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리포트] 사상최장 황금연휴 '뒤끝'...日사회 불만속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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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리포트] 사상최장 황금연휴 '뒤끝'...日사회 불만속출 까닭은
  • 최가영 일본통신원
  • 승인 2019.05.13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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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황금연휴 무용론도 커져
日 SNS에 '#10연휴필요없어' 등장

 

도쿄역 2019년 4월 28일 오전 9시 56분, 골든위크 이용객으로 혼잡한 도카이도 신칸센 개찰구.사진출처=마이니치 신문
2019년 4월 28일 오전 9시 56분, 이용객으로 혼잡한 도쿄역 신칸센 개찰구.사진출처=마이니치 신문

[오피니언뉴스=최가영 일본통신원] 지난 주 사상 최장기간이었던 열흘간의 연휴가 끝난 일본이 연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현지 대중매체들도 잇따라 5월 황금연휴에 불만을 나타내는 일본인들의 사례를 쏟아내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긴 연휴인 황금연휴 '골든위크(Golden Week, GW)'는 매년 쇼와(昭和)천황의 생일인 4월 29일부터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쉬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천황 즉위식이 있었던 올해 황금연휴는  즉위일 앞뒤를 '휴일'로 추가해, 토요일인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장장 열흘간 이어졌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expedia.com)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인들의 유급휴가 취득률은 50%로 프랑스(100%), 영국(96%), 미국(71%)을 비롯한 조사대상 19개국 중 최하위다. 물론 93%인 한국보다도 훨씬 낮다. 이렇게 법으로 보장된 유급휴가조차 주위의 눈치를 보느라 좀처럼 쓰지 못하는 일본인들에게 골든위크는 멀리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나리타공항은 붐볐지만...비정규직 6000억 수입감소 발생 

일본 최대 여행사 JTB는 골든위크 중 여행에 의한 경제효과에 대해 국내여행자 2401만명이 8835억 6800만엔을, 해외여행자 66만 2000명이 1774억 1600만엔을 소비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이날 도쿄출입국재류관리국은 도쿄 나리타(成田)공항의 출국자수가 지난달 28일 약 6만 3000명, 입국자수가 지난 5일 약 6만 2000명으로 1978년 개항 이래 사상최다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간사이대학(関西大学)의 미야모토 가츠히로(宮本勝浩) 명예교수는 올해 골든위크의 경제효과 추정액이 약 2조 1395억 8969만엔(약 23조10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미야모토 명예교수은 골든위크 경제효과를 추산하면서 여행과 쇼핑 등으로 인한 플러스 측면 뿐 아니라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입감소를 포함한 마이너스 측면도 고려했다.

천황 교체로 연휴가 예년보다 사흘 늘어나면서 계약조건에 따라 실제로 일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미야모토 명예교수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 중 10%가 3일간 일이 없었다고 가정하면 약 556억 6000만엔(약 6010억원)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입감소가 발생한다.

서민층도 가혹했던 골든위크

뿐만 아니라 연휴가 생존에 직결되는 계층 또한 존재한다. 일본의 웹 매거진 '다이아몬드 온라인(DIAMOND online)'은 학교급식이 아니면 끼니를 해결하기 힘든 빈곤층 아동의 사례를 소개해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 노무담당자가 휴가 중이라 일거리를 찾을 수 없는 일용직 노동자, 휴무에 들어간 어린이집을 대신해서 아이를 맡길 곳도 없고 일거리가 줄어 수입감소를 우려하는 싱글맘의 사례를 소개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연휴를 즐길 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계층은 은행과 관공서, 병원 등의 휴무로 주요기능이 마비돼버린 텅 빈 도시에서 불편한 생활을 이어갈 뿐이다.

연휴가 끝난 후 제출해야 할 일기에 쓸 거리가 없어 고민했던 아이들은 연휴 중 다녀온 여행지에서 산 기념품을 교환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반 친구들 사이에서 다시 한 번 상처받는다.

특히 주부들은 쉬기는 커녕 연휴가 지옥이었다고 한탄한다. 인터넷매체인 뉴스포스트세븐은 "연휴라서 붐빈다는 이유로 외식대신 집에서 삼시세끼를 차리면 먹자마자 치우지도 않고 소파에 드러눕는 남편에게 심하게 화가 났었다"는 40대 주부의 사례를 소개하며, 골든위크가 가사노동에 지친 주부들의 불만을 증폭시켜 부부갈등과 이혼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간 스포츠는 의사이자 저널리스트인 모리타 유타카(森田豊)씨의 말을 인용해 연휴가 끝나고 '(직장이나 학교에) 가기 싫은 병', 일명 '오월병' 환자가 급증했다고 지적한다. 긴 연휴가 끝나고 학교나 직장에 가기 싫어지면서 연휴가 끝날 때쯤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몸과 마음의 병이 생기는데, 주요 증상으로는 두통과 어지러움, 피로, 짜증, 무기력 등이 있다고 한다. 

'#10연휴필요없어' 해시태그 등장

사정이 이렇다보니 트위터에는 '#10연휴필요없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야후재팬이 이번 연휴가 어땠는지를 묻는 설문조사에는 이날 오후 2시 현재 '10일간의 연휴가 아니었다(10일 연속 쉬지 못했다)'는 의견이 30.5%로 가장 많아 실제로는 연휴 중에도 업무를 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길었다(23.5%)', '즐겁지 않았다(10.1%)'는 부정적인 의견이 '즐거웠다(25.7%)'는 의견보다 더 많았다.

일본에는 유난히 주말을 낀 공휴일이 많다. 공휴일 자체도 주요선진7개국(G7) 중 가장 많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본 현지에선 '돈 들지 않는 정부의 경기대책'으로 자리매김한 일본의 연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점차 늘고 있다. 연휴기간동안 나라 전체가 정지되면서 수많은 부작용을 동반하는 황금연휴보다는 본인의 상황에 맞게 유급휴가를 쓸 수 있게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경기대책으로는 더 효과적이라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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