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오늘] 부동산 거품 붕괴가 초래한 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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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 오늘] 부동산 거품 붕괴가 초래한 금융위기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9.1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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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커의 탐욕이 빚어낸 리먼 브러더스 파산…글로벌 불황으로 전이

 

자산규모 6,390억 달러, 부채 6,190억 달러의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보호 신청(chapter 11)을 냈다. 꼭 10년전인 2008년 9월 15일이다. 당시 한국 GDP가 9,500억 달러쯤 되었다. 대한민국이 1년 내내 버는 돈의 3분의2쯤 되는 자산과 부채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파산한 것이다.

같은날 미국 최대 투자은행이 뱅크오브오메리카(BoA)에 매각되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개입한 강제매각이었다.

한국은 그 날,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연휴를 마치고 출근했을 때 미국발 외신은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무너진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10년전 아시아 금융위기는 아시아에 국한된 위기였지만, 이번에는 세계 최대경제국 미국이 파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 뉴욕 맨해튼의 옛 리먼브러더스 본사 빌딩 /위키피디아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멀리 미국 부동산 거품에서 비롯된다. 미국 부동산 가격은 2003~2004년 과열상태에 들어갔다. 주택가격이 두배 가까이 올랐다. 부동산이 곧 돈이었다.

미국의 부동산 버블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서민들에게 값싼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에서 출발한다. 은행들은 주택모기지를 채권화하고, 이를 모아 등급을 올리고, 턱없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줬다. 주택붐이 일어나고, 집값이 뛰었다. 경제는 10년 장기 호황을 유지했다. 거품이 꺼질 것으로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모기지 체납이 시작되고 부동산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때도 뱅커들은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사기를 쳤다.

이 시장에 시중 자금이 대량으로 흘러 들어갔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금융상품이 만들어졌다. 모기지론(mortgage loan)이 수익성 있는 금융상품이 되었다. 신용이 불량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subprime mortgage loan)은 투자자에게 많은 이익을 남겼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중이 8%에서 20%로 상승했다.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이

2006년 중반부터 미국 은행들은 서브프라임을 모기지은행에 넘겼고 모기지은행은 주택저당채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으로 전환했다. 금융공학을 공부한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등급의 MBS를 묶어 부채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을 만들었다. 신용도가 높은 프라임, 알트에이(Alt-A) 채권과 뒤섞이면서 서브프라임의 리스크를 분산시켰다. 이 어려운 수학을 금융공학이 만들어냈다. 채권보증회사들이 보증을 제공했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모기지 채권에 높은 신용등급을 매겼다.

은행은 대차대조표상 부채로 잡힌 모기지를 유동화할 수 있었고 투자은행으로선 파생상품을 팔아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

 

▲ /위키피디아

 

하지만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시장이 2006년 여름부터 더 이상 오르지 않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빚 내서 집을 낸 사람들이 부채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가격도 하락했다. 월가의 금융공학이 만들어낸 연금술은 이제 리스크로 반전했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헐리웃 영화 「빅쇼트(Big Short)」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여러분, 돈 법시다! 돈 벌 준비 됐죠?”라면서 채권 장사를 시작한 은행의 사기꾼들, 그들은 결국 미국 경제를 말아 먹는다.

여기서 금융가의 사기행각을 정확하게 꿰뚫고 부동산시장이 가라앉을 것에 베팅한 4명의 괴짜 천재들은 수억 달러의 판돈으로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를 걸고 도박을 벌인다. 그들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판단해 CDO에 숏(short)을 걸었다. 하락장에 베팅한 것이다. 처음엔 엄청 터졌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모기지 연체율이 높아가는데도 사기꾼 뱅커들의 장난에 MBS의 가격은 상승했다. 하지만 경제의 기초여건은 사기꾼들을 몰락시키고, 진실을 들여다본 사람에게 이득을 줬다.

 

▲ /위키피디아

 

그 첫 번째 희생양이 미국 6위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Bear Stearns)였다. 2007년 1분기에 미국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모기지 투자를 하던 베어스턴스의 두 개 헤지펀드가 2007년 8월에에 파산신청을 냈다. 베어스턴스는 곧이어 2008년 3월 18일 파산했다.

리먼 브러더스도 미국 부동산 호황기에 모기지에 투자해 돈을 많이 벌었다. 2007년에 매출 193억 달러에 42억 달러의 수익을 냈다. 20% 이상 남겨 먹는 장사를 한 것이다. 리먼이 2004~2006년 사이에 모기지 채권을 사들인 규모가 56%나 증가했다. 2006년에만 1,460억 달러 어치나 샀다.

투자회사는 자기돈으로 장사를 하지 않는다.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려 모기지 채권을 샀다. 저금리 기조였기 때문에 은행돈을 빌려 부동산 채권을 사면 높은 수익률을 냈다. 2007년 리먼의 레버리지 비율은 31배에 달했다. 10억을 투자하면서 310억의 돈을 빌린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시장이 무너졌다. 전세계에 10조 달러가 날어갔다고 한다. 한달간 뉴욕증시 낙폭은 사상 최대였다.

미국 중앙은행과 연방정부가 나섰다. 연방정부는 공적자금을 은행에 투입했고, 벤 버냉키의 Fed는 금리를 0%로 낮췄다. 구제금융 비용만 1조 달러나 된다. 뱅커들의 돈놀이에 미국인들은 막대한 세금을 지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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