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액분 후 첫 주총…주주들 “올해 위기 극복해달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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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액분 후 첫 주총…주주들 “올해 위기 극복해달라”(종합)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3.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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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배 늘어난 주주...주총장 입장 지연돼 불만 터져 나오기도
▲ 삼성전자가 20일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제50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의장을 맡은 김기남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후 첫 주주총회를 열었다. 주주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올해 사업 환경 악화에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다. 예상보다 많은 주주들이 참석하면서 불편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주주총회는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의 ‘제50기’ 회의로 20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개최됐다. 의장을 맡은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삼성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반도체·스마트폰·TV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며 “연결기준 매출 244조원·영업이익 60조원을 기록,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 주주들 “반도체 업황 둔화...대책 있나”

삼성전자 실적을 이끄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119조원·영업이익 4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경우 2017년 대비 20% 증가한 72조원의 매출을 냈다.

그러나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품 수요를 창출했던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와 데이터센터 업체의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삼성전자는 2017년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지켜오던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지난해 4분기 인텔에 내주기도 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라 5세대 이동통신(5G)·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차량용 반도체 등 신성장 분야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차세대 공정에 대한 기술 격차 확대에 주력하고 차별화된 제품 개발로 신사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주주들 역시 중국의 시장 진입 등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함을 내비쳤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1조위안(160조원) 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자국 내 반도체 자급률을 현재 15% 수준에서 2025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한 주주는 질의에서 “중국은 ‘반도체 굴기’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의 가격 담합 조사로 반도체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항하는 삼성전자의 전략과 10년·100년 후 반도체 사업 계획이 궁금하다”고 물었다.

김기남 부회장은 이에 대해 “반도체 산업은 자본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어떤 산업보다 기술 격차의 간극이 큰 분야”라며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투자, 고객 서비스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른 주주들 또한 반도체 업황 둔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물었다. 김기남 부회장은 “글로벌 경기 위축,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반도체 시장 예측이 쉽지 않지만 조정 기간을 거치면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며 “5G·AI 등 미래 산업에서 고성능·고용량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중장기적인 수요는 탄탄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고동진 IM부문장은 올해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 둔화 속에서도 5G·폴더블폰 등 신사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중국·인도 스마트폰 시장 다시 사로잡을 것”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지난해 매출 42조원·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7년보다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의 경우 급격한 경영 환경 변화와 경쟁 심화 등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역시 빅데이터, 클라우드, 음성 AI, 사물인터넷(IoT) 도입 확대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비자가전(CE) 부문장인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8K·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초대형·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확대해 TV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할 것”이라며 “생활가전 사업은 기존 제품의 혁신과 함께 소비자 니즈(needs) 변화에 부합하는 신제품으로 윤택한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품 하드웨어, AI 기반 플랫폼, 고객 경험의 혁신을 추구하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수익성에 기반한 성장을 실현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주주는 중국 TV 시장에서 중저가 제품 전략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김현석 사장은 “지적대로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75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에서는 70% 가량 점유율을 지켜왔지만 중국 업체들이 자국을 벗어나서 전세계로 진출하고 있다”며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IT·모바일(IM)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영업환경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스마트폰 수요 정체, 경쟁 심화, 고사양화에 따른 원가 증가 등이 예상된다. 지난해 IM부문 매출은 101조원, 영업이익은 10조2000억원이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폰·5G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동진 사장은 특히 “삼성전자는 전세계적으로 5G 시장에서 장비·단말·칩셋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회사”라며 “5G는 새로운 정보기술(IT) 시대의 르네상스가 되는 변혁의 시대라고 예측하고 한국을 비롯해 미국·유럽 등지에서 장비를 수주하는 등 단단히 준비해왔다”고 강조했다. 

주주들은 미국 등 선진 시장을 비롯해 중국·인도 등 신흥국 시장의 경쟁 심화를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0%대에 그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동진 사장은 “지난 2년 동안 중국에서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사람·조직·유통채널 등 모든 것을 다 바꿨다”며 “조심스럽지만 ‘갤럭시S10’ 시리즈의 반응이 굉장히 좋고 ‘혁신모델(매스모델)’인 ‘갤럭시A’ 시리즈가 중국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가 2017년 3분기까지 6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다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최고 위치를 지키고 있다. 그간 2000~3000개에 달하는 인도 내 협력사들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샤오미처럼 온라인 판매를 강화할 수 없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 ‘갤럭시M’ 시리즈와 갤럭시S10시리즈 등을 통해 인도 시장을 다시 한 번 공략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동진 사장은 “미국 시장에선 ‘플래그십(프리미엄)’ 모델과 혁신모델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며 “특히 갤럭시S10 시리즈의 미국 시장 성과가 전작보다 좋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일부 주주들은 지난해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가 삼성전자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주가 하락에 뿔난 주주들

삼성전자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12월 회사가 보유한 자기 주식을 모두 소각했다고 밝혔다. 배당의 경우 분기 배당금을 포함해 연간 9조6000억원 지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주주들은 호실적에도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주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 주주는 “지난해 액면분할 직후 5만3000원이던 주가가 현재 4만3000원 수준”이라며 “‘개미’들이 매수하더라도 외국인·기관의 매도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개입을 해서라도 주가를 끌어올려야 했는데 경영진은 '강 건너 불 구경'만 하고 있지 않느냐”며 “경영진 모두 사표를 내라”고 외쳤다. 

다른 주주는 “중장기 보유를 계획하고 액면분할 직후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며 “그러나 직접적인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손해를 보상하라거나 배당률을 올려달라는 건 아니지만 주가가 반등할 수 있도록 임직원이 좋은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하락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 금리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코스피가 약세로 돌아섰고 삼성전자 주식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 들어 불확실성 요소가 완화됐고 주가가 회복되고 있다”며 “임직원들이 주가 상승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주주총회에 예상보다 많은 주주들이 참석하면서 입장이 지연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 예상보다 참석자 많아…주주총회 입장 지연

액면분할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주주총회인 만큼 주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삼성전자 주주는 2017년 말 15만8000명에서 지난해 말 78만8000여명으로 약 5배 늘어났다. 이날 현장에는 1000명 이상의 주주들이 모였다. 회사 측이 800석의 좌석을 준비했으나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또 주주들의 입장이 지연되며 주주총회가 시작한 후 1시간 30분이 넘도록 입장하지 못한 주주도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에 주주총회 현장에 입장한 주주는 질의 시간에 “미세먼지가 심한데 많은 주주들이 아직까지 줄을 서있다”며 “주주들의 안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액면분할로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주주가 많아질 것이라는 보도가 언론에 많이 나왔는데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해보다 많은 주주들이 오실 수 있도록 교통 편의와 시설 등을 감안해서 추가 공간을 마련했지만 부족한 좌석으로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내년에는 보다 넓은 시설에서 주주 여러분을 모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혼선을 빚은 데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주주총회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 주주총회 장소가 협소해 입장이 지연되는 등 주주님들께 큰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늘어난 주주님들의 수를 감안해 좌석을 두 배로 늘렸으나 주주님들의 관심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주주총회에서는 장소·운영방식 등 모든 면에서 보다 철저히 준비해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의결됐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에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과 안규리 서울대 교수를 신규 선임했다.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도 통과됐다. 박재완 교수와 김한조 이사장의 경우 감사위원회의 감사위원으로도 새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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