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약한 사람은 함께 할 수 있어 강자보다 강하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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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약한 사람은 함께 할 수 있어 강자보다 강하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5.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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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 안섞여서도 20년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두 남자의 휴먼 코미디
지체 장애 `똑똑한 형`과 정신지체 `힘 쎈 아우`가 '연대'해 살아가는 이유
'아주 특별한 형제' 공식포스터.사진=네이버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공식포스터.사진=네이버영화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사는게 힘들다는 말들을 한다. 그 힘듦이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에 따라 우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 아니면 극복 불가능한 것으로 나눈다.

아니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건강, , 친구, 위로, 사랑 등등. 힘듦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함이 사람마다 다른 것에 또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우리는 힘듦을 극복하고 또 살아야 한다. 삶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다.

장애인들에게 그 힘듦은 극복불가능의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비장애인들은 좀 더 버텨보라고, 희망을 잃지 말라 한다. 정작 자신들은  쉽게 포기하면서 말이다.

한사람은 어머니의 사망으로, 또 한사람은 어머니의 유기(遺棄)로 장애인 복지시설 책임의 집’에 온 두 사람이 있다. 영화는 장애를 가진 공통점 만으로 형제처럼 지내는 두 주인공 이야기다.

 

머리 좀 쓰는 형과 몸 좀 쓰는 동생, 그들의 이야기. 사진=네이버영화
머리 좀 쓰는 형(오르쪽 신하균 역)과 몸 좀 쓰는 동생(이광수), 그들의 이야기. 사진=네이버영화

사람이 태어나면 끝까지 살아가야할 책임이 있다

술 좋아하는 신부님(권해효). 기부와 후원을 받아 책임의 집을 근근히 운영한다. 신부는 시설의 이름을 책임의 집이라 명명했다. `누구나 한 번 태어나면 끝까지 살아가야할 책임이 있다`고. 그래서 책임의 집이라는 것.

지체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의 만남. 머리는 똑똑한데 몸을 쓰지 못하는 형 세하(신하균)와 몸은 건강한데 머리가 똑똑하지 않은 동생 동구(이광수)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존재로 20여년을 살아왔다. 세하는 동구가 휠체어를 밀어주지 않으면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동구는 뛰어난 수영실력을 갖췄지만 다섯 살의 지능으로는 사회생활이 쉽지 않다.

책임의 집을 운영하던 신부님이 돌아가시자 모든 지원금이 끊기게 되고, 지체장애인들과 지적장애인들이 분리되어 옮겨지게 될 위기에 처한다. 세하는 책임의 집을 지키고 동구와 함께 살기 위해 동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리고 장애인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경쟁할 수 있는 수영을 떠올리게 되고 구청 수영장 알바생이자 취준생 미현(이솜)을 수영코치로 영입한다.

동구를 수영대회에 출전시켜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하고 세하는 후원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동구를 수영장에 버리고 간 친어머니가 찾아오면서 재판을 통해 동구의 후견인을 정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세하와 동구, '재수탱이 수영선생' 미현과 드림팀을 이루다.사진=네이버영화
세하(앉은 이)와 동구(오른쪽 끝), '재수탱이 수영선생' 미현(왼쪽)과 드림팀을 이루다. 사진=네이버영화

어쩌면 '특별하지않은' 고달픈 취준생 미현

영화는 장애인의 힘듦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미현은 구립 수영장 아르바이트생이다. 비정규직으로 고시원에서 살며 캔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삶이 고단한 청년. 캔 음식으로 살다보니 캔 따는 소리만 들어도 내용물이 무엇인지 감별할 줄 안다.

세하와 동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사는게 왜이리 힘드냐고 푸념만 이어갔을 지도 모를 그. 세하의 토로에도 시크한 대답.

 

못 걷는것만 억울한거 아니에요. 걸어도 제자리인 것도 억울해.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자신의 고달픈 삶에 대한 푸념. 그러나 형제의 녹록치 않은 삶을 바라보다 그들을 따라나선다. 

형제와 미현이 함께 만든 드림팀은 우리 시대 약자들의 연대로 그려진다. 약자들이 힘을 합쳐야 살아갈 수 있다는 육상효 감독의 말처럼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삶이 힘든 이들이 함께 연대하고 위로해야 살아갈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그 연대와 위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주위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한다비장애인들은 그들의 연대를 의심하고 못미더워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장애를 이용하여 봉사 수료증을 만들어주고 돈을 벌었다는 고발세하가 동구를 노예부리듯 했다는 동구 엄마의 비난.

그러나 세하는 동구엄마에게 과연 누가 가족인지를 묻는다. 장애가 있어 유기한 자식을 부모나 친척이 다시 찾는 경우는 장애인의 상속포기를 위해서 혹은 장애인 수당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냐며.

 

가족이라구요? 우리는 짐이예요. .

 

진정 가족을 필요로 할 때는 짐짝처럼 버렸으면서.

 

"형아 미안,다음에는 더 잘할게." 사진=네이버영화
"형아 미안,다음에는 더 잘할게." 사진=네이버영화

 

형아 미안. 다음에는 더 잘할께.”

장애인이 다뤄지는 영화들은 대부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가 감내하고 극복해야하는 것들을 주제로 다룬 것들이 많다.

반면 이 영화는 장애인들의 결합은 비장애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불완전하고 불편한것이 아니며 따라서 그들이 불행할 거라는 시각은 선입견임을 말하고자 한다.

가족과 함께 산다면 그래서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보호를 받는다는 것 만으로 행복할까. 동구는 친어머니 식당에서 일을 도우려다 실수를 하고, 그 후 처럼 공간을 차지할 뿐이다. 멍하니 물안경 너머의 세상 사람들을 바라보는 동구.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사람들.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

동구는 자신의 삶의 주체가 아니라 철저히 수동적인 객체가 된다.

세하가 좋아하는 캔맥주에 빨대를 꽂아주고, 휠체어를 밀어주고, 새벽에 깨어 욕창 생기지 말라고 형의 자세를 고쳐 잡아주는 것은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오로지 동구가 형을 위해 할 수 있는 그의 역할이었던 것형제는 피를 나눈 가족보다도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형아.내가 휠체어 안 밀면 아무데도 못가지?”

 

동구는 다시 수영대회에 출전한다. 다음엔 잘하기로 형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형에 대한 복종이나 보답이 아니다. 같이 살아온 형제로 그들의 행복을 위해 마땅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이 영화가 '장애인의 자립을 그린 휴먼드라마'로만 평가받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가족영화,성장영화로 분류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약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 그것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간 사회의 약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방가방가’는 이주노동자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은 중국집 배달원) 를 만들어온 육상효 감독의 인터뷰는 고민을 좀 덜어준다. 

 

강한 존재라면 신 같은 존재라면 혼자 살 수있다.그런데 우리는 서로 도와야한다.그래야 죽지않고 버텨낼 수 있다. 자주 희망을 잃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이 메시지가 전해지면 좋겠다. ('cine 21' 인터뷰 중)

 

 

알고 보면 더 재밌어요

이광수와 이솜은 영화 촬영 전까진 수영을 할 줄 몰랐다고.

   멋진 역영장면은 4개월  특훈의 결과.

영화는 장애인 공동체예수의 집에서 십여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 장애인 박종렬 씨의 실화를 토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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