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마저 자급자족 나선 中…韓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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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마저 자급자족 나선 中…韓 미칠 영향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4.10.14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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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업계, 패키징 공장 건립
화웨이도 파운드리 업체와 HBM 개발 나서
중국 정부 차원 전폭적 지원 속 자급자족 속도
한국 반도체 시장에 악재 될 수도
기술 격차 크지만 ‘잠재적 위협’ 지적도
중국 정부 지원에 의존한다는 점은 단점
미중 갈등 속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중국이 인공지능(AI)의 필수재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기술 봉쇄를 뚫고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은 HBM과 낸드플래시, 범용 D램 등 메모리반도체 투자를 늘리면서 한국 반도체 제조사를 위협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지원 이외에 투자와 사업 자금 확보의 길이 묘연해 당장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판세를 흔들 '메기'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능력이나 수율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 등 투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中 AI 독립의 마지막 퍼즐 'HBM' 투자 속도

올 상반기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모회사 루이지반도체는 상하이시 정부로부터 푸둥신구 일대 토지 취득 계약을 체결했다. 푸둥신구는 바이오와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투자가 집중된 산업단지다. 루이지반도체는 이곳에 171억 위안(약 3조2000억원)을 들여 첨단 메모리 패키징 공장을 지을 예정이며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공장은 CXMT가 생산한 D램을 HBM으로 패키징하는 역할을 하게 되며 패키징 목표 물량은 한 달에 3만개 수준이다. 아울러 CXMT는 베이징과 허페이 지역에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중국 최대 통신 업체 화웨이도 현지 파운드리 업체 '우한신신'과 함께 HBM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패키징 업체 통푸마이크로와 장쑤창장일렉트로닉스(JCET)가 화웨이의 HBM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는 14일 "중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공격적으로 생산 투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CXMT는 지난해 웨이퍼(반도체 원판) 기준 월 12만장 수준이었던 D램 생산 능력을 올해 20만장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CXMT가 HBM 초기 물량을 중국 정부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의 HBM 개발은 AI 반도체 '국산화' 시도의 일부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막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중국 기업은 자체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AI 칩(연산)부터 HBM(저장 및 전송) 구조를 완성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중국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국무원은 '국가집적회로 산업투자기금 3기 펀드'를 설립했다. 펀드 규모는 3400억 위안(약 65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기금은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는 물론 HBM과 AI 반도체에 집중 투자된다. 

중국 정부와 업체의 투자 확대에도 업계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갈길은 아직 멀다고 지적하면서 한국과 중국 사이에 약 10년의 기술 격차가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목표 역시 2세대 HBM2로 한국 기업이 2016년 상용화한 기술에 머물러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산 HBM이 양산되더라도 내수용으로 활용할 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가 자급자족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현재로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한국을 위협할지는 의문인 상황"이라면서도 "D램을 쌓아 올리는 HBM의 경우 진입 장벽이 높다고만 할 수 없어 투자를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따라 잠재적으로 한국 기업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중국이 2세대 HBM 자급자족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中 HBM2 자체 생산, 한국에 미칠 영향은

중국이 2세대 HBM인 HBM2를 자체적으로 생산한다면 한국 반도체엔 어떤 영향을 줄까.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정부의 제재로 중국 시장에 직접 HBM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HBM을 자급한다면 악재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HBM 수요의 약 7%를 중국이 흡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 칩으로 중국이 자급자족을 노리는 2, 3세대 구형 HBM이 대부분이다. 이미 미국의 마이크론의 경우 지난해 중국 내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HBM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경우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8조606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8822억원에서 121.7% 뛰었다. 삼성전자 역시 올 상반기 중국 지역에서 매출 23조5456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97.8% 늘었다. 두 배 가까운 성장이다. 한국 가전이 중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만큼 매출 대부분이 반도체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은 기술 고도화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부터 5세대 HBM(HBM3E) 8단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또 지난 9월부터는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으며 연내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1세대(HBM1)를 출시한 데 이어 HBM 5세대(HBM3E)까지 전 세대 라인업을 개발해 시장에 공급해 온 유일한 기업”이라며 “높아지고 있는 AI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춘 12단 신제품도 가장 먼저 양산에 성공해 AI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또한 6세대 HBM을 내년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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