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고 싶다면, SNS부터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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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고 싶다면, SNS부터 끊어라!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08.0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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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매력을 방해한다- 지예 칼럼 'Blurred Lines'... 사랑, 섹스, 관계의 사회학

 

어느 날 작가를 준비하는 친구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널 아는 사람들은 네 글이 궁금한 게 아니야. 네 가슴 사이즈가 궁금한 거겠지.”

난 이 친구가 한번쯤은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 역시 한번쯤은 해야 할 대답을 이 친구에게 건넸다.

“응, 맞아. 하지만 나 같은 여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궁금해 하더라고. 왜? 나랑 가까워지고 싶으니까.”

 

나처럼 글을 쓰거나, 혹은 음악을 하거나, 연예인이거나 자기 콘텐츠를 파는 사람에게 SNS라는 수단은 굉장히 고마울 수밖에 없다. 이제는 TV와 같은 매시브(massive)한 미디어에 나가야만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수요가 있었던 유튜브(Youtube) 스타부터, 개인 채널이나 SNS 스타들까지. 이젠 매스미디어 같은 굳이 그 좁고 재수없는 플랫폼을 뚫지 않아도 된다. 자기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나 역시 그렇게 했다. 그게 가능했던 건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 우리는 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와 취향을 공유한다.

그런데, 이러한 SNS가 ‘연애 불능’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면 당신을 이것을 계속하겠는가? ‘럽스타그램’이란 그저 ‘카스타그램’의 포르쉐처럼 그림의 떡이라면? SNS는, 매력을 방해한다.

 

SNS가 연애에 방해되는 이유 첫 번째, 바로 대화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예전만 하더라도 웃어른과 대화를 할 때 휴대폰을 보면 크게 혼이 났었다. 하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부모님과 대화할 때도 휴대폰을 확인하는 일이 적지 않다. 왜? 부모님 세대들도 요즘은 SNS를 많이 하신다. 우리 아빠만 봐도 부모님들끼리 ‘BAND’라는 어플로 자식 자랑을 공유하시기 때문이다.

친구들 사이는 말할 것도 없다. 예전에는 문자메시지 확인 정도였겠지만 이제는 할 게 너무나도 많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 SNS를 확인한다. 오프라인에서는 나랑 별로 친하지도 않은 SNS 친구가 오늘 무슨 옷을 입고, 어디서 무얼 먹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정작 내 눈앞에 있는 친구들은 신경쓰지 못하는 것이다.

우선 대화할 때 눈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가장 큰 오류다! 어느 해외 매체에 따르면 미국의 젊은이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가 섹스 도중 스마트폰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온 몸으로 교감해야 할 그 순간에도 우리는 스마트폰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대화가 힘든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SNS를 많이 하게 되면 좋은 리스너(listener)가 되지 못한다.

매력적인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인 특징은 바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SNS를 많이 하게 되면 상대방 이야기에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늘 SNS의 짤막한 글, 혹은 해시태그의 단어 위주에만 익숙해지다 보니 긴 이야기를 견디지 못한다. 그들은 대충 듣고 짤막한 코멘트를 달기 마련이다. 화자 입장에서는 결코 신이 나질 않는다. 영화 한 편을 다 본 사람의 코멘트와, 예고편만 본 사람의 코멘트는 아주 다를 수밖에. 그들은 대화를 주도할 때 역시,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SNS에서 본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을까?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훨씬 매력적이다.

SNS가 연애에 방해되는 이유 두 번째, 바로 현실과 구분을 짓지 못한다는 것.

예전에 아는 오빠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도대체 페이스북에 있는 여신들은 다 어디 있어?”

어디 있긴? 페이스북에만 있지. 요즘 말로 ‘셀기꾼'(셀카 사기꾼)들은 이제, 실물과의 괴리감에 대하여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셀카를 실물보다 못 찍으면 바보 취급을 받는다. 그런 친구들을 ‘셀카 고자’라는 말로 놀리기도 한다.

여자를 많이 만나지 못하는 환경에 놓인 남자들은 SNS를 통해 여자들을 구경한다. 일명 ‘페북 여신’들과 친구를 맺으며 여신들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된다. 게다가 몇몇은 꽤 친절한 콘셉트로 활동한다. 매일 그녀들의 일상을 쫓는 눈들은 비현실적으로 변해만 간다. 오프라인에서는 여신 본인도 갖지 못한 그 얼굴에 점점 눈이 맞춰져 가는 것이다. 현실세계의 여자들은 그저 조금 이쁘장한 남자 정도로만 보일뿐.

