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흑역사30년]⑨ LG카드 유동성 위기…그리고 수상한 주식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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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흑역사30년]⑨ LG카드 유동성 위기…그리고 수상한 주식거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4.28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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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부, 신용카드 남발 방관...카드사들, 카드채 상환 불능 사태 몰려
LG카드, 대규모 유상증자 앞서 대주주 일가중 주식매도 `의혹`
1심, 징역3년에 벌금 225억원 선고...2심 "미공개 정보 이용 아냐" 무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내수 진작과 세수 증대를 위해 국민들에게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다.2001년 LG카드 CF.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그해 4월 증권감독원(금융감독원의 전신)은 최초로 상장기업의 내부자거래를 적발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금융감독원이 얼마 전 펴낸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는 자본시장 30년의 역사를 담았다. 금융감독원의 도움과 다방면의 취재를 통해 30년간 적발된 불공정거래 주요사건을 정리한다. 이 연재 시리즈의 목적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일조한다는 데 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후였다. 당시 정부는 내수 진작과 세수 증대를 위해 국민들에게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다. 그 일환으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가 사라졌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도입됐다.

신용카드사들은 정부 정책에 맞춰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해줬다. 번화가에서는 사은품을 내걸고 카드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심지어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까지 카드를 발급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머지않아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계층은 은행 대출 대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카드빚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별다른 소득없이 무분별하게 카드를 사용한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였다.

◆ LG카드 ‘흑자 전환’ 예고했으나 2700억원 분기 손실

이는 신용카드사들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2002년부터 카드 이용자들의 연체율이 급증했고 결제 대금을 ‘돌려막기’하다 파산에 이르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특히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를 위해 발행한 단기성 카드채가 회사의 유동성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카드채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하자 카드사들이 파산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LG카드는 신용카드사들 중 부실 규모가 큰 곳이었다. 2003년 3월 LG카드 자체 연체율이 10%대까지 치솟았고 누적 적자는 3000억원 대에 이르렀다.

같은해 4월 정부는 카드사 유동성 문제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카드사들의 카드채 만기를 연장하는 한편 카드사들이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LG카드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약 1조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특히 당시 대표이사였던 이모 사장은 인터뷰 기사를 통해 “LG카드가 3분기에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회사 주가가 안정세를 찾아갔다.

그러나 LG카드 연체율은 9월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적자 규모 역시 점차 확대됐다. 회사 측은 같은달 22일 2000억원 규모 추가 유상증자를 검토, 10월 30일 이 계획을 공시하기에 이른다. 이어 10월 31일 발표된 LG카드 3분기 실적은 이씨의 공언과 달리 2700억원 대규모 적자였다. 누적으로는 손실 규모가 1조원을 넘었다. 이날 LG카드 주가는 하한가까지 급락했다.

자료제공=금융감독원

◆ 유상증자 공시 전 대주주 일가의 주식 매도

이 가운데 금감원은 LG그룹 대주주 일가의 수상한 주식 매도를 포착했다. 실제 조사 결과 그룹 내부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LG그룹 대주주 일가의 주식은 LG화학의 재무관리팀 이모 상무가 포괄위임을 받아 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상증자를 결정한 2003년 9월 22일부터 유상증자 계획이 공시된 2003년 10월 30일까지 이 상무가 LG그룹의 대주주 일가 중 한 명인 최씨의 주식 180만주를 전량 매도한 것이다. 최씨는 대한펄프의 최대주주이자 LG그룹 구모 명예회장의 사위로 LG카드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었다.

이 상무는 소속만 LG화학일뿐 LG그룹 개인 대주주의 자금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주식매매·대출 등 법률행위를 비롯해 계좌 개설의 대행, 세금정산 및 신고 등 사실행위도 대행했었다. 즉 증권거래법 제188조의2 제1항 제5호에서 규정한 최씨의 ‘사용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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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는 2003년 신용카드사 유동성 위기 당시 부실 규모가 큰 곳이었다. 사진=YTN 보도화면

◆ 1심 유죄…2‧3심서 무죄 선고

금감원은 9월 22일경 2차 유상증자가 결정된 후 대주주 증자참여를 요청받는 과정에서 이 상무가 유상증자 정보를 분명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유상증자 소식이 알려지면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최씨의 LG카드 지분을 매각했다는 판단이었다.

유상증자는 증자배경에 따라 정보의 성격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LG카드의 사례처럼 재무상황 악화나 과도한 증자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이 우려된다면 악재성 정보로 분류된다. 반면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결정일 경우 호재 성격이 부각된다.

이에 금감원은 이 상무를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 위반으로 수사기관 통보 조치했다. 실질적으로 이득을 본 최씨에 대해서는 주식 매도를 지시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으나 증권거래법 제215조 양벌 규정에 따라 함께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1심에서는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각각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225억원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이들이 유상증자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2심 법원은 두 사람에게 무죄 선고를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유상증자 정보가 생성된 시점이 9월 22일 경으로 보이지만 이 상무가 주식 매도를 위해 계좌를 개설한 시점은 이보다 이전인 9월 19일이라는 점을 비춰보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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