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코드]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롱테이크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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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코드]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롱테이크 미학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4.16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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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버드맨`, `레버넌트`로 3년 연속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
롱테이크, 하나의 쇼트를 길게 찍는 기법...제작자와 관객 시각 일치시키는 장점
멕시코 출신 감독 쿠아론, 이냐리투와의 협업 돋보여
영화 "레버넌트" 에서 waterproof pants를 입고 촬영 중인 루베즈키. [사진=네이버영화]
영화 "레버넌트" 에서 촬영 중인 루베즈키. [사진=네이버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조명이 켜질 때 관객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먼저 영화의 장르에 충실한 평가. 이를 테면 재밌다거나 슬프거나 감동적이거나 후련하거나 무섭거나 하는 평가가 있을 것이다. 혹은 장르를 떠나 잘 만든 영화였다고 엄지를 치켜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관람평이라는게 주관적인 것이지만 비교적 최근 영화들 중 `라라랜드`, `보헤미안 랩소디` 그리고 넷플릭스 영화 `로마`를 잘 만든 영화라고 평하는 것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로마`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촬영상을 거머쥔 알폰소 쿠아론 감독. 쿠아론 감독은 그가 의뢰한 촬영감독이 불가피하게 작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되자 직접 카메라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그 촬영 감독이 엠마누엘 루베즈키(Emmanuel Lubezki).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쿠아론이 `그래비티`로 감독상을 수상할 때 루베즈키는 촬영상을 수상했다. 멕시코 출신 루베즈키는 그 후 87회엔 `버드맨`으로, 88회엔 `레버넌트`로 수상했다. (두 영화 모두 감독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로 역시 연속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다)

3년 연속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 그가 궁금해졌다.

영화 "버드맨" 촬영중 이냐리투 감독과 대화중인 루베즈키 [사진=네이버영화]
오른쪽 첫번째 루베즈키,두번째 이냐리투감독. 영화 "버드맨" 촬영중. [사진=네이버영화]

 

◆루베즈키의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롱테이크

영화 `레버넌트`. 다시 돌아온 자. 4 5기로 다시 돌아온 디카프리오.

이 영화로 오스카에 다섯번 째 도전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정말 피,땀,눈물을 쏟아내여 열연을 보여준다. 인디언들과의 전투 장면, 곰과의 사투, 아들의 복수를 위해 다시 일어서는 디카프리오. 화면을 꽉 채우는 디카프리오의 분노,슬픔,고통,복수심은 루베즈키의 카메라에 담겼다.

이 영화를 비롯, 루베즈키가 참여했던 영화들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롱테이크' 촬영 기법이라고 한다. 그와 작업했던 쿠아론과 이냐리투 역시 롱테이크 기법으로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는데 감독과 촬영감독의 의도가 일치하면서 훌륭한 작품들이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롱테이크는 간단히 말하면 길게 찍은 것이다. 테이크(take)는 카메라를 한번 작동시켜 하나의 쇼트(shot, 영화의 최소단위로 카메라가 한번 돌아가는 동안 찍힌 영상)를 촬영하는 것으로 롱테이크는 하나의 쇼트를 길게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롱테이크 장면은 영화 `라라랜드` 오프닝과 `올드보이`의 장도리 씬을 들 수 있다장면을 짧게 자르지 않고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촬영이라고 할 수 있다.

롱테이크로 찍는 것이 어떤 점에서 특별하다는 것일까?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마치 연극에서 무대 위 인물들이 들락날락하듯 시간이 흐르는 대로 찍는것도 롱테이크일텐데.

초기 영화들은 카메라를 움직이는 것이 힘들어 롱테이크로 찍으면서 배우들의 연기에 많이 의존했다. 그 후 이동 가능한 다양한 카메라와 음향 장비 등이 등장하면서 짧게 다양한 장면을 찍어 정교하게 편집하는 영화들이 등장한다.

현대의 롱테이크는 고정된 카메라의 롱테이크가 아니라 주인공 혹은 인물의 시선과 동선을 따라가는 기법으로 더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장면을 위해 쓰인다. 촬영감독은 고정된 카메라 혹은 직접 핸드헬드(handheld) 카메라로 인물을 따라간다.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던 관객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마주한다. `레버넌트`에서 디카프리오를 비추던 카메라는 갑자기 말을 타고 달리는 인디언을 바로 옆에서 따라가고 디카프리오가 물속에 빠지면 카메라도 물 속으로 들어가며 렌즈엔 물방울이 튀고 빛이 반사되기도 하며 때로는 핏자국이 선명하다.

곰에게 사지가 찢긴 몸으로 기어가는 디카프리오를 따라가는 카메라는 극도의 사실적인 롱테이크의 진수를 보여준다. 실제 촬영 시간과 관객이 보는 시간이 같다는 점은 보다 생생한 느낌을 주지만 다소 지루하단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영화 "칠드런오브맨" 촬영중인 루베즈키 [사진=American Photographer]
영화 "칠드런오브맨" 촬영중인 루베즈키 [사진=American Cinematographer]

 

◆알려지지 않은 롱테이크 수작(秀作), 칠드런 오브 맨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은 쿠아론과 루베즈키 콤비가 만들어낸 두 번째 작품이다. 처음 손발을 맞춘 작품은 위대한 유산’(1998)이었고 `그래비티`에 이르러 그 합은 절정을 이룬다.

최초 개봉 후 한국에는 무려 10년이 지난 2016년 개봉되었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역시 롱테이크 촬영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2027년, 세계는 원인모를 불임으로 18년째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다.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던 18세의 디에고 마저 사고로 죽게 되고 인류는 종말이 가까워졌음을 느끼지만 유일하게 치안이 유지되고 있는 영국은 난민의 유입을 막고 그들을 추방하며 적대적인 정책을 이어간다. 한 편에선 ‘Quietus(안락사)’자살키트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라 권하고 다른 한 편에선 더욱 더 젊어지기 위한 의약품들을 요란하게 광고한다. 

전처 줄리언의 부탁으로 임신한 난민소녀를 무사히 휴먼프로젝트에게 데려가는 임무를 맡은 테오는 영국 정부군과 난민 무장조직 피시로부터 아이를 지켜내야 하는데...

영화 속 롱테이크 명장면으로 전반부엔 테오와 소녀를 태우고 가던 자동차가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쫓기는 장면으로 카메라는 운전석, 조수석을 넘나들며 총격을 받고 쓰러진 줄리언, 혼란에 빠진 테오를 비춘다. 후반부의 롱테이크는 테오가 끌려간 소녀와 아기를 찾으러 총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부서진 건물에 들어가 소녀와 아이를 구해 내려오는 장면이다. 테오의 동선과 시선을 따르는 루즈베키의 카메라는 때로는 클로즈업으로 관객에게 더욱 사실적이고 생생한 장면을 보여준다. 특히 아기의 울음 소리가 사격을 멈추게 하고 군인이나 민간인 모두 아기에게 경배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도 손꼽힌다.

루베즈키는 이 영화로 2006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기술공헌상을, 2007년 영국아카데미상 촬영상을 수상했다.

쿠아란, 이냐리투 그리고 루베즈키. 그들이 롱테이크 미학으로 그려낼 다음 작품은 과연 어떤 작품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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