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Vs 인터넷은행' 치열한 핀테크 경쟁...선택 폭 넓어진 '중저신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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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Vs 인터넷은행' 치열한 핀테크 경쟁...선택 폭 넓어진 '중저신용자'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5.09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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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비대면 서비스 혁신성, 인터넷은행과 다르지 않아"
인터넷은행 "중금리대출 시장 공략·예적금 금리 높여 경쟁력 강화"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면서 은행권에서는 '혁신'을 무기로 출범했던 인터넷은행의 특·장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사진제공=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면서 은행권에서는 '혁신'을 무기로 출범했던 인터넷은행의 특·장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사진제공=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시중은행들이 핀테크 시대에 발맟춰 디지털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과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이라는 혁신을 무기로 등장한 인터넷은행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6개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은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간편하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는 것을 비롯해 복잡한 절차 없이 손바닥 정맥을 통한 금융 거래, 1~2초 만에 이체할 수 있는 간편 서비스까지 출시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프렌즈 효과를 톡톡히 봤던 카카오뱅크에 대항한 캐릭터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 시중은행, 금융 혁신은 물론 캐릭터 마케팅까지

인터넷은행은 출범 직후 무점포 운영으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모바일로 소화 가능하고, 공인인증서 등록 등 까다로운 절차 없이 간편하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40대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캐릭터 마케팅 역시 젊은 소비자를 흡수하는데 큰 효과를 봤다. 

그러나 '디지털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는 시중은행의 반격도 만만찮다. 인터넷은행만의 특·장점으로 부각됐던 '간편 금융 거래' 서비스를 출시·도입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별도의 로그인 없이 이체 가능한 '바로이체' 서비스로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신한 쏠(SOL) 이용자는 스마트폰 바탕화면의 앱을 1~2초간 누르면 나오는 '바로이체'를 선택 후 계좌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이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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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시중은행은 간편하고 쉽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전용 앱과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바이오 정보(손바닥 정맥)를 통한 신개념 금융 거래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민은행 '손으로 출금 서비스'는 한 번의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통장, 인감, 비밀번호 없이 예금 입출금이 가능하다. 기업은행 '디지털 뱅킹존'은 손바닥 정맥 인증을 통해 입출금통장, 체크카드, 적금 등 상품 가입은 물론 보안카드 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 50여개의 업무를 직원 없이, 즉 비대면으로 가능하다.

우리은행과 농협은 친숙한 캐릭터를 앞세워 카카오뱅크의 카카오프렌즈 효과에 맞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스마트스터디와 업무협약을 통해 영유아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핑크퐁과 아기상어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농협은 '개구쟁이 스머프' 캐릭터로 디자인한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을 출시했다. 

여기에 금융지주사들은 핀테크·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어 시중은행들의 디지털화는 더욱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 "인터넷은행 특·장점 사라져…" 은행권 이구동성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인터넷은행만의 특·장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출범 초기에는 비대면 서비스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부각됐는데 최근 시중은행들이 비슷한 서비스들을 내놓으면서 특·장점이 사라지는 동시에 영향력이 작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의 비대면 서비스 확대가 영업점 축소로 곧바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고령층의 경우 아직도 지점을 방문,  은행원들과 대면 상담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무점포 운영·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기에는 비교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의 비대면 서비스 확대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제3의 인터넷 뱅크 출현에 대비하면서 시장 잠식을 막기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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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는 '혁신성'을 내걸고  지난 2017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인터넷은행 관계자들 역시 새로 선보이는 인터넷은행이 '혁신성'이라는 추상적 개념의 서비스만으로 시중은행과 차별화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기발한 서비스 만으로 경쟁하기엔 막강한 자금력과 인력을 갖고 있는 시중은행의 화력에 당해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소비자 타깃을 중저신용자나 직장인 등으로 특화시키는 틈새시장 공략이 인터넷은행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에서 간편앱 등 다양한 금융 혁신 서비스 등을 도입하면서 인터넷은행만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는 것 같다"면서 "시중은행도 소비자 편익 제고 차원에서 인터넷은행 못지않은 간편한 금융 서비스들을 도입하고 있어 (인터넷은행만의)혁신적 서비스라는 장점이 점점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의 관계자는 "결국 시중은행 문턱이 높은 중저신용 금융소비자층을 흡수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 될 것"이라면서 "인터넷은행들이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의 적당한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메기효과 분명했다"…'틈새시장' 중금리 대출 시장 공략

최근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증자와 대주주(KT) 적격성 문제 등에 부딪혀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2호인 카카오뱅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에선 출범 초기 부각됐던 '혁신성'이 퇴색되고 있지만,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시중은행들이 소비자 중심 서비스를 출시, 편의성이 높아진 긍정적인 효과(메기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이 비교적 무게를 두지 않았던 중저신용자 대출 상품(중금리대출)을 비롯해 예적금 및 대출 금리 역시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모두 정부의 '포용 금융'에 발맞춰 기존 1금융권에서 소외됐던 개인 중신용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중금리대출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올 1분기까지 적극적이었던 곳은 케이뱅크였다. 지난해 신용대출 중 중금리대출 비중이 33.01%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 2년간 6000억원 규모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했고, 올해는 연간 60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대주주인 KT의 통신정보를 접목한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해 대출 한도는 기존은행(약 2000만원)보다 최대 3000만원 높은 5000만원(슬림 K신용대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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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에서 비교적 비중이 적은 중금리대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케이뱅크 관계자는 "혁신성에 대해선 시중은행과 차이가 없어졌다"면서 "다만 케이뱅크는 포용 금융 차원에서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해 중금리대출 대상자를 확대하고 있고, 기본 예·적금 금리 역시 은행권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월 중금리 대출 상품이 '사잇돌 대출'을 출시해 두달 만에 1220억원을 공급했다. 또한, 연내에 개인사업자(SOHO)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 등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까지 중금리 대출 1조원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금리대출 공급규모는 3년 만에 5배 가까이 성장했다. 민간 금융권에서 공급한 중금리대출 규모는 2016년 9481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누적 규모는 4조5000억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인터넷은행, 수신금리서도 아직까진 두각  

예·적금 고금리 역시 인터넷은행의 강점이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자료를 보면 예금, 적금금리 모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가 가장 높았다.  

12개월을 기준으로 정기예금 금리는 케이뱅크의 '주거래 우대 정기예금(2.50%·우대금리 포함)'이 가장 높았고,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뱅크 정기예금2.35%)이 뒤를 이었다. 적금 금리 역시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이 2.80%로 가장 높았고,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뱅크 자유적금'이 2.50%로 2위를 차지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와 간편함을 무기로 등장한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시중은행들도 소비자 편익을 우선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전체적으로 금융 거래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인터넷은행이 100년 전통의 시중은행처럼 상품 라인업이 다양하진 않지만, 금융 거래 프로세스 혁신을 지속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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