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美 민주당 '당선가능성 1위' 조 바이든, 대선출마 선언
상태바
[Who is] 美 민주당 '당선가능성 1위' 조 바이든, 대선출마 선언
  • 권혜미 뉴욕통신원
  • 승인 2019.04.26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인 중산층에 어필하는 경륜 갖춘 후보...'트럼프 재선' 저지할 안정적인 카드
과거 정책 결정 기록이 발목될 수도...여성·인종 문제 등에서 '문제있다' 지적도
2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사진=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뉴욕=권혜미 통신원] 트럼프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혔던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5일(현지시간) 2020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 출마를 선언했다.

그 동안 출마설만 무성했지 얼마 전까지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던 바이든 전 부통령이 출사표를 던지자 마자 이미 출마 선언한 19명의 민주당 후보 중 선두를 달리던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을 제치고 여론 조사 1위를 차지하는 등 거물 후보로서의 위력을 과시했다.

◆ '대선출마' 선언하자 여론조사서 1위  

출마 선언 비디오에서 바이든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식 갈등과 반목으로 미국적 가치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버지니아 샬롯빌의 백인 우월주의자 시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양쪽 다 좋은 사람들이다”고 말한 것에 대해 바이드 부통령은 "내가 살아 오면서 그처럼 미국의 존재에 위협이 되는 순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지금 미국은 미국의 영혼에 대한 전쟁을 치루고 있는 중이며, 만약 트럼프가 또 당선된다면 미국의 성격을 영원히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출마의 변을 더했다. 

올해 78세로 1972년에 상원에 당선된 이후 40년 동안 상원 의원 그리고 지난 8년 동안의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을 수행해온 조 바이든. 정치적 경륜과 전문성을 따라 잡을 정치인은 드물다.

1988년과 2008년에도 민주당 대선에 뛰어 들었으나 실패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러닝 메이트로 2008년과 2012년 선거에도 나가는 등 총 4회의 대선 경험이 있는 노련한 베테랑이다.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 후보
지난 몇년 동안 미국 민주당의 이념 성향은 노조를 중심으로 한 백인 노동자층과 흑인이 기반이 됐던 과거 전통적인 중도 성향에서 진보 쪽으로 이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대선때만 해도 버니 샌더스의 ▲무상 대학 교육 ▲대학 학자금 탕감 ▲무료 의료 보험 (Medicare for all)과 같은 공약이 급진적인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에는 다수의 민주당 대선 후보들도 비슷하거나 더욱 진보적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발전과 밀레니얼 세대 (81년생에서 96년생)인 유권자층 등장으로 민주당의 기반이 교육 수준이 높고 진보적인 성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여성, 성 소수자, 인종적 다양성 이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진보화하는 지지층을 반영해 20명의 민주당 대선 후보군은 여성 6명, 흑인 2명, 히스패닉 1명, 게이임을 밝힌 후보자 1명 등 미국 역사상 가장 다양성 있는 그룹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미국 유권자는 의료를 포함한 복지, 세금 그리고 교육 문제에서 보수적이고 중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선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정책 대결도 중요하지만 누가 본선에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지가 민주당 선거인단의 최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도 성향의 백인 중산층 유권자가 친숙하게 여기고 국정 운영이 경험이 풍부한 바이든은 급진적 성향의 샌더스보다는 민주당 지지자에게 안정적인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다.

2008년 대선에서 정치 신인이자 최초 흑인 대통령 후보였던 오바마가 중진 상원 의원이던 바이든을 부통령 러닝 메이트로 선택한 이유도 선거인단 수가 많은 격전지인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미시간 등 쇠락한 공업지대 (Rust Belt)에서 백인 노동자들에게 먹혀 들었기 때문이다. 

퀴니팩(Quinnipiac) 대학이 지난 10일 캘리포니아주의 민주당 성향 유권자 4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는 이런 기류를 그대로 보여준다. 설문조사에서 조 바이든을 가장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26%인데 반해 대선에서 이길 후보를 고르라는 문항에서는 35%가 바이든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샌더스를 가장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18%인데 반해 당선 확률에 대해서는 17%만이 꼽은 것과 대조를 보인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차기 대선출마를 조롱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자료=트윗 캡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차기 대선출마를 조롱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자료=트윗 캡처

◆ 바이든 등장에 긴장하는 트럼프
지난 2년 동안 TV와 뉴스 지면을 자신의 소식과 트윗으로 온전히 채워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고만고만한 민주당 후보군이 점차 미디어 시간을 잠식하자 심기가 불편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강력한 경쟁자인 바이든의 공식 출마 선언이 반가울 리 없는 건 당연하다.

그는 바이든의 출마 선언 3시간 만에 “졸음쟁이 조 (Sleepy Joe, 바이든 별명: 오바마 대통령 연설 도중 조는 모습이 TV에 생중계된 데서 유래) 대선에 환영합니다. 당신이 성공적인 민주당 예비 선거 유세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지능이 있기를 바랍니다. 뭐 오랫동안 있는지 의심을 받긴 했지만. 당신은 매우 역겹고 악마적인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될거예요. 민주당 선거에서 이기면 대선 입구에서 봅시다!”라고 조롱하는 트위터를 보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그리고 미시간주에서 승리하면서 대권을 쥐었다. 

마침 바이든의 고향이 펜실베니아이고, 그가 지난 대선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고향에서 첫 번째 유세를 시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해 CBS 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과 경쟁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이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와 경제 정책의 책임과 상원에서 한 법안 투표와 관련된 과오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민주당 선두주자의 등장이 영 불편한 듯하다. 바이든의 공식 출마일인 목요일에 폭스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하고, 인디애나에서 열리는 전미총기협회에서 연설을 잡는 등 자신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과거 여성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보도가 터져 나오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를 공항에서 맞이하며 등허리를 감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바이든 발목 잡는 '아나타 힐 사건' 바이든의 리스크
40년 넘게 정치권에 몸담아 온 바이든 의원은 상원의원 시절 첫 번째 투표가 베트남 전쟁에 관한 안건일 정도로 오랫동안 외교와 국내 정치에 대한 정책 결정에 관여해왔다.

바이든은 인종 통합 버스에 반대하고, 결과적으로 흑인 수감자를 늘린 범죄 법안과 총기 통제를 완화하는 법안에 서명을 한 기록이 있고 이라크 전쟁도 찬성했다.

특히 민주당의 진보 지지자들이 가장 문제 삼는 이슈는 '아나타 힐 사건'이다. 

1991년 부시 대통령이 대법원 판사로 지명한 크러렌스 토마스의 상원 청문회에서 토마스의 부하 직원이던 흑인여성 아나타 힐은 그의 성폭행 사실을 고발했다.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백인 중년 남성 바이든이 아나타 힐을 다그치고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압박 질문으로 괴롭힌 장면은 오랫동안 미국 대중의 뇌리에 남아 있다.

결국 토마스 판사는 바이든의 지지로 청문회를 통과해 대법원 판사가 됐지만 이후 조사 결과 아나타 힐의 진술은 옳았고 다른 피해자가 또 있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여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법이 발효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성과 흑인 유권자의 여론을 의식한듯, 바이든의 대변인은 바이든이 출마 선언 직전인 이달 초 브랜다이스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인 아니타 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나타 힐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의 사과는 충분치 않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이달 초에는 바이든이 여성의 허리와 어깨를 만지고 귓속말을 하는 등 과거 부적절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기사가 터져 나왔다. 곧바로 사과하기는 했지만 미투(me too) 운동으로 유권자의 평가 기준은 높아졌는데 바이든이 문화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