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꿀-같은 끈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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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꿀-같은 끈적임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07.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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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 칼럼 'Blurred Lines'... 사랑, 섹스, 관계의 사회학

곧 8월. 지금 공기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8월에는 오죽할까. 벌써 무서운 기분이다. 이번 여름은 또 얼마나 길까?

6월 초쯤에는 더위를 먹었는지 입맛이 아예 없었다(덕분에 다이어트에는 좋았다). 이제 막 입맛을 찾아서 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도무지 회복이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난 더위를 먹고 몸 밖으로 성욕을 배설해낸 것 같다.

옛말에 '춘삼 하육 추일 동무(春三 夏六 秋一 冬無)'라 했다. 봄에는 3일에 한 번, 여름엔 6일에 한 번, 가을엔 하루 걸러 한 번, 겨울엔 매일 해도 좋다는 뜻.

이처럼 더운 여름에는 가만히 있어도 기력이 허해지는데, 괜히 무리해서 섹스를 했다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너무 안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지만). 사실 여름처럼 눈이 즐거운 계절에, 본의 아니게 욕구 조절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별로 당기지 않는 것처럼.

어느 매체에 따르면 7월에 성관계 빈도 수가 가장 낮다고 보고된 바 있었다. 우리의 몸은 22~25도의 온도에서 가장 쾌감을 잘 느끼며, 여성은 남성보다 온도에 민감한 편이다. 괜히 쿨하지 못한 섹스를 하느니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것! 그렇다면 쿨~한 섹스를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위기는 기회! 이럴 때야말로 색다른 섹스를 즐겨볼 기회다. 조금 능동적인 커플이라면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장소나 서로의 역할을 바꾸면서 심리적으로 자극을 주는 것이다. 시원하면서도 이색적인 장소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 그렇다면 대기의 습함은 곧 기분 나쁘지 않은 끈적임으로 바뀌게 된다. 아니면 오히려 끈적임을 피하기 위해서 옷을 입고 즐기는 것도 때로는 아주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장소는 프라이빗한 곳이 아닐 수도 있겠지? 그 외에 아주 클래시컬하게 시도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얼음을 이용하거나 욕조에 찬물을 받아 놓고 즐기는 것이다.

여름에는 최대한 몸을 밀착시키지 않는 섹스를 하는 게 낫다. 아무리 에어컨이 빵빵한 곳에서 섹스를 즐긴다고 하더라도, 마치 몸에 콜라라도 흘린 것 같은 끈적임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후배위(doggy style)가 가장 센스 있는 체위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여름에는 그 사람의 살 냄새가 그다지 달갑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 사실 후배위는 남성의 성기가 깊숙이 닿는 체위 중 하나이니 여성의 경우 위생에 철저히 신경을 써야 한다(성기가 깊게 닿는 체위일수록 질염 등 발병 확률이 높다). 이건 취향의 문제이긴 하지만, 남녀 모두 왁싱을 하면 위생에 신경쓰기 좋다.

어느 영국의 웹진이 30세 이하 영국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명 중 1명 꼴로 '이번 여름휴가에 무방비 상태에서 섹스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여름철 섹스는 ‘잭팟!’같은 느낌이 있다. 섹스는커녕 열대야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루는데도, 하고 싶은 상대는 한 명쯤 생기기 마련. 자주는 아니지만, 확 꽂혀서 사고처럼 이루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그것도 사고처럼, 게다가 처음 본 상대라니! 어찌 황홀하지 않을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의 쿨한 섹스를 위해 미리 대비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쿨한 향기의 아로마 오일을 휴대하고 다니는 것! 상대방과 자신의 귀 밑에 한 방울씩만 떨어뜨려도 느낌이 아주 다를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까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섹스 후에 피곤함이 아닌 개운함을 느끼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쿨한 섹스를 위해 곰곰이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지만 나로서는 전혀 성욕이 없다. 여름철 내가 하고 싶은 최고의 데이트란, 에어컨 밑에 앉아서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 한 잔에 스마트폰을 보며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몇 명 늘었는지 확인하는 것? 이럴 땐 잘빠진 남자의 복근보다 매끈하게 빠진 아이폰이 훨씬 섹시해 보인다는 말이다!

한여름밤의 꿀~같은 끈적임이 만연한 여름. 부부이건 연인이건 혹은 그냥 섹스만 즐기는 사이이건 간에 서로 배려가 없으면 짜증만 유발된다. 이를테면 섹스 후 담배를 피우는 것도 여름철엔 자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여름에는 담배 연기도 더욱 무겁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냄새가 깊게 배니까. 뭐, 매력적인 사람이라면 사계절 모두 자신을 섹시하게 관리할 것이다.

여름철 섹스는 양보다 질! 쿨한 섹스, 질 좋은 섹스를 위해서는, 사실 질 좋은 상대를 만나는 게 최고이긴 하지. 풉.

/지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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