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이태원 쪽 녹사평대로 40다길이라는 좁은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이태원 부군당(府君堂) 역사공원이 나온다. 부군당은 조선시대 지방관아가 있었던 곳이다.

그곳에서 3·1 독립 만세운동을 벌이다 순국한 유관순 열사의 추모비를 만나게 된다. 원래는 이 근처에 있던 이태원 공동묘지에 유관순 열사의 무덤이 있었다. 하지만 일제가 열사의 묘소를 밀어내고 군용기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열사의 시신을 잃어 버렸다. 옛 묘지터를 바라볼수 있는 곳에 추모비만 덩그러니 세워져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면 유관순 열사의 시신은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

유관순은 1902년 12월 16일, 충남 목천군 이동면 지령리(현재 천안시 병천면 용두리)에서 개신교 신자인 아버지 유중권과 어머니 이소제 사이에 3남 2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유관순은 어려서 선교사의 추천과 교회 지원을 받아 1916년 서울 이화학당에 입학했다. 1918년 3월 이화학당 보통과를 졸업하고, 그해 4월 고등과에 진학했다.

1919년 1월 22일 고종황제가 서거하자 이화학당 학생들은 상복을 입고, 휴교에 들어갔으며, 2월 28일에는 전교생이 만세 운동에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파고다공원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난 3월 1일, 고등과 1학년이던 유관순은 동료들과 5인의 결사대를 결성해 소복을 하고 기숙사를 빠져나와 대한문 앞에서 망곡(望哭)을 한 뒤, 남대문으로 향하는 시위 행렬에 합류했다.

학생들의 시위가 격렬해지자, 일제는 3월 10일 전국적으로 휴교령을 내렸고, 학교를 갈수 없게 된 유관순은 가치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온 유관순은 부친과 마을 어른에게 서울의 만세운동 소식을 전하고, 독립선언서를 내놓으며, 병천 시장에서의 독립만세운동을 계획했다. 4월 1일 천안 병천 시장에서 수천명이 만세운동을 일으켰으니, 이 사건이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이다. 이날 유관순 부모를 포함해 19명이 현장에서 순국했고, 30여 명이 큰 부상을 당했다.

유관순은 시위 주도자로 체포되어 5월 9일 공주지방법원에서 5년형을 언도받았다. 함께 재판 받은 사람들은 고등법원에 상고했지만, 유관순은 일제의 재판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고하지 않았다.

이후 유관순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다. 1920년 3월 1일, 3쳔여명의 수감자들은 3·1운동 1주년 기념식을 갖고, 옥중 만세운동을 전개했다. 이 사건으로 유관순은 물론 많은 애국지사들이 심한 고문을 당했다.

1920년 4월 28일 영친왕 결혼 기념 특사령으로 유관순의 형기도 1년 6개월로 단축되었으나, 형기를 마치기 직전인 1920년 9월 28일 오전 8시 20분 유관순은 18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오랜 고문과 영양실조 때문이었다.

1920년 10월 12일 유관순의 시신이 이화학당으로 돌아왔다. 학생들은 통곡으로 맞이 했다. 시신은 이화학당 수위실에 안치되었고, 세브란스 교의가 수습했다.

10월 14일 이화학당은 정동교회 김종우 목사의 주례로 이태원 공동묘지에서 조촐하게 장례를 지냈다. 이후 일제가 이태원 공동묘지를 군용기지로 개발하면서, 유관순의 묘는 미아리 공동묘지로 이장되었으나 실전(失傳)되었다.

이에 서울 용산구와 구의회는 2015년 9월 23일 이타원 부군당 옆 공간에 유관순 열사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고 나라 사랑의 정신과 숭고한 넋을 기리고자 추모비를 세웠다. 그곳은 유관순 열사 시신이 안장된 이태원 공원묘지가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유관순 생가의 뒷산인 천안 병천면 매봉산에 초혼묘(招魂墓)가 봉안되어 있다.

김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