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채권왕 빌 그로스, 월가 떠나다…“영원한 투자공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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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채권왕 빌 그로스, 월가 떠나다…“영원한 투자공식은 없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2.05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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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채권시장 개척자이자 전설…PIMCO 경영갈등 후 옮긴 펀드서 투자 실패

 

그가 채권시장을 떠날 때도 되었다. 서양 나이로 74세, 한국 나이로는 75세다.

뉴욕 월가에서 채권왕(Bond King)이란 별명이 붙은 빌 그로스(Bill Gross)가 47년간 일해온 채권시장을 떠난다고 그가 소속한 채권펀드 제이너스 헨더슨 캐피털(Janus Henderson Capital)이 밝혔다. 그는 블룸버그TV에 나와 “가족들과 동료들과 협의해 은퇴하기로 했다. 이제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살겠다”고 말했다.

 

빌 그로스는 전형적인 도박가였다. 그는 듀크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후 미 해군 특공대(SEAL)에 입대해 베트남전에 여러차례 출격하기도 했다. 제대 후 ‘딜러를 이기는 방법’(Beat the Dealer)이라는 책을 탐독하며 블랙잭을 스스로 익힌 다음, 라스베이거스로 가서 도박을 했다. 그는 200달러를 들고 4개월만에 1만 달러로 불렸다. 그 돈으로 UCLA 등록금을 대고, MBA를 취득했다. 그는 도박을 하며 리스크 테이킹을 배웠다고 했다.

그가 채권에 손을 댄 것도 우연이었다. UCLA 졸업후 1971년 캘리포니아 LA에 본사를 둔 PIMCO(Pacific Investment Management Co.)라는 이름 없던 펀드에 입사해 채권 부서에서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가 고안한 ‘토털 리턴 전략’(total return strategy)은 채권 수익률과 가격과의 관계를 활용해 만든 투자 기법인데, PIMCO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다.

그가 PIMCO 내에 만든 토털 리턴 펀드는 1987년 설립이래 그가 퇴사한 2014년까지 연평균 7.8%의 수익률을 안겨주었고, 2013년에는 자산이 무려 3,000억 달러로 불어났다.

그는 미국 채권시장의 창시자였고, 개척자였다. 지금껏 빌 그로스만큼 채권시장에서 돈을 번 사람은 없었다.

 

그의 명성은 하늘을 찔렀다. 그는 TV 프로그램의 주요 섭외대상자였고, 월스트리트는 물론 연방준비은행(Fed) 관계자, 정치인도 그의 의견을 물었다. 그에게서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PIMCO를 찾아왔고, 그의 회사에서는 별도의 회의장을 만들어 다중의 고객과 토론하는 장소를 제공했다.

PIMCO는 그로 인해 엄청나게 성장했다. 1980년대초 미국 금리가 장기간 하락할 때 PIMCO는 미국 국채(Treasury Bond) 시장에서 큰 돈을 벌었다. 2017~201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리먼브러더스 파산의 위기에서도 PIMCO는 수익률을 냈고, 그후 증시 폭락기에도 거뜬히 수익률을 냈다.

 

▲ 빌 그로스 /제이너스 헨더슨 홈페이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다. 그의 투자방법, 경영방식도 마침내 한계를 드러냈다.

2011년과 2012년 토털 리턴 펀드의 실적이 부진했다. 영원히 성공하는 투자 공식은 없는 것이다.

이를 기화로 PIMCO 내에서 경영 갈등이 생겼다. 빌 그로스는 독선을 부렸다. 그는 자신에게 반기를 들거나 의견을 달리하는 파트너를 내쫓았다. 그리고 남아있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투자방식을 고집했다.

처음에는 그가 승리한듯 싶었다. 하지만 독선이 지나치면 반발도 심한 법이다. 2014년 9월 26일 그는 한 장의 입장문을 내놓은채 40여년간 일하던 PIMCO의 CEO 자리를 내놓았다.

그는 곧이어 제이너스 헨더슨이라는 무명의 채권투자자와 만나 펀드를 만들었다. 그가 40년 이상 일한 회사를 떠날 때 PIMCO에서 돈을 빼낸 많은 투자자들이 그가 새로 설립한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제이너스 펀드는 그에게 무제한의 투자권한을 줬다. 하지만 새로 옮긴 회사에서 그의 실적은 부진했다. 4년간 평균 수익률이 1% 이하였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펀드에 자기돈 7억 달러를 부었지만, 투자자금이 생각만큼 모이지 않았다.

지난해 그의 펀드는 3.9%의 손해를 보았다. 비슷한 부류의 펀드증 하위권 6%에 들었다. 투자자들이 돈을 빼내 펀드 자산이 지난해초 22억4,000만 달러에서 연말에 10억 달러로 급감했다. 그와 함께 일하던 매니저도 회사를 떠났다.

뉴욕 월가에서 손해를 본 펀드매니저는 떠나야 한다. 그는 이 기회에 채권시장과 이별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제 채권시장에서 손을 떼고, 새로운 희망과 함께 다른 곳을 향해 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8억 달러를 사회공헌성 기부금을 냈다. 이제 그는 가족의 이름으로 만든 자선단체를 운영하며 노후를 보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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