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리듬을 쳐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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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리듬을 쳐줘요!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08.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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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 칼럼 ‘Blurred Lines’… 사랑, 섹스, 관계의 사회학

가끔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은 이렇게 시작된다. “예전에는 사실”.

아주 어릴 때, 20대 초반 그리고 지금. 가치관이 변해오면서 남자에 대한 생각도 당연히 변해왔다. 어린 시절, 이상형으로 머릿결이 좋고 어깨가 떡 벌어진 남자를 꼽던 나에게, 언니들은 아마도 몇 년 후엔 네 이상형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이야기해주곤 했었다.

. 현실적으로 바뀌었나? 글쎄, 어쩌면 더욱 이상(ideal)적인 이상형(ideal type)으로 바뀌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것을 다 따질 바에야 선입견 없이 마음을 열고 사람들을 대하는 게 편해졌다. 그리고 그럴수록 진짜 매력을 찾기 쉬웠다. 아무튼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남자에게 꼭 바라는 것이 있다. , 리듬감 좋은 남자가 좋다.

 

호감이 가는 상대방이 생기면 꼭 음악이 나오는 곳에 데려가곤 한다. 굳이 클럽이 아니라도 상관이 없다. 신청곡을 틀어주는 곳도 괜찮고, 아니면 음악이 좋은 라운지도 좋다. 그가 얼마나 리듬감이 좋은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가 일어서서 춤을 추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흥에 넘쳐 , , , !”를 외치며 튀게 행동하길 원하는 것 역시 더더욱 아니다. 그저 그가 그 분위기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지가 궁금해서다. 웬만큼 마음에 여유를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또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서야 낯선 곳에서 리듬을 타기란 쉽지 않은 법. 발이나 손, 특히 (내가 좋아하는) 턱으로 리듬을 타면, 난 금세 그가 침대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해진다!

 

리듬감을 탄다는 건, 수많은 것들을 의미하고 어필한다. 그가 지금 이곳에서 꽤나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다는 것, 동시에 그가 즐거운 기분이 든다는 것. 여자는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남자에게 성적으로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신감이 넘쳐나는 남자는 언제나 섹시한 법!

 

리듬을 탄다는 건, 또한 흐름을 탄다는 것과 같다. 흐름을 탄다는 건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한 여자 연예인이 TV에 나와서 자신의 이상형으로, ‘뭘 해도 어색하지 않은 남자’를 이야기 했었다. 내가 이 대답을 기억하는 이유는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했었기 때문. 나는 비슷한 맥락으로 리듬감이 좋은 남자를 생각했던 거였다.

뭘 해도 어색하지 않은 남자는 정말 흔치 않다. 어쩌면 가장 어려울지도 모른다. 어떤 분위기에도 어우러져야 하며, 어디를 움직여도 괜찮아보여야 하기 때문. 혹은, 처음이라서 풍겨 나오는 어쩔 수 없는 어리숙함마저도 꽤나 귀여워보여야 한다. 리듬감 좋은 사람이, 그러하다.

영화 여인의 향기의 명대사에, “스텝이 엉켜야 탱고라는 말이 있다. 리듬감이 좋은 사람이라면 실수라도 멋지고 자연스럽게 넘어갈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마치 탱고의 스텝인 듯! 그 어리숙함마저 빠지면 무언가 허전할 것 같은!

 

리듬을 타는 사람이라는 것은 주변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혹은 그것만 들을 줄 아는 굉장히 고집 센 사람이기도 하다). 어쩌면 작은 비트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꽤나 예민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 사람은 피곤하긴 하지만 섬세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감각이 열려있다는 의미다. 그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금 더 섬세한 섹스를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준다. 그는 아마도 성감대가 단순한 곳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것만 같다.

 

리듬감이 좋은 남자는 분명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EQ가 높다. 우리가 알다시피 EQ는 감성 지수, 즉 마음의 지능 지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을 EQ가 높다고 한다. 리듬감이 좋다는 것은 상황과 환경에 잘 공감한다는 것이다. 남자보다 감성적인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EQ가 높은 남자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심리학자 대니얼 골맨은 EQ를 간단히 이렇게 정의한다.

 

1. 자신의 진정한 기분을 자각하여 이를 존중하고 진심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

2. 충동을 자제하고 불안이나 분노와 같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

3. 목표 추구에 실패했을 경우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격려할 수 있는 능력

4.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공감능력

5. 집단 내에서 조화를 유지하고 다른 사람들과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

 

이 중에서도 그가 제일로 치는 것은 바로 공감 능력이다. 리듬감이 좋은 남자는 나의 복잡한 감정에 대해서도 머리 아파하지 않고, 마치 다정하게 감싸줄 것만 같은 인상을 심어준다!

 

게다가 그들의 특징은 유쾌해 보이기 때문에 유머러스해 보인다는 것. 유머감각 있는 남자가 얼마나 섹시한지에 대해서는 지지난 주 칼럼에 이미 충분히 이야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영화에 나왔던 매력남들, 특히 바람둥이들은 리듬을 끝내주게 잘 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리플리’에서의 디키(주드 로 분) 역시 굉장한 재즈광으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리듬감을 타면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더라!

 

리듬감이 좋은 남자는 신체가 부드러워 보인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난 상대방이 대단한 춤을 추길 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한 춤은 부담스럽다. 난 턱짓으로 리듬을 타는 정도가 제일 멋지다! 단지 그의 몸에 리듬감이 있는 전류가 흐른다는 것만 보여지면 된다. 음악 안에서도 딱딱한 남자들은 그저 딱딱해지는 것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리듬감이 좋은 남자는 딱딱한 무언가로 강약, 중강약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리듬감이 좋은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강’은 ‘약’이 있어야 ‘강’할 수 있다는 것을. 침대에서도 그들은 흐름을 잘 지휘할 것만 같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내가 ‘아직도’ 어려서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내가 여태껏 반했던 사람들은 다 리듬감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요즘 클럽에서 나오는 EDM뿐만 아니라 느릿한 노래에도, 혹은 굉장히 딥(deep)한 음악에도 턱짓으로 깊게 공감을 하던 이들.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물을지도 모른다.

“그런 남자들은 대부분 여자를 가볍게 대하지 않아?

아마도 리듬감이 있는 남자들이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당신이 그렇게 느끼는 건, 당신이 생각해도 그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

 

리듬감이 좋은 남자와 연애를 하면 좋은 마지막 장점은, 뭘 해도 즐거울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들은 흐름을 탈 줄 알기 때문이다. 강강강으로 피곤하게만 대하지도 않고, 약약약으로 지루하게만 대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즉흥적으로 주어진 시간을 대한다.

 

리듬감 하나만 가지고 비약이 심한 건 인정한다. 사실 난 남자의 ‘리듬감’에 대하여 이상형이라기보다 거의 ‘필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리듬감 좋은 남자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대단한지에 대하여 칭찬해주는 글이 없더라. 그들은 사랑받아 마땅한데 말이다!

난 알고 있다. 그 리듬감은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 터져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지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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