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현대重 사장의 고뇌 “일감 없는데, 일자리 유지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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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현대重 사장의 고뇌 “일감 없는데, 일자리 유지하라니…”
  • 김현민
  • 승인 2018.09.10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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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죽자는 얘기인가”…“노동개혁 더 이상 미룰수 없다”

 

세계 최대, 당연히 국내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강환구 사장이 지나 7일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을 냈다.

그는 그 글에서 해양사업부의 유휴인력을 해결하기 위해 조선 물량을 해양사업부로 나누고, 외주물량을 직영으로 전환하자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협력사 노무비는 직영의 65% 수준으로 직영비율이 높아지면 회사 노무비가 증가한다“면서 ”현재 조선사업부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보다 직영비율이 이미 높은 상태"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 회사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약 520만원, 중국 조선소 인건비는 약 169만원이며 인도 등은 약 80만원에 불과하다"며 "해양사업부 원가 중 인건비 비중은 20% 수준, 중국 인건비 비중은 6%, 싱가포르는 3% 수준으로 수주 실패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강 사장은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회사의 영업비밀까지 공개하면서 "향후 3년간 수주가 없으면 현재 2,400명인 해양사업부 인건비 손실액만 약 6,000억원이 발생해 회사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라고 호소했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는 2014년 11월 UAE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를 수주한 이후 45월째 수주가 없다. 지난달 이 마지막 나스르 물량이 출항하면서 해양공장 작업이 멈췄다.

회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4일까지 해양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조기정년 신청을 받고 있고, 이에 대해 노조는 부분파업을 벌이며 희망퇴직 반대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 사진=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참으로 딱한 일이다. 일감이 없는데, 노조는 적자를 보더라도 일자리를 유지하라고 회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가 현대중공업의 10일 이 문제를 사설에서 다뤘다.

 

조선일보는 “현대重 인건비 中 3배·싱가포르 6.5배, 이대론 안 된다”라는 사설을 냈다.

“한국 조선업은 산업 생태계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는 조선업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기피 학과로 전락했다. 입학 경쟁률은 떨어졌고, 입학 후 전공을 바꾸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대학원조차도 흔들리고 있다. 올 2학기에는 석사(4명 모집)와 석·박사 통합과정(6명)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설계·기술개발 등 핵심 역량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조선업은 불황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4년 18만명을 고용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12만명 정도로 줄었다. 그런데 노조는 구조조정 막겠다고 파업 협박한다. 이대로 다 같이 죽자는 얘기다.”

 

한국경제는 “기업과 노조를 '강자-약자'로 가르는 이분법, 벗어날 때 됐다”는 사설에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성 노조’와의 관계에서 이제 약자는 오히려 사측이라는 게 명확해지고 있다. 노조가 막아서면 긴급한 구조조정조차 물 건너간다. 노조는 툭하면 파업에 돌입하지만, 사측의 대항권은 별로 없다. 파업권에 대항하는 수단인 사측의 ‘직장폐쇄’ 카드도 불법 파업시에는 쓸 수가 없다. 파업시 대체근로 역시 선진국 중에선 한국에서만 금지돼 있다. 1953년 근로기준법과 노동쟁의조정법 제정 때의 노동자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온갖 노동관련법들이 노조 측 입장을 주로 받아들임으로써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것이다. 이런 이분법적 시각이 시장생태계를 왜곡시키고, 다수의 노동자에게 좌절을 안기는 괴물을 키워온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 조선업종의 위기는 한국 제조업의 위기이고 이는 한국 산업의 위기다. 더 이상 노동개혁을 미룰 수가 없다.”

 

우리 조선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고임금이다. 세계 조선업계가 호황으로 돌아서 수주물량이 늘어도 현재의 인건비로는 수주를 따기 힘들거니와 수주를 해도 흑자를 만들기 힘들다.

우리나라 조선소 평균연봉이 강 사장의 지적처럼 경쟁국에 비해 높아도 너무 높다. 이런 고임금으로는 국제시장에서 단가 경쟁이 어렵다. 이런 원가경쟁력으로 수주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국내 조선소 중 그나마 나은 곳이 한진중공업인데, 필리핀 수빅으로 옮긴 조선소에서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수빅조선소의 1인당 평균연봉이 국내 임금의 10분의1 이하로,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 적자를 수빅조선소 흑자가 계속 메우는 형국이다.

조선소는 덩치가 워낙 커서 세금이나 은행들의 부채 떠안기로 적자를 메우기 힘들다. 노조도 이런 정황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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