 10년째 1조원대 과징금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와 퀄컴의 '10년 전쟁'은 크게 1차와 2차로 나눌 수 있다. 

1차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전자, LG전자, 팬텍 등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에 퀄컴이 자사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사용하도록 한 뒤 경쟁사 모뎀칩을 사용하면 로열티를 더 받았다는 혐의와 2000년부터 모뎀칩 과 RF칩(주파수 대역을 골라내는 반도체)을 자사로부터만 공급받는 조건으로 삼성전자, LG전자에 분기당 수백만달러의 리베이트를 주며 시장을 봉쇄한 혐의도 있다. 공정위는 이런 이유로 과징금 2732억원을 처분했다. 이는 당시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었다.

퀄컴은 "고객사인 제조사에 혜택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항변하며 항소했다. 대법원은 1월 10년 공방의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은 경쟁사를 배제하고 독점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리베이트 제공이 시장 봉쇄로 이어졌다고 보지는 않았다. 사실상 공정위가 퀄컴에 판정승을 거둔 것이다.

대법원은 "LG전자가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는다는 전제로 RF칩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가 시장봉쇄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결국 공정위는 전체 2731억9700만원의 과징금 중 17.8%인 486억5800만원을 직권 취소했다. 

2차전은 2016년 12월 공정위가 "퀄컴이 칩세트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확보한 시장지배력으로 정상적인 경쟁을 방해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며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불거졌다. 

퀄컴은 2017년 2월 과징금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각각 같은 해 9월과 12월 퀄컴의 시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소송에 LG전자, 애플,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 등이 공정위 측 보조참가자로 참여 중이다. 

업계는 공정위와 퀄컴의 2차 소송전을 유의깊게 바라보고 있다. 표준필수특허(SEP) 보유자로 퀄컴의 로열티 차별 부과 행위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경우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과 시정조치가 최종 확정된다. 퀄컴이 미 판결직후 우리나라 공정위 사무실을 전격 방문한 걸 보면, 판결의 파장이 한국에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 경우 국내 제조사들의 특허 로열티 부담이 완화되면서 스마트폰 원가가 달라질 수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AP 시장에서 퀄컴의 글로벌 점유율은 37%로 애플(13.5%)과 삼성전자(11.7%)를 앞선다. 퀄컴은 2세대 이동통신(CDMA, GSM)부터 5세대(5G) 이동통신까지 광범위한 RF칩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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