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칼럼] 민주공화제를 다시 생각함②: 국회 육탄저지, 민주공화제의 교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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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칼럼] 민주공화제를 다시 생각함②: 국회 육탄저지, 민주공화제의 교란자들
  •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4.2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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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헌정, 국정의 중심 `의회`...대통령제, 의원내각제 모두 `의회민주주의`
의회 입법권, 헌법원리 `법치주의` 핵심 권한...시민의 정치적 평등 구현
임시헌장 100주년에 국회 `아수라장`...누가 `민주공화제` 교란하는가
김종철 교수
김종철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00년 전 4월 11일 임시의정원에서 의결한 ‘임시헌장’은 민주공화제를 국가형태로 선언했다. 임시정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임시헌장에서 민주공화제의 핵심적 원칙과 제도를 담은 것은 그 만큼 중요한 헌정사적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임시헌장은 모두 10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권력구조와 관련해 의미가 있는 규정은 제2조와 제10조다.

제2조는 “대한민국은 임시정부가 임시의정원의 결의에 의하여 통치함”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0조는 “임시정부는 국토회복후 만 1개년 내에 국회를 소집함”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제2조는 국가 주요정책이 임시의정원에 의하여 의결되어야 하고 임시정부가 그에 따라 통치하는 의회민주주의 원칙과 법치주의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제10조 또한 임시정부가 정식정부로 출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과제가 국민대표로 구성된 합의제 기관인 의회를 구성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로써 임시헌장의 제정자들이 민주공화제의 근간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권력구조의 모습은 국정의 중심이 국민대표자들의 합의제 기관인 의회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제든 의원내각제든 국정 중심은 `의회`

국정의 중심이 의회라는 것이 정부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결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공화제를 채택한 현대 국가들이 대표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정부형태인 의원내각제나 대통령제 모두 국정의 중심을 의회에 두고 있는 의회민주제를 표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헌정이나 정치체제와 관련하여 많이 왜곡되어 이해되고 있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와 정부형태의 헌법적 의의 혹은 민주공화적 의의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제가 대통령을, 의원내각제가 의회를, 각각 국정의 중심에 두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래서 대통령제를 대통령중심제로, 의원내각제를 의회중심제로 부르기도 한다. 대통령‘중심’제나 의회‘중심’제가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이때 사용되는 ‘중심’의 의미를 곡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수평적 권력분립에 충실한 민주공화제에 부합하기 위해서 분명한 것은 이때의 ‘중심’이 지칭하는 것은 세 가지 국가기능의 하나인 ‘행정’에 관한 것이지 국정전반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는 행정의 중심이 대통령에 있고, 대통령은 그 선출과 직의 유지에 있어 의회의 신임에 의존하지 않아 의회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반면, 의회중심제는 행정이 일상적으로 수상(혹은 총리)이 주도하는 내각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그 선출과 직의 유지는 의회의 신임에 의존하므로 내각은 의회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고 내각 자체가 의원들로 구성된다.

그러나 두 정부형태 모두 국정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이 의회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대통령제 정부형태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국정을 자의적으로 운영할 수 없으며 오로지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기초하여 행정을 담당할 뿐이다.

국회에서 `빠루`를 든 폭력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국정의 중심` 의회가 실현할 민주공화제의 핵심요소 `법치주의`를 교란하기에 국민적 지탄을 받는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국회에서 `빠루`를 든 폭력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국정의 중심` 의회가 실현할 민주공화제의 핵심요소 `법치주의`를 교란하기에 국민적 지탄을 받는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의회 민주주의, 민주공화제 핵심적 요소 `법치주의` 확인    

대통령제의 대표적 국가인 미국의 경우에도 이 점은 분명하다. 미합중국 헌법은 헌법 제1조에서 연방의회가 행사할 수 있는 입법권의 범위를 열거하고 이 연방법률에 근거해서 대통령이 맡게 되는 집행부가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국정의 시발점이자 중심이 국민대표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관인 의회라는 의회민주주의가 민주공화제의 핵심적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는 헌법원리가 법치주의이다.

민주제, 군주제, 귀족제와 같이 다양한 정치체제들이 각각 참주정, 과두정, 중우정의 위험을 안고 있기에 이러한 요소들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결합하는 혼합정(mixed government)이 공화제에 적합한 정치체제이다.

이 체제에서 참주정, 과두정, 중우정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권력은 반드시 문자로 객관화된 법에 의해서만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치주의가 핵심원리가 된다.

국정과제인 법을 제정하는 것이 입법권이고 이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국민대표들의 합의제 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정치적 평등에 기초한 시민의 정치를 추구하는 민주공화제에 필수적이다. 임시헌장이 민주공화제를 채택하면서 제2조와 제10조를 둔 이유가 근본적으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국회 `아수라장`...선거제, 검찰개혁 막는자 누구인가

민주공화제 100년을 맞은 대한민국 국회가 아수라장이다. 남의 나라 중국 상하이 프랑스 조계 한 구석, 초라한 회의장에 모여 오로지 3.1대혁명의 역사적 정신을 발현하여 민족사상 최초의 민주공화제를 수립하겠다는, 100년 전 임시의정원의 결연한 분위기를 상상해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공화제가 국정의 중심에 의회를 둔 취지는 아랑곳없이 회의장 점거, 동료의원 감금, 팩스 사보임과 병원결재, 사보임 효력정지가처분, 경찰 신고 및 검찰 고발 주장이 난무한다. 국민중심 공공선을 추구하는 민주공화국의 의회에 국민과 공공선은 없고 오로지 정파적 이해만이 남았다.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닭과 달걀의 논쟁과 비슷해 보이는 형국이지만 문제의 발단인 선거개혁이나 검찰개혁의 취지를 고려하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정파가 누구인지 시시비비를 분명히 할 여지가 생긴다.

민주공화제의 필수요소인 의회민주주의의 전제가 합의제 기관인 의회의 정당한 구성임을 고려하면 현행 선거제는 민주공화제를 효과적으로 구현하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 지역대표에 과도한 가중가치를 부여하여 유권자 과반수 이상의 의사를 대변할 대표를 의회에 보낼 수 없는 선거제는 정당성을 갖춘 의회를 구성하는 제도라고 보기 힘들다.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권력행사의 부정의를 초래한 전과에도 불구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의 분권은 법치주의의 핵심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개혁과제다.

의회절차의 육탄저지는 이런 민주공화제를 위한 개혁을 위해서라면 모를까 이번 사태의 경우처럼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에는 도저히 정당화될 수 없는 패악일 뿐이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국민이 어설픈 양비론에 빠지지 않고 현명한 판단으로 민주공화제의 교란자들을 심판하는 결단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공법학회·한국헌법학회 부회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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