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리포트] 벚꽃축제 ‘하나미’ 와 블루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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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리포트] 벚꽃축제 ‘하나미’ 와 블루시트
  • 최가영 일본통신원
  • 승인 2019.04.1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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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최가영 일본통신원]  또 벚꽃 계절이다. 다음달 1일부터 현재의 헤이세이(平成) 대신 레이와(令和)라는 새 연호를 쓰게 된 일본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들떠 있다. 31년만의 연호 교체를 기념해 이달 말부터 장장 열흘에 이르는 연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일본의 벚꽃축제 기간인 하나미(花見) 시즌은 예년에 비해 유독 활기차다. 벚꽃은 일본에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이 국가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벚꽃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덕분이다.

미야모토 가츠히로(宮本勝浩) 간사이대학 명예교수는 “하나미의 경제효과가 연간 6500억 엔(약 6조6000억원)에 달하고, 이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1600억 엔(약 1조7000억원)이 외국인 관광객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하나미는 외국인 관광객 뿐 아니라 일본의 전국민적인 이벤트다. 지난달 26일 일본의 ‘웨더뉴스’에 따르면 일본인의 98%가 벚꽃을 좋아한다고 답했고 5명 중 3명이 올 봄 하나미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1300년 역사 日 ‘하나미’

하나미는 일본 귀족들이 시작한 놀이 문화로 나라시대(710~794)에는 중국에서 들어온 매화를, 이후 헤이안시대(794~1185)에는 벚꽃을 함께 감상한 것이 하나미의 기원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 후 무사정권이 들어서면서 하나미를 대규모 연회로 발전시킨 인물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다.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그는 태평성대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1594년 5000명 규모의 “요시노(吉野)의 하나미”와 1598년 1300명 규모의 “다이고(醍醐)의 하나미”를 개최해 다도(茶道)와 시를 즐겼다고 한다.

수도가 지금의 도쿄(東京)지역으로 옮겨간 에도시대(1603~1867)부터는 서민들도 하나미를 즐기게 된다.

지난 7일 일본 교토 히라노(平野)신사에 만개한 벚꽃 풍경. 하나미 명소에는 군것질거리를 파는 포장마차 야타이(屋台)가 늘어서곤 한다. 사진=최가영 일본통신원.
지난 7일 일본 교토 히라노(平野)신사에 만개한 벚꽃 풍경. 하나미 명소에는 군것질거리를 파는 포장마차 야타이(屋台)가 늘어서곤 한다. 사진=최가영 일본통신원.

일본인에게 ‘하나미’란

벚꽃이 피는 3월 하순과 4월 초순은 일본의 회계연도와 학기가 끝나고 새로 시작하는 시기다. 졸업과 입학·입사 등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지나는 배경에는 언제나 벚꽃과 하나미가 있다.

또 아직은 쌀쌀한 워싱턴이나 파리와는 달리 강수량이 적고 20도 가까이 올라가는 일본의 따스한 날씨도 하나미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최적의 조건이다.

이러다 보니 하나미는 일본인들에게 ‘모처럼’ 허락된 야외놀이다. 여기서 ‘모처럼’이라고 표현한 것은 평소 남에게 작은 피해도 줘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한 그들에게 (하나미는) 공인된 일탈이기 때문이다. 

이런 하나미 문화는 새로운 산업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바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주류와 차갑게 식은 음식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도시락이 그것이다.

순간을 영원으로...더 값진 ‘교토 하나미’

어느새 피었는가 하면 또 어느새 져버리고 마는 순간의 아름다움은 한정판을 좋아하는 일본인에게 더욱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일본에 교토가 있어 다행이야’라는 광고 문구처럼 교토(京都)는 일본인들이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는 대표적인 도시이다. 1년내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교토는 벚꽃이 아름다운 봄이 되면 하나미를 즐기고자 하는 일본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꽃을 본다’라는 의미의 하나미는 말 그대로 벚꽃나무 아래 돗자리를 깔고 빙 둘러앉아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며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는 것이다. 하나미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바로 구운 떡에 달콤한 소스를 바른 단고(だんご: 일본식 경단). 겨울의 잔영을 표현한 흰색, 벚꽃과 봄을 상징하는 핑크, 초여름을 기대하는 초록의 떡. 이 세 개 컬러를 꼬치에 끼운 삼색 하나미단고와 함께하는 하나미가 바로 일본인들이 떠올리는 봄날의 이미지다.

지난 7일 교토 가모가와(鴨川)강변. 이른 아침부터 하나미를 즐기기 위해 자리를 맡아놓은 사람들이 보인다. 사진=최가영 통신원.
지난 7일 교토 가모가와(鴨川)강변. 이른 아침부터 하나미를 즐기기 위해 자리를 맡아놓은 사람들이 보인다. 사진=최가영 통신원.

하나미시즌...골칫거리 '블루시트' 

흔히 일본인들 하면 경우가 바르다고 한다.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도 무질서는 있다. 일년 중 이맘 때 바로 하나미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하나미 시즌 공원의 벚꽃나무 아래엔 이른 아침부터 공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새파란 돗자리, 일명 ‘블루시트’가 즐비하다. 자연과 도무지 어우러지지 않는 이 새파란 색은 공사장과 자연재해를 연상케 한다.

아침부터 블루시트가 왜 벚꽃 아래 자리했을까. 단체들이 자신들만의 즐거움을 위해 벚꽃 아래 자리를 맡기 위해 블루시트를 펼쳐 놓기 때문이다. 벚꽃이 흐드러진 공원 안에서 블루시트로 인해 잠시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조차 찾기 힘든 사람들은 미리 자리를 맡아 놓은 단체들로 인해 얼굴을 붉히곤 한다.

매년 이맘 때쯤, 일본 신문의 독자란에는 블루시트를 규제해달라는 의견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문제는 새로운 시대가 개막해도 하나미 시즌, 이른 아침부터 아름다운 분홍의 벚꽃을 흉물스러운 새파란 블루시트로 바꿔놓는 일본인들의 벚꽃 축제 문화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최가영 일본통신원은 경희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을 거쳐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교토대학 법학연구과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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