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넥슨 매각…“높은 가격에 파는 건 경영적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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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넥슨 매각…“높은 가격에 파는 건 경영적 판단”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1.04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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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한계가 왔을 때 다른 미래산업으로 전환하는 곳도 옳은 방법일수도

 

전세계 게임산업의 규모는 2018년에 1,379억 달러, 이중 디지털 게임시장이 91%인 1,253억 달러에 이른다. 이 분야 조사기관인 뉴주(Newzoo)의 분석에 따르면,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의 스마트폰이 론칭된 이후 지난 10년간 연평균 두자리수 이상의 성장을 지속해왔다. 앞으로도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가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게임시장, 특히 아시아 게임시장은 중국과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379억 달러의 최대시장을 확보했고, 미국이 그 다음으로 304억 달러, 일본이 192억 달러의 시장을 만들어 냈다.

글로벌 게임시장은 중국 텐센츠가 장악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선두주자인 한국의 게임업체들은 텐센츠가 부여하는 등급에 연연하고, 텐센츠가 돈을 싸들고 한국의 유망한 게임 프로그램과 업체를 인수하려 시도해 온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 자료: Newzoo

 

국내 최대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가 회사를 매각하려 한다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 게임산업의 선두주자가 외국, 특히 중국기업에 팔려서 되겠는가, 정부의 규제 때문에 사업을 접는게 아닌가 등등, 말들이 많다.

하지만 값이 높을 때 기업을 파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 국내에선 발전속도가 더디고 중국에선 규제가 강해 기업의 성장에 한계가 왔다면, 높은 가격에 팔고 다른 사업을 하는 게 옳다. 중국은 14억의 인구를 갖고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의 도박성이 강하기 때문에 게임 산업의 규모가 크고 성장속도가 빠르다. 우리나라에서 성정이 정체되어 있다면, 높은 가격에 팔고 새로운 미래산업으로 나가는 것은 오너의 경영적 판단이다.

 

▲ 자료: Newzoo

 

4일 언론들은 김정주 대표의 넥슨 매각에 관한 논평을 내면서 공히 “충격적”이라는 단어를 썼다. 하지만 대단히 국수주의적이고, 정부를 탓하는 논조로 일관한다. 우리기업에 외국에 팔리는 게 뭐 좋은 일이냐며, 국민감성에 호소하는 논조다. 일부는 정부의 규제를 탓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게임산업의 규제를 확 풀어 나라 전체가 게임왕국으로 전환하자는 것도 아닐 것이요, 성장 정체를 맞은 기업인에게 우리 대표기업이니, 외국에 팔지 말라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론들의 분석 가운데 하나는 김정주 대표의 고교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비상장 주식 4억2,500만 원어치를 공짜로 준 혐의로 2년간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느라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하는 사람이 재판받는다고 기업을 포기하지 않는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사건으로 많은 기업인들이 재판을 받았는데, 그들 중 기업하기 싫다며 회사를 판 사람들이 있는가.

 

동아일보는 ‘횡설수설’ 칼럼에서 ‘넥슨 매각’을 다뤘다. 동아 칼럼은 “게임시장 규모로는 이미 한국을 넘어섰고 기술 수준도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에 국내 대표 게임업체가 통째로 넘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 “이런 산업의 대표 기업이 다른 나라로 통째로 넘어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씁쓸한 일”이라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무엇이 국내 1위 게임기업가의 사업을 접게 했나’이란 제하의 사설에서 김 대표가 주식사건으로 재판에 시달린데다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가 회사를 매각케 했다고 진단했다. 한경은 “게임업체들의 잇따른 한국 탈출에 이어 국내 1위 업체가 매물로 나온 건 게임산업의 위기를 알리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대로 가면 제2·제3의 넥슨이 매물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넥슨 매각, 또 하나의 미래 산업 낙오”이란 사설에서 “경쟁에서 밀려나는 미래 산업은 게임만이 아니다. 바이오·드론·자율주행차 등 미래 먹거리가 달린 각종 4차 산업 분야에서 중국 등에 속속 밀리고 있다.”면서 “이대로면 제2, 제3의 넥슨이 계속 나오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 매각을 보며” 충격적이라고 했다. 매경 사설은 “중국 자본이 인수할 경우 게임산업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말로만 `게임 한류`를 얘기할 게 아니라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혁해 게임산업 경쟁력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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