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구인난에 日 경단련 채용지침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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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구인난에 日 경단련 채용지침도 폐지
  • 김현민
  • 승인 2018.10.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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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 지키면 손해”…기업 불만 쏟아지자 일본 정부 나서 폐지 추진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가 우리나라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비슷한 단체다. 경단련은 1982년 대졸자 채용에 관한 지침을 만들었다. 이 지침에 따라 기업들은 내년도 4월 입사예정자 채용을 위해 매년 3월에 채용설명회와 서류전형을, 6월에 필기시험과 면접을 각각 실시하고 10월에 입사예정자를 정해 통보한다. 경단련의 지침은 기업간 무분별한 채용경쟁을 막고 학생들의 학업 시기를 보장해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이 이 지침을 따랐다.

 

하지만 일본에서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새치기하는 회사들이 생겨났다. 경단련 지침을 따를 필요가 없는 외국 기업들과 IT벤처 기업들이 대학생들을 입도선매를 하고 나선 것이다.

코트라 오사카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나 라쿠텐 등이 경단련 채용지침과 상관없이 수시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리쿠르트 커리어 조사에 의하면 2019년 졸업자 채용에서 수시채용을 실시할 예정인 기업은 26.3%로, 전년대비 7.2포인트 상승했다.

시스템 개발 회사인 가이악스는 대학 3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올해 가을부터 면접을 실시하고, 이르면 12월에 내정을 통보할 계획이다.

 

▲ 자료: 코트라 오사카 무역관

 

우수 인력을 먼저 빼가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경단련의 채용지침을 따르는 기업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본은 최근 경기 호황으로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지난해 유효구인배수(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가 약 43년 만의 최고 수준인 1.54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채용상황 조사에 따르면 일본 주요기업의 절반이 내년도 신입사원 채용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 내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이 지난 9월초 “경단련 지침 폐지를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말해 지침 폐지가 공론화되었다.

이에 경단련이 2020년 4월 입사대상자(대학 3학년생)까지만 지침을 유지하고 그 이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5일 일본 정부의 관련부처가 모임을 갖고 정부 주도로 1년간 지침을 더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즉 2021년 4월 입사대상자(대학 2학년생)까지 유지하고 그 이후 폐지한다는 것. 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일본 정부는 이달 29일 다시 한번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경단련 채용지침 폐지에 반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채용전형 자율화가 되면 인재가 대기업에만 몰릴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에서는 지침 폐지로 학업이나 연구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나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일본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끼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관점에서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졸자 일괄채용, 연공서열, 종신고용은 일본에서 고유한 고용시스템으로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고용난이 심각해지면서 일본 고용시스템의 일각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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