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새 변수는 '악화하는 국민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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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새 변수는 '악화하는 국민 여론'
  • 정리=이재윤 기자
  • 승인 2015.08.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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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한목소리로 질타... 신격호 총괄회장 건강이상설 확산

롯데 신격호, 신동주, 신동빈 부자, 형제간 경영권 분쟁 사태에 대해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재벌기업 내부의 문제에 발언을 자제해온 정치권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일방적인 언론플레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새롭게 밝혀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총수 일가의 일본어 사용등이 국민 정서를 자극함으로써 악화된 국민 여론이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 한목소리로 롯데 총수 일가 질타

여야 정치권이 3일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사태를 놓고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롯데 사태가 재벌가에 대한 여론 악화로 이어지고, 소수 지분으로 대기업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황제경영'이 롯데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롯데 사태를 두고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규정한 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의 의지에 "볼썽사나운 롯데가(家)의 '돈 전쟁'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롯데그룹이 제과·유통업을 주력으로 삼는 기업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국민 삶에 가장 밀접한 기업으로, 당연히 국민으로부터 큰 혜택을 본 국민 기업이라 말할 수 있다"며 "그러나 후진적 지배구조, 오너 일가의 정체성과 가풍 모두 우리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이종걸 원내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수 일가가 소수의 지분을 갖고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면서 재벌이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리스크로 전락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재벌개혁 대신 재벌에 다양한 특혜를 줘왔다. 재벌 총수는 범법하고도 관용과 변칙으로 사면을 받았다"며 "감옥에서도 편의가 제공돼 병원에서 세월 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언급했다. 재벌가의 추한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번 사태를 맞아 광복절 사면에서 기업인 포함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우회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롯데 사태를 모든 기업의 문제로 일반화할 일은 아니라는 견해도 없지 않다. 총수 일가 내부의 주도권 다툼을 외부에서 지나치게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롯데의 집안 싸움이 한심한 일이긴 하지만, 이를 바깥에서 손보겠다는 발상은 법적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괜히 기업을 못살게 구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도 "이벤트 식이나 손봐주기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벌의 순기능은 유지하면서 공정 경쟁이나 사회적 책임 등 중요한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영상, 오히려 건강이상설 확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서명에서 음성녹음, 동영상을 특정 방송에만 제공하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일방향 '언론플레이'가 '실패작‘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음성에 이은 영상 공개로 신동주 전부회장측의 홍보 수위를 높였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확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사회를 거치치 않은 채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창업자인 부친의 서명서를 내세워 자신이 후계자라는 주장을 펼친 점도 전근대적인 족벌 경영행태가 마치 올바른 것인양 두둔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자라는 이미지만 낳았다는 평가다.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지한 것은 고령자인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 문제 때문이라는 논란이 일자 2일 신 전 부회장측은 특정방송 2곳에 신 총괄회장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2일 오후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 의해 촬영됐다. 신 총괄회장이 차남이 아닌 장남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일축하려는 의도였다.  

지난달 31일 방송에서 공개된 육성 녹음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본어로 대화를 나눴던 신 총괄회장은 이날은 모든 입장을 한국어로 밝혔다.

고령으로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신 총괄회장은 의자에 앉아 줄곧 시선을 아래에 둔 채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여기서 신 총괄회장은 4년전인 2011년 이미 한국롯데그룹 회장에 선임된 신동빈 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해 논리적 모순을 드러냈다. 

신 총괄회장의 얼굴도 건강하게 보이기 위해 지나치게 메이크업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일본롯데홀딩스를 한국롯데홀딩스로 잘못 말하는가 하면, 잠시 멈추거나 더듬더듬 말하는 모습 역시 고령이지만 건강이상설을 불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영상 공개는 롯데그룹의 반격을 초래했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이 최근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언론에 흘렸다. 이처럼 94세의 고령자인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증언이나 상황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면서 그의 건강을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드는 게 아니라 반대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베일에 싸인 지배구조 노출 -' 무늬만 한국기업, 실제는 일본기업' 비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일 두 나라에 걸친 롯데 일가의 복잡한 가계도와 지배구조가 도마에 올라 '롯데는 사실상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국민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해방 전 20세의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란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신동주·동빈 형제는 두번째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사이에서 태어났다.

특히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 정점에 일본에 있는 광윤사(光潤社)와 일본 롯데홀딩스가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조명을 받으면서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최근 방송 인터뷰를 일본어로 진행해 '한국 기업 경영을 꿈꾸는 사람이 그동안 한국어도 배우지 않았느냐'는 질타를 받았고,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어로 대화하는 모습도 비호감을 낳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진의 해임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는 일본어로 작성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늬만 한국 기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불매 운동까지 거론되며 롯데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네이버에서 아이디 'ynt1****'를 쓰는 네티즌은 "장남이 한국말도 못한다는 자체가 대한민국은 그저 장사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mode***'는 "롯데를 물려받을 두 아들 모두 한국어를 못한다는 건 한국에 대한 애정과 애국심이 0%란 소리"라고 성토했다.  

일부 네티즌은 "롯데 것을 쓰면 쓸수록 우리 자본이 일본으로 간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았다"('imso****'), "일본 기업 불매가 답이다"('3172****') 등의 주장을 펼쳤다.

롯데는 유통, 호텔, 식품 등 소비재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인 만큼 기업 이미지 실추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한국어 실력도 논란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한국어 실력도 방송 인터뷰 때문에 도마에 올랐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귀국 직후 특정방송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일본어로만 입장을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의 모친이 일본인이고 일본에서 학업과 기업 경영을 해온 만큼 한국어 실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은 됐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한일 양국에서 모두 사업을 꾸리고 있고 신 전 부 회장이 한국 롯데의 경영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에 비해선 한국어를 거의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한국 국적으로 모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몇가지는 한국어로 준비하는 등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 기사 댓글을 달고 "한국말을 못하다니 말문이 막힌다"고 밝혔고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말이 안 된다는 건데 롯데가 갑자기 먼 나라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특정방송에 공개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부자간 대화는 오로지 일본어로만 진행돼 눈총을 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60세나 되는 차남 신동빈 회장을 폭행했다고 폭로한데 대해서도 '피도 눈물도 없는 혈육 간 진흙탕싸움'을 그대로 노출시킨 부적절한 행태였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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