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크기와 주량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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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크기와 주량의 상관관계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08.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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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의 'Blurred Lines'... 사랑, 섹스, 관계의 사회학

나도 언젠가 예전에 한번,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왔다. 약수동의 어느 횟집에서였다.

“가슴이 크면 술을 잘 마셔?”

머릿속에 내가 아는 얼굴 만한 가슴들을 떠올렸다. 우연일까. 정말로 그들 중에는 주당이면 주당이지, 술을 못하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대답하면서,

“근데 그런 건 왜 물어?”

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가 옆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옆 테이블 아줌마들. 가슴 작은 아줌마는 얼굴이 시뻘겋고, 가슴 큰 아줌마는 말짱해.”

이런 생각을 처음 했던 건, 몇 년 전이었다. 지인들과 술자리 중이었는데, 자리가 3차쯤으로 무르익자 그 많던 사람들이 빠지고 정말 ‘주당’들만 남게 됐다. 거나해진 술자리가 그러하듯 방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저 이야기는 술을 마시기 위한 안주에 불과한 것일뿐!

그러던 중 남자 지인 누군가가 가슴 성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성형 수술 중에 제일 아픈 수술이라더라, 누군가는 수상 레저를 즐기다가 사고가 나서 보형물이 터졌다더라, 누구는 자가 지방 이식을 했는데 살이 빠져서 다시 A컵이 되었다더라는 둥... 그러던 그가 갑자기 발끝부터 찌릿 끌어올린 집중력을 발휘하여 테이블 위를 눈으로 슥 훑더니,

“여기 있는 여자들 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네.”

하고 말했다. 듣고 있던 우리들 역시 테이블 위로 솟은 가슴들을 슥 훑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러했다. 그 자리에 있던 언니들 모두 다 ‘한 가슴’씩 하는 여자들이요, 티를 안낼 뿐이지 ‘슴부심 쩌는’ 언니들이었다. 그리고 남자들을 술로 다 보내버릴 정도로, ‘센 언니’들이었다.

 

나는 대한민국 여자의 평균보다 가슴이 큰 편이고, 사실 술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맥주 한 잔을 마시면 얼굴이 정말 빨개질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노는 걸 좋아해도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몰랐던 나에 대하여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른들의 말씀이 하나도 그른 것이 없다는 것도. 술은, 마시면 늘게 된다! 그리고 가슴 크기와 주량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따져보자면, 가슴이 크면 술이 늘기 쉽다는 것이다.

 

20대 초반 때, 나는 예뻤다. 첫 번째로는 나이가 예뻤다. 어느 자리를 가도 우선 이름을 먼저 묻고 나이를 묻는다. 이름을 말한 후, ‘스무 살’도 아닌, ‘슴살’이요, 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주변이 모두 ‘아유~’ 하며 싱그런 자두라도 깨문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었다.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다) 정말 예쁘고 부러운 나이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로 나는 가슴이 평균보다 큰 편이었다. 게다가 어릴 때 나는 주목받고 튀는 것을 좋아해서 노출이 있는 옷을 입었었다. 원래 뭐든 한 군데가 특출나게 예쁘면 웬만큼 환영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니 당시 나는 어딜 가든 환영 받았었다.

끼 많은 연극영화과 새내기에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나는, 언니 오빠들이 부르는 자리에 많이 따라다녔었다. 부른다고 다 나갔던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과 재미있는 곳에서 맛있는 안주를 먹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나에게 술을 강요한 사람들은 없었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에서 와인 같은 것들을 한두 잔 마시다보니 어느새, 술이 두렵지 않았다. 서서히 내 안에 스며든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지금은? 혼자 위스키 한 병쯤은 거뜬히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예전처럼 ‘안주발’ 세우지 않아도 된다. 변변한 안주 없이 평양냉면 국물 한 사발에 소주도 가능하다.

 

대부분 술을 잘 마시면 ‘털털하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술을 안 마신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앞에서 취하기가 조금 민망해지기도 한다. 마치 벌거벗은 기분이라도 든 듯하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들은 우선 ‘빼지 않으니’ 성격이 둥그스름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뉘앙스가 조금 다르지만,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말도 있다.

예로부터 미인들의 성격이 더 털털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인들은 굳이 애써 여성스럽게 행동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어련히 알아서 여자 대접을 극진히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녀들은 털털한 성격을 갖추어야 본인에게 좋다.