대한민국에서 가장 눈이 높은 건 연예인들도 아니고 군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매일 TV에서 풀 메이크업이 된 연예인들과 페북 여신들만 보고 사니까. SNS를 많이 하는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왜 스스로를 가상세계에 가두려고 하는가.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기까지 보통 4초가 걸린다고 한다. 그건 우리가 눈빛, 몸짓, 향기, 목소리 등 여러 감각에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에 중독되면 우리는 겨우 시각적으로 3차원적인 사진 하나에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 여신들은 정말로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무형(無形)의 존재인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사진을 도용하여 자신인 척 행세하는 이른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환자들이다. 영화 '리플리'에서, "초라한 현실보다 멋진 거짓이 낫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게 바로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려고 하는 이유다. 그들은 가상세계에서 가상의 누군가가 되어 누군가의 환영을 받으며 삶의 우월감을 느낀다. 이것은 그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

SNS가 연애에 좋지 못한 세 번째 이유, 외로움이 증폭된다.

평균적으로 연애를 끝낸 후 다시 연애를 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야 비로소 다시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결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지 못하게 되어간다. 혼자 있다 하더라도 하루종일 휴대폰을 붙들고 SNS를 보는 것이 어떻게 혼자만의 시간이겠는가? SNS를 많이 이용할수록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는 통계가 있었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에 대하여. 고독은 혼자임을 즐기는 것이요, 외로움은 혼자임이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우리는 고독의 기쁨은 모른 채 외로움에만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다. 그럴수록 점점 SNS 친구는 늘어만 간다. 소통해요, 맞팔해요, 라는 말로 친구의 수를 늘린다. 인스턴트 음식처럼 영양가 없이 겉만 비대해진 인간관계를 가지게 된다.

SNS가 연애에 좋지 못한 네 번째 이유, 이게 다, ‘좋아요’ 때문이다!

예전에 친구들과 어디 공연장에 놀러갔었다. 우리의 기대에 비해 그 공연은 실망 그 자체였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하나같이 휴대폰을 들고 그 공연의 가장 화려한 장면을 찍어 SNS에 올렸다. 친구가 말했다.

“가자, 사진 다 찍었으니까 가도 돼.”

우리는 그 순간을 즐기기보다 그저 SNS에 인증샷으로 자랑만 하면 된다는 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느새 과정보다는 결과 자체만 즐긴다. 공연이 주는 감동의 정도보다, 얼마만큼의 ‘좋아요’가 눌리느냐가 이 공연 질의 척도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공연뿐이겠는가? 음식도, 옷도, 뭐든 마찬가지다. 비약이 심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와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보다 결과를 먼저 생각한다. 과정의 즐거움은 생략한다. 결과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으면 시도도 하지 않는다.

우린 이런 바보 같은 즐거움에 익숙해지고야 만다. 누군가가 좋다고 느껴야 나도 좋아한다. 다양한 것을 공유할 수 있을 것만 같던 SNS는 사실, 결코 다양하지 않다. 굉장히 상대적인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것’이 아닌 '남들이 좋아할 만한 것'만 하게 된다. 일상도 그리로 따라가게 된다.

SNS가 연애에 좋지 못한 다섯 번째 이유, 보통 SNS에 업로드하는 내용들은 자기 자랑이나 과시가 많다.

누군가는 상대적인 우월감을 가지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현대인들이 SNS를 많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우월감을 얻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많다. 맙소사, 남자는 자신감 잃어버리면 끝인데! 이것은 남자들에게 정말로 치명적이다. 자신을 사랑스럽게 여기지 않는 여자를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스스로 자신감 없는 남자는 그 어떤 여자도 믿어주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누군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정체성을 가지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SNS는 그런 의미에서 또 하나의 세계로서 우리에게 깊숙이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린 이것을 적당히 일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

얼마 전 예전 은사님에게 안부 연락을 했었다.

- 선생님, 잘 지내시지요? 페이스북 통해 소식 잘 보고 있어요!

잠시 후, 은사님으로부터 받은 답장에 난 조금의 충격을 받았다.

- 응. 잘 보고 있으니 안 찾아오지.

 

SNS, Social Network Service는 그저 소셜하게 이용하여야 한다. 어느 순간 SNS에 감정을 많이 의존해버린 우리는, 거기에 Soul Network까지 바라게 되었다. SNS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세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한낱 연약한 인간의 마음이 그러한 것을!

나 역시 SNS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이 글을 쓰며 스스로를 반성 중이다. 10년 후 나 스스로에게 벌써부터 미안하다. 인생은 짧다. 과연 그 때, 내가 기분좋게 추억할 시간은 언제일까? 사랑하는 친구들, 혹은 내가 잠시 머물렀던 동네 구석구석에 눈을 맞춘 시간? 아니면 SNS로 기억도 나지 않을 누군가의 일상에 ‘좋아요’를 누르는 시간?

소울 네트워크를 원한다면, 페이스북 새 친구를 알아보고 있을 게 아니다. 당장 짐으로 달려가 한 바퀴라도 뛰거나 아니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지는 게 낫다. 그렇다면 적어도 정말 소울이 맞닿을 사람이 왔을 때, 그 사람과 눈을 맞출 확률이 조금은 늘어날 테니. /지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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