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리포트] 우리도 우버처럼...남미에 빠르게 확산되는 '배달 어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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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리포트] 우리도 우버처럼...남미에 빠르게 확산되는 '배달 어플' 
  • 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
  • 승인 2019.05.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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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어플 라삐(Rappi), 글로보(Globo) 남미시장에 빠르게 확산 중
적은 자본에도 체력, 의욕있으면 창업가능해 베네수엘라 이민자들 몰려
부에노스아이레스 빨레르모지역에서 '35분 배달'이라는 배낭을 매고 차들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라삐 배달원. 사진=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 지하철 입구에 걸려있는 “40분 이내로 도착하지 않으면 모두 무료!” 라는 광고 문구를 자신 있게 걸어 내건 건 바로 콜롬비아계 업체 라삐(Rappi)다.

오늘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를 걸어 다니는 사람이라면 자전거를 탄 청년들이 커다란 큐브 모양 분홍색 또는 노란색 배낭을 메고 차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도로를 질주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를 질주하는 자전거 배달족

가방에는 커다란 글씨로 'Rappi' 또는 'Glovo'라는 로고가 써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 들다가, 그들의 정체를 알고 나면 오히려 몸에 기운이 빠지고 뭔가 ‘이상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21세기에, 왜, 굳이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배달은 새로 생긴 직업도, 현상도 아니다. 음식, 우유와 신문, 장보기, 세탁, 술, 담배에 이르기까지 배달업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했고,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우리 일상 생활의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어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주문형 경제’는 기존의 배달업과는 몇 가지 차이점이 존재한다.

먼저 상품에 대한 수요가 아니라 편의에 대한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배달서비스에 특화돼 있다.

노동구조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나는데 근무위치와 시간도, 배달할 상품도 매번 달라지는 데다 결정적으로 고용주가 없다.

오늘날 라삐, 글로보는 중개역할을 하는 '플랫폼'이길 자처하고, “스스로의 보스가 되세요!” 라는 문구로 배달 '회원'을 모집한다. 때문에 이 어플에 등록된 배달업 서비스 종사자들은 법적으로 '자영업자'로 등록된다. 당연히 사고나 재해에 대한 기업의 보호나 책임이 존재할 리 없다.

◆빈부격차를 활용한다는 비판...기회인가 착취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에서 라삐와 글로보가 급성장한 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다. 아주 적은 자본을 가지면 체력과 의욕만으로 당장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은 국가경제 붕괴로부터 탈출해 온 이민자들에게는 한 줄기의 빛과 다름없다.

우버(Uber)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경험이나 따로 초기 자본이 따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업계 진출이 쉽다. 결과적으로 라삐와 글로보와 같은 플랫폼, 주문형(On-Demand) 경제가 성공하기 까지 핵심적 역할을 한 건 획기적인 신기술의 등장이 아니라, 기꺼이 일할 가난한 사람들이었다는 말이다.

이 부분이 바로 주문형 경제가 결국 자본주의 체제에서 약자를 착취하는 구조라고 비판받는 이유이자, 이 획기적인 새로운 모델의 명(明)과 암(暗)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인해 쉽사리 경제활동의 기회를 얻기 힘든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증가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 특히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라삐와 글로보는 단연 가장 접근성이 좋은 초기 정착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배달어플. 야간에는 시급이 더 올라간다.  사진= 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

 

◆ 주문형 경제의 서비스 상품화

주문형 경제는 서비스의 상품화(Service Productization)를 통해 급성장하는 비지니스 모델이다. 긱이코노미 (Gig Economy:비정규 프리랜서 근로형태가 확산되는 경제현상)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모델은 서비스 강화를 위해 어플리케이션 회사가 제품을 추가하거나, 서비스 제공업자가 관련 제품을 출시하면 표준화·체계화·자동화를 통해 서비스가 대량생산되는 제조업화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사례로는 우버가 있다.

현재 라삐는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 파라과이를 제외한 남미의 모든 국가에 진출한 상태다. 아르헨티나 시장에는 2018년 2월 진출한 이후, 전국 총 주문 건 수가 매월 25%씩 성장하는 등 쾌속항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만 50만 건의 주문 건수를 기록했다.

한편, 스페인계 스타트업회사 글로보는 전세계 25개의 국가에서 이용 중인 동종계열 경쟁업체다. 4월 30일에는 아마존과 ECI에 맞서는 온라인 슈퍼마켓으로 확장하기 위해 1조5000억 유로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참고문헌>

https://www.iproup.com/economia-digital/2235-plataforma-e-commerce-comercio-electronico-Rappi-Glovo-y-Pedidos-Ya-como-se-reparten-el-negocio

https://www.24con.com/nota/193211-la-muerte-de-un-trabajador-de-rappi-que-nadie-reconoce/

http://revistaanfibia.com/cronica/capitalismo-traccion-sangre/

http://www.ciokorea.com/news/121607

 

● 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 사회과학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이민과 국경의 지정학 및 초국가적 농민운동에 관심이 많다. 언젠가 문학 번역에 도전해보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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