첫 번째 이유는 그래야 사람들이 그녀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예쁜 얼굴에 콧대까지 세 보이면, 누구라도 그녀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그저 우러러 볼 뿐일 것이다. 그렇다면 승부욕은 생길지 몰라도, 별로 섹시해보이지는 않는다. 털털해야 허술함도 보일 수 있다. 관능적이라는 건, 무언가가 한 군데가 빠져있어야 채워주고 싶은 맛이 생기는 건데!

하지만 예쁜데 싹싹하기까지 하다면? 그녀의 매력은 더욱 배가 되는 것이다. 예쁜 애가 성격도 좋다, 라며! 그녀의 예쁜 얼굴에 온화한 표정이 더해지면 매력이 증폭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그래야 자기 방어를 할 수 있기 때문. 아름다운 여자라면 대부분 남자들이 그녀에게 남자로 어필되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는 남자들이 훨씬 많을 테지. 그녀는 남자와의 ‘어정쩡한 관계’ 혹은 ‘이성적 관심으로부터 본인에게 파생될 어떠한 피로감’을 애초에 방어하기 위하여 아예 선을 긋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힘든 노동 없이 선 긋기 위해서는 친구 사이로 가는 게 제일 편하다. 때론 남자 동성 친구들보다 훨씬 더 호방하게 굴고 이야기하는 것도 사실 그녀의 성격 자체가 아니라, 아예 선을 긋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다는 것.

‘미안한데, 넌 진짜 아니야. 나 좋아하지 마. 괜히 나 나쁜 사람 만들지 말고.’

 

얼굴 미인뿐만 아니라 ‘가슴 미인’에게도 이런 논리는 접목이 된다. 얼굴은 평범하더라도 얼굴보다 어여쁜 얼굴이 두 개나 더 있는데, 어찌 그녀가 호방하게 군들 여자로 안 보이랴. 앞으로 튀어나와 ‘난 여자예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똑같은 몸매미인인데, 다리미인은 그럼 왜 아니야?”, 라고 물어볼 수 있다. 볼륨감은 살짝 없더라도 늘씬하고 쭉쭉 뻗은 미인들이 있다. 그러나 클럽이나 밍글링 파티가 아닌 이상, 보통의 술자리는 앉아서 갖는다. 앉아서 보이는 것은 얼굴과 가슴이요, 술자리가 어두우니 얼굴은 좀 덜 예뻐도 밝은 자리보다는 용서가 된다. 어쩌면 술자리에서는 다리보다야, 술잔을 집는 손이 예쁜 게 더 먹힐지도 모른다. 희고 긴 손가락을 보며 남자들은 그녀의 다리는 어떠할까 궁금해할지도 모르니.

 

예전에 아는 오빠가 자기 여자친구 자랑을 한 적이 있었다. 스물한 살인데, 허리가 한 줌에 가슴이 수박 만하다고 했었다. 오빠가 그 여자와 썸(?)을 탈 때 슬쩍 물었다고 한다.

“너 가슴에 혹시, 뭐 넣은 거야?”

여자는 입술을 샐쭉거리며 대답했단다.

“그럼! 많-이도 넣었지!”

오빠는 역시나, 하며 조금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며 다시 물었단다.

“뭐? 코젤? 실리콘? 자가 지방?”

“아니!”

“그럼 뭐?”

여자는 양 손을 가슴에 툭- 얹더니 대답했단다.

“어휴… 되게 많은데! 술 많이 들어갔지, 고기 들어갔지, 밥 들어갔지!”

정답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귀여워했을까!

 

술 한 잔에 헤롱거리던 ‘슴살’. 이제는 영화나 음악 취향을 이야기하듯 좋아하는 술에 대한 취향까지 명확하게 생겼다. 원래부터 타고나게 간이 좋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마 나처럼 후천적 경험과 노력(?)이 빛을 발한 후발 주자들도 꽤나 있을 것이다.

 

나의 주량을 키운 것, 그것의 팔 할은 아마 평균을 넘어서는 나의 가슴 크기일지도 모른다. 돋보이는 첫인상을 가지게 해주었기 때문에, 조금 더 내 내면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었다는 것. 그러다보니 한두 잔씩 술은 넘어가더라.

또 하나, 남자들도 술이 좀 취하면 가슴이 큰 여자들에게 속 이야기를 잘 터놓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더 본능적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녀들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모성애를 바라는 것일지도.

 

물론 가슴이 크더라도 ‘철벽’인 여자라면, 혹은 가슴이 작더라도 원래 타고난 여자라면 이 글과 상관이 없다. 그저 가슴이 크면 그만큼 주량이 늘어날 기회가 꽤나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혹시, 글래머 여자친구를 두기를 원하는가? 부추가 간 건강에 좋다고 한다. /지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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