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공주가 쓴 한글 자료, 국내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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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지막 공주가 쓴 한글 자료, 국내에 들어왔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1.16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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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온공주가 손수 쓴 자경전기, 규훈 등 68점, 미국에서 매입해 환수

 

덕온공주(德溫公主, 1822~1844)가 조선의 마지막 공주라고 한다.

조선 23대 왕 순조의 셋째 딸로, 어머니는 순원왕후(純元王后) 김씨다.

영화로도 나온 고종의 딸 덕혜옹주가 마지막 공주가 아닌가 생각되지만, 덕혜옹주는 정실 왕비의 소생이 아니고, 후궁 복녕당 양씨의 소생이었다. 따라서 공주라는 칭호로는 덕온공주가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덕온공주는 2016년 방영된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이 맡은 효명세자의 막내 여동생이다. 위로는 두명의 공주가 있는데 명온, 복온 공주다.

덕온공주는 어머니 순원왕후의 사랑을 받아 16살에 윤의선(尹宜善)과 결혼할 때 혼수품 목록을 적은 종이 길이가 5m나 되었다고 한다.

공주가 입었던 당의는 국가민속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어 있고, 그가 쓰던 인장이 미국 경매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내 문화재청이 경매에서 사들여 국내에 들어오기도 했다.

 

▲ 자경전기 내용 일부 /문화재청

 

이번에는 덕온공주가 한글로 쓴 책들이 미국에서 사들여 고국의 품에 안겼다.

문화재청은 덕온공주가 한글로 쓴 ‘자경전기’(慈慶殿記)와 ‘규훈’(閨訓)을 비롯한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를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매입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밝혔다.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는 덕온공주와 양자 윤용구(尹用求, 1853-1939), 손녀 윤백영(尹伯榮, 1888-1986) 등 왕실 후손이 3대에 걸쳐 작성한 한글 책과 편지, 서예작품 등 총 68점이다.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의 귀환은 문화재 환수의 모범 사례로,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과 국립한글박물관이 각자의 전문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이루어낸 성과라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유물에 대한 정보를 발견·수집하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제공했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소장자와 접촉과 매입 협상을 통해 유물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환수된 자료들은 조선왕실의 한글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이중에서도 덕온공주가 아름다운 한글 궁체로 손수 쓴 자경전기(慈慶殿記)와 규훈(閨訓)이 주목을 끈다. 두 책은 모두 본래 한문으로 쓰여 있던 것을 덕온공주가 한글로 번역해 작성한 자료로, 덕온공주가 쓴 것으로는 이번에 처음 발견되어 희소가치가 높다.

자경전기는 1808년 순조가 정조비 효의왕후의 명에 따라 창경궁 자경전에 대해 쓴 책이고, 훈은 여성들이 지켜야 할 덕목과 예절에 관한 책이다.

 

▲ 자경전기 /문화재청

 

또, 이번에 환수된 자료에는 왕실에서 작성한 한글 편지와 왕실 여성들을 위한 한글 역사서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한글 편지들은 덕온공주의 어머니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1823~1887)에게 딸의 근황을 묻는 편지를 비롯하여, 신정왕후(추존왕 익종 비), 명헌왕후(헌종 계비), 철인왕후(철종 비), 명성황후(고종 비) 등이 직접 쓰거나 상궁이 대필해서 덕온공주 집안에 보낸 것들이다. 이 중에는 조선 최고의 한글 명필로 알려진 궁중여성 서기 이씨(書記 李氏)가 대필한 편지도 있어 사료적 중요성이 크다.

한글 역사서에는 정사기람(正史紀覽)과 여사초략(女史抄略) 등이 있다. 정사기람은 덕온공주의 아들 윤용구가 고종의 명을 받아 왕실 여성들을 위해 쓴 역사책이며, 여사초략은 윤용구가 당시 12살이던 딸 윤백영을 위해 여성과 관련된 역사를 발췌해서 작성한 책이다.

 

▲ 규훈 /문화재청

 

이외에도 덕온공주의 손녀인 윤백영의 서예작품도 있다. 윤백영은 일제강점기에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한글 궁체로 쓴 서예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입선했으며, 전통적인 한글 궁체를 현대적인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인물이다.

이번에 환수된 68점의 한글 자료는 조선 왕실 여성들의 생활 속에서 한글이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뿐만 아니라 왕실에서 사용하였던 아름다운 한글 궁체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높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을 지낸 국어학자 이종덕 박사는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 자료는 기존에 소개된 단편적인 왕실 편지나 소설과는 차원이 다른 자료로서, 왕실 부마 집안의 일괄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왕실인물의 개인적인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 자료를 국립한글박물관에 이관하여 더욱 전문적으로 연구,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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