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으로 떨어진 부부 은행나무, 칠석 맞아 기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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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떨어진 부부 은행나무, 칠석 맞아 기원제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8.17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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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제 복원…8백년전 홍수로 황해도에서 떠내려와 볼음도에 자라

 

전설에 따르면, 강화도 건너편 북한 황해도 연안군 호남리에 부부 은행나무가 있었는데, 800년전 대홍수로 그중 한그루의 은행나무(수나무)가 강화군 볼음도에 떠내려왔다. 이에 볼음도 어민들이 이를 건져다 심었는데, 그 나무가 천연기념물 제304호 강화 볼음도 은행나무다.

북한의 은행나무(암나무)도 그후 잘 자라 북한 천연기념물 제165호 ‘연안 은행나무’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남북이 분단되기 전까지는 양측의 주민들이 서로 연락해 음력 정월 그믐에 맞춰 안녕과 풍어를 비는 풍어제를 지내왔으나 분단 이후 출어가 금지됨에 따라 중단되었다. 은행나무 가지를 다치게 하거나 부러진 가지를 태우면 목신(木神)의 진노를 사서 재앙을 받게 되고 끝내는 죽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강화군에 따르면, 6·25 이후 남북이 갈라지며 두 지역의 행사가 중단되면서 볼음도의 수나무는 시름시름 앓더니 점차 말라가기 시작했다. 섬 주민들은 연안에 사는 암나무의 안부를 알 길이 없어지자 수나무가 죽어가는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은행나무 근처에 저수지가 만들어져 해수가 차단되자 볼음도 은행나무는 다시 살아나 푸르름을 되찾게 됐다. 들리는 풍문에는 북한의 암나무도 합동 풍어제가 중단된 후 시름시름 앓았는데 근래 호남중학교 교직원들의 보살핌을 받아 생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 부부 은행나무의 위치 /네이버 지도

 

최근 남북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문화재청이 오랜 세월 서로 떨어져 있었던 은행나무 부부의 아픔을 달래고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남과 북의 주민들이 함께 기원해왔던 은행나무 제를 복원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강화군, 한국문화재재단, (사)섬 연구소와 공동으로 천연기념물 제304호 강화 볼음도 은행나무 민속행사를 17일 오전 11시 30분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리 현지에서 개최했다.

강화 볼음도 은행나무(수나무)는 수령 800년(추정), 가슴높이 줄기 둘레 9m, 밑동 둘레 9.8m, 키 24m로 위용이 대단하다.

이번 행사는 은행나무 부부 이야기를 토대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인 음력 7월 7일(양력 8월 17일)에 맞추어 진행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의 ‘춘향가’ 이수자인 박애리 씨의 사회로 ▲ 제례 복원, ▲ 평화의 시 낭송, ▲ 한국의집 예술단의 마당놀이, 태평성대, 살풀이가 펼쳐진다. 또한, 한국화가 신은미 작가가 아쟁 산조에 맞춰 북한 암나무를 기리는 수묵화 그리기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우선 남한의 수나무인 강화 볼음도 은행나무의 제를 복원하고 북한의 암나무를 기리는 한편, 앞으로는 남북협력을 통해 북한과 같은 날 각각의 장소에서 부부 은행나무의 제를 다시금 지내는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은행(銀杏)나무는 은행나뭇과에 하나뿐인 나무로, 암수의 구분이 있다. 암나무는 수나무에서 날아온 꽃가루가 있어야 열매를 맺는다. 수꽃은 연한 황록색이며 꽃잎이 없고 2~6개의 수술이 있다. 암꽃은 녹색이고 끝에 2개의 밑씨가 있으며 그 중 1개가 종자로 발육한다.

은행나무는 전통적으로 나무에 열매가 열리는지의 여부로 암수를 감별해 왔는데, 30년 이상 일정 기간 이상 자라야 열매를 맺을 수 있어 어린 묘목의 암수 감별이 어려웠다. 암나무는 악취가 나 가로수로 심어 피해를 발생하기도 한다.

신생대 에오세에 번성해 현존하는 식물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한다. 은행나무는 오래 살며 수형이 크고 깨끗하다.

 

▲ 천연기념물 제304호 강화 볼음도 은행나무 /문화재청
▲ 북한 천연기념물 제165호 연안은행나무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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