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화, 5G] ③"좀 늦어도 괜찮아...당장은 필요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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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화, 5G] ③"좀 늦어도 괜찮아...당장은 필요없으니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4.22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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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시대 맞는 소비자들, "4G 속도 만족 & 새 스마트폰 부담"
통신사업자가 이끄는 5G시대, 가벼운 콘텐츠 이용자엔 `無 매력`
관련산업 수요 아직 크지 않아...소비자 일부 `통신 지체자`로 만족
사진=KT 5G 프로야구 Live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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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또 뒤처지는 사람이 되겠네요”

회사원 김수연(26·가명)씨에게 5세대 이동통신(5G)는 ‘먼 나라’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아이폰XS를 구매하면서 다시 한 번 롱텀에볼루션(LTE) 시대를 살기로 했다. 이전에 사용하던 ‘아이폰5S’를 5년 넘게 썼던 만큼 아이폰XS 역시 최대한 오랫동안 사용할 생각으로 약정기한을 길게 잡았다. 적어도 3년쯤은 LTE족으로 살아야 하는 셈이다. 사실 김씨는 2G에서 3G로,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도 ‘얼리 어답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 5G 스마트폰이 부담스러운 20대

김씨가 5G를 모르는 건 아니다. TV를 켤 때마다 혹은 인터넷을 이용할 때마다 5G 광고를 접했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 모델들이 뛰어다니고 춤을 추며 화려하게 5G 시대를 소개한다. 어쨌든 머릿속에는 ‘세계 최초’ 국내 5G가 LTE보다 ‘수십배’ 빠르다는 정보가 남았다. 하지만 마음에 와 닿는 건 다른 문제다.

어차피 김씨는 몇 년 간은 LTE만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광고 속 모델처럼 평소에 게임을 즐기지도 않고 아이돌에 빠져있지도 않는다. 친구들과 강남이나 홍대를 찾았을 때 ‘5G 체험하고 가라’는 판매원들을 만났지만 직접 그 안에 들어가 볼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주변에서도 5G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사진=LG유플러스 U+VR 스타데이트 광고
사진=LG유플러스 U+VR 스타데이트 광고

다만 왠지 모르게 약간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LTE요금제와 5G요금제 차이가 크지 않은데 5G 스마트폰을 구매한 사람들만 더 좋은 서비스를 받는 것 같아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LTE가 끊긴다는 글을 잇달아 보니 자신의 LTE도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김씨는 “당장 내가 5G 모델 스마트폰을 살 수는 없으니 내가 받는 서비스도 그대로인 것 아니냐”며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지만 몇 년 후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교체할 때가 되어서야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5G 시대에도 LTE 선택

회사원 이승현(34·가명)씨에게 5G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이씨는 지난 8일 ‘아이폰X’를 구매했다. 이미 대대적으로 이동통신 3사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뤄내고 삼성전자에선 ‘갤럭시S10 5G’ 모델을 출시했을 때였다.

집 주변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찾았더니 유리 벽면에 온통 5G 홍보뿐이었다. 이씨의 상담을 맡은 직원이 5G와 5G 모델 스마트폰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긴 했지만 무심하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 진작부터 5G는 고려대상에서 제외했다. 5G 요금제는 LTE 요금제와 큰 차이가 없어도 ‘갤럭시S10 5G’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이번에 휴대전화를 바꾼 것도 신제품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2014년부터 사용하던 ‘아이폰6’가 너무 오래됐을 뿐이었다.

이씨는 김씨처럼 ‘뒤처진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굳이 5G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이 없어서다. 이동통신사의 ‘빵빵한’ 5G 혜택도 이씨를 사로잡지 못했다. 무엇보다 ‘아이폰6’로 5년여 간 문제없이 LTE를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메신저를 이용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야구 동영상을 볼 때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이상 ‘느리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당장 ‘아이폰X’에 2년간 약정을 걸어서 그 기간에는 꼼짝없이 LTE만 써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만 쓸 수 있다면 문제 없을 것 같다.

이씨는 “출퇴근 할 때나 일을 할 때 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헤비 유저(heavy user)’지만 5G에 관심이 가지 않는다”며 “그동안 LTE를 사용하면서 속도로 불편한 적이 없어서 LTE만 계속 쓸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5G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5G 서비스가 출시된 줄도 몰랐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무선인터넷보다 ‘와이파이’가 중요한 사람들

자영업자 김정우(58·가명)씨에게 5G는 ‘상상 속 나라’ 이야기다. 와이파이(Wifi)가 ‘빵빵한’ 영업장과 집이 아니면 사실상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 젊은 사람들이야 대중교통을 탈 때나 길을 걸을 때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지만 김씨는 그렇게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동차로 낯선 길을 갈 때 내비게이션을 위해 LTE를 이용하는 정도다.

어찌 보면 김씨에게 가장 중요한 건 휴대전화 요금이다. 한달 휴대전화 요금은 약 5만원 가량. 이중 대부분은 지난해 구입한 ‘갤럭시S9 노트’ 할부요금이고 순수 이동통신요금은 2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늘 와이파이만 이용하는 만큼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가장 저렴한 LTE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장기가입자로서 ‘온가족’ 요금할인까지 받다보니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 없다.

김씨는 “TV 광고에서 5G라는 단어를 듣긴 했으나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며 “어디서든 와이파이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통신사업자들이 말하는대로, 5G시대가 펼쳐질 `통신강국 한국`은 좀 먼 얘기인데다, 그 비전도 막연하다. 얇은 지갑을 움켜줜 소비자들중에는 `얼리 어뎁터(Early Adaper)` 대신 `문화 지체자(Culture Lagger)`여도 괜찮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매우 빠르다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은 아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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