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임청각, 중앙선 개설 이전 상태로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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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임청각, 중앙선 개설 이전 상태로 복원
  • 김현민
  • 승인 2018.10.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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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5년 단계적으로 사업 추진…총 280억 소요

 

경북 안동 시내에서 34번 국도를 타고 영덕 쪽으로 가다보면 법흥교라는 다리가 있고, 그 건너편에 보물 제182호로 지정되어 있는 임청각(臨淸閣)이 나온다. 본래는 99간의 대규모 저택이었지만, 일제시대에 중앙선 철로가 낙동강을 따라 그 집앞을 지나도록 건설하면서 행랑채와 부속채가 철거되고 지금은 50여채만 남았다고 한다.

이 사대부의 저택은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李相龍:1858-1932)의 가옥이다. 이상룡 선생이 항일립운동 과정에서 독립운동자금 마련을 위해 집을 내놓기도 하는 등 애환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 집에서 독립투사를 9명이 배출되었다.

 

▲ 임청각의 현재 모습 /문화재청

 

이 집의 복원에 관해서는 이미 박근혜 정부 때부터 추진되어 왔다. 2017년 8월 당시 김종진 문화재청장이 안동을 찾아 안동시장과 이상룡 선생 후손을 만나 임청각 복원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의 계획에 따라 2020년 중앙선 철도가 철거되면 임청각 복원사업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위해 연구용역작업에 착수하고, 2018년까지 종합정비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과 올해 7월 3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회 출범식 등에서 임청각의 옛 모습 회복사업의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북 안동에 임청각이라는 유서 깊은 집이 있습니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하여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입니다.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일제는 그 집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습니다. 아흔 아홉 칸 대저택이었던 임청각은 지금도 반 토막이 난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상룡 선생의 손자, 손녀는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2017년 8·15 경축사)

“일제가 훼손한 이상룡 선생의 본가 안동의 임청각도 올해 말까지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해 본격적인 복원에 착수할 것입니다.” (2018년 7월 3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출범식 격려사)

 

문재인 대통령이 임청각 복원을 누차 언급한 한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임시정부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문화재청이 22일 경상북도, 안동시와 함께 임청각 복원·정비를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인즉,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간 280억 원을 투입해 일제강점기 이전의 모습으로 복원한다는 것이다.

 

▲ 안동 임청각 복원 조감도 /문화재청

 

안동 임청각은 고성(고성) 이씨 종택이다.

고성 이씨는 본래 중국 당나라 때 난을 피하여 들어온 이경·이황 형제를 시조로 한다. 고려 때는 개경 송악산 밑에서 살다가 토족의 난을 평정한 공으로 경상남도 고성땅에 가서 살게 되어 ‘고성 이씨’로 관향을 얻었다. 조선 세조 때 현감을 지낸 이증이 안동에 내려와 이곳에 터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임청각은 중종 10년(1515)에 형조좌랑을 지낸 이명(李洺)이 건립한 집이다.

 

이 집은 영남산(映南山) 동쪽 기슭에 앉아 낙동강을 바라보는 배산임수한 명당에 남향해 자리잡고 있다. 중앙선 철도부설로 현재의 규모로 줄었다. 하지만 아직도 길에서 보면 맞담 너머로 보이는 웅장한 모습의 행랑채가 이 집이 소위 말하는 99간집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 중 보존상태가 양호해 군자정은 임청각의 별당으로 조선 중기에 지은 ‘丁’자 평면의 누각형 건물이다. 앞면 3칸·옆면 2칸 크기이고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다. 중심은 남향의 대청이고, 그 서쪽에 이어서 지은 T자형의 온돌방이 부설되어 있다. 내부는 4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 둘레에는 툇마루를 돌려서 난간을 세웠으며, 출입은 두 군데에 마련해 놓은 돌층계를 이용하게 되어 있다.

 

▲ 임청각 전경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현재 일제강점기에 중앙선 철로 개설(1941년)로 훼손되기 이전의 임청각과 그 주변을 옛 모습에 가깝게 복원‧정비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1763년 문집 '허주유고' 속 그림인 ‘동호해람’, 1940년을 전후하여 촬영된 사진과 지적도 등 고증이 가능한 자료를 근거로 종합적인 복원‧정비 계획을 마련했다.

문화재청은 종합계획에 따라 임청각 주변에 멸실된 임청각의 분가(출가한 자식들의 가옥) 3동을 35억 원을 들여 복원하고, 철도개설로 훼손된 주변지형과 수목, 나루터 등을 22억 원을 들여 옛 모습에 가깝게 복원할 계획이다.

 

▲ ‘허주유고’속 동호해람에 그려진 안동 임청각 /문화재청

 

또 임청각 진입부에는 석주 이상룡 선생의 독립정신을 기리고 그 뜻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기념관을 건립(70억원)하고, 주차장, 화장실, 관람로, 소방시설 등 관람‧편의시설도 재정비(23억 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토지매입(70억 원), 시‧발굴(25억 원), 임청각 보수‧복원(20억 원), 설계용역과 기타(15억 원) 등의 사업까지 합치면 총 280억 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복원‧정비사업을 하려면 임청각 앞마당을 가로지르고 있는 중앙선 철로의 이전과 철거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철로의 철거 이전은 2020년까지로 예정되어 있어 일단 그전까지는 복원‧정비를 위한 기본설계, 실시설계와 주변 토지매입, 발굴조사 등 선행사업을, 철로 철거 이후인 2021∼2025년에는 훼손 건물 복원, 지형과 경관 복원, 편의시설 설치 등을 차례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문화재청은 임청각 복원‧정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문화재보호구역 확대 조정안을 이미 관보에 공고했으며, 관계자와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한 후 올해 12월까지 고시를 마칠 예정이다. 내년에는 1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토지매입과 기본설계 등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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