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北, 핵무기 폐기 의사 있나”…남북관계 과속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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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北, 핵무기 폐기 의사 있나”…남북관계 과속론
  • 김현민
  • 승인 2018.09.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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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혹시나 했던 기대, 수사로 그쳐”…매경 “빈 칸 채우는 것 중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 우리와 전세계인이 관심을 두고 지켜본 대목은 북한이 비핵화선언을 할 것인지 여부였다.

19일 이틀째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채택한 ‘9월 평양 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라는 조항(5조)이 들어있다. 또 5조 3항에 “ 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고 정리했다.

이 조항에는 구체적으로 북한이 언제, 어떻게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명시적인 약속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김정은은 기자회견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무기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확약하였다”고 말했다. 문구로는 넣지 않고 북한 수뇌의 말로 “비핵화를 확약했다”고 두루뭉실 넘어갔다.

 

▲ 19일 평양에서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체결 모습 /통일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비핵화 논의에 가장 강하게 문제 제기한 신문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북핵 폐기 실질 진전 뭐가 있나”라는 사설과 함께 “김정은 核, 이러다 '방 안의 코끼리' 된다”는 양상훈 주필의 칼럼을 실었다.

조선 사설은 이렇게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평양 선언에선 북한 핵 폐기와 관련한 실질적 진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북측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전문가들의 참관 아래에 폐기한다는 것과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용의를 표명했다. 동창리 시설 폐기는 6·12 미·북 정상회담 때 북한이 이미 약속했던 사안이다. 북한은 이미 이동식 발사대를 확보해 동창리 시설은 쓸모도 없는 것이다. 영변 핵시설은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부터 문제가 된 5㎿ 원자로와 거기 딸린 재처리 시설을 말한다. 북은 이미 핵폭탄을 영변의 플루토늄이 아닌 다른 지하 시설에서 농축우라늄으로 만들고 있다. 북한은 지상으로 드러나 있고 노후한 데다 규모가 작아 이미 실효성이 없어져 고철이나 마찬가지인 영변 원자로를 협상 대상으로 내놓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핵무기의 폐기여부다. 조선일보 사설은 이 문제에 대해, “북핵 폐기의 실제 대상은 북한이 이미 수십 기를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진 핵탄두와 핵물질, 고농축 우라늄 지하 농축 시설이다”면서 “미국이 이에 대한 신고를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북이 이번에 내놓은 답은 너무나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조선 사설은 비핵화 진도가 지지부진한 데 반해 평양 선언에 남북 경협 조치기 급발진한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두 정상은 금년 내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으며 또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는 문제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런 사업은 대북 제재가 해제되기 전에는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남측과 북측에서 각각 착공식만 갖는다면 그 자체로 제재에 저촉되지는 않을 것이며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라는 전제를 단 것 역시 제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는 해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업이다. 정부가 이 사업들을 정말 추진하고 싶다면 북핵 폐기가 실질적 실천 단계에 들어가도록 북측을 재촉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고대하던 '핵 신고'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비핵화와 남북 간 평화 정착에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평양 선언은 비핵화는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한 반면 남북 관계만 과속으로 앞서가고 말았다.”

 

조선일보 주필의 칼럼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혹시나 했던 기대는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고 서두를 시작했다.

“북핵 폐기라는 가장 중요한 내용은 4월 남북 정상회담, 6월 미·북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합의문 뒷부분으로 밀려났고 그 내용도 뜻이 모호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식의 수사(修辭) 반복에 그쳤다. 이동식 발사대 확보로 쓸모없어진 미사일 시험장 폐기와 이미 고철화됐다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조건부 폐기 의사도 실질적 핵탄두·핵물질 폐기와는 상관없다. 북핵 폐기가 되려면 다른 무엇보다 핵폭탄과 핵물질, 우라늄농축시설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신고해야 한다. 그래야 폐기가 되고 검증이 된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핵 신고'에 대한 간접적 언급이라도 있을까 기대했지만 없었다.”

양상훈 주필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의사 자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핵을 버리는 것은 안 버리면 죽게 될 때뿐이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노골적으로 방해한다. 한국 정부도 속마음은 중·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일치단결해도 제재 강도가 철저하게 지켜지는 기간은 2~3년 정도일 것이라고 본다. 그 기간 이상 끌고 가려면 미국의 결연한 의지와 치밀한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초등학생 수준의 행태를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핵 사찰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트럼프는 '김정은이 핵 사찰에 합의했다'고 트윗을 날렸다. '핵 사찰'이 뭔지 모르거나 합의문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지금처럼 김정은이 트럼프를 계속 치켜세워 주면 미국의 대북 제재도 '말'로만 남는 상황이 온다.”

조선일보 주필의 칼럼은 이번 공동선언을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그에 대해 말하지 않는 문제를 '방 안의 코끼리'에 비유했다.

“지금 미국 사회에선 일부이지만 눈여겨봐야 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핵을 막을 수 없을 바엔 북한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 되게 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시작된 것이다. 김정은은 핵의 일부만 신고한 뒤 그것에 대한 검증 시비로 시간이 기약 없이 흘러가게 할 수 있다. 한국 사회 안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기를 싫어하고 북핵 얘기하는 사람을 남북 화해 반대자, 평화 반대자로 비난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김정은 핵은 명실상부하게 방 안의 코끼리가 된다.”

 

한국경제신문은 “평양 정상회담을 '성공작'이라고 자축만 할 수 있겠나”라는 사설에서 “진정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번영’은 몇백 번의 선언이 아니라, 즉각적인 비핵화가 이뤄질 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核무기·위협 없는 평화”… 美 핵우산도 겨눴다“라는 사설에서 ”김정은의 발언은 동시에 미국을 향한 촉구의 메시지“라고 보았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도, 미국의 대북 핵위협도 모두 없는 ‘조선반도 비핵화’여야 한다는 의미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핵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해온 북한이다.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해 미국은 군사훈련 중단은 물론이고 한국에 대한 핵우산이나 확장억제 공약도 폐기해야 한다는 속뜻도 깔려 있다. 향후 한미 동맹 간 안보 공약이 약화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중앙일보 사설은 “진일보한 평양회담 성과 … 비핵화 실천에 달렸다”고 했다. 이 사설은 5항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요구해 온 핵시설과 핵물질 리스트 또는 핵 프로그램에 관한 ‘신고’나 ‘검증’을 허용하는 문제가 담기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김정은 "핵무기 없는 평화의 땅" 역사와 세계에 한 약속이다”고 했다. 이 사설은 “남북 정상의 9월 평양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이 여전히 `블랭크`로 남아 있다”면서 “감동적인 선언문을 발표하는 것보다 그 빈칸을 채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한겨레신문 사설은 “평양공동선언, ‘되돌릴 수 없는 평화’ 이정표 세우다”라 했고, 경향신문 사설은 “김정은의 육성 비핵화 약속·‘영변’ 폐기 발언을 주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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