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각] 설비투자 급감…기업 기살리기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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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각] 설비투자 급감…기업 기살리기 나서야
  • 김현민
  • 승인 2018.08.01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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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동정책, 대기업 규제가 기업 투자 옥죄…정책기조 전환해야

 

경제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현재의 경제현상을 정확하게 숫자로 대변한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6월 전산업 생산지수가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설비투자다.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줄어 전월보다 5.9% 감소,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렀다. 4개월 연속 설비투자 감소는 2000년 이래 18년만이라고 한다. 외환위기 직후의 상황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설비투자 감소폭은 -13.8%의 두자리수에 달했다. 이는 2013년 2월(-23.1%) 이래 5년 반만에 최대폭의 하락이다.

설비투자 감소는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업투자 감소는 생산력 저하→성장동력 둔화→저성장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주목할 것은 설비 투자는 기업의 몫이다. 기업인들이 위축되어 있다는 얘기다. 마땅히 투자할 신규 사업 항목이 없는데다 법인세 인상, 노동비용 상승 등을 원인으로 꼽을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인들이 사업을 더 확장하고 싶은 마음을 접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하는 사람을 죄인시하는 풍토에서 국내에서 사업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외국으로 나가거나, 기업 외의 분야에 돈을 쓰고픈 욕구가 생겨난다는 의미다. 이런 심리적 요소는 경제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판단해야 할 요소다.

 

▲ 자료: 통계청

 

1일자 주요 신문들의 사설은 통계청의 6월산업활동동향 중 설비투자 급감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18년 만의 설비투자 넉 달 연속 감소, 경제 이대로 흘러가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내일을 보고 투자하는 설비 증설 등이 줄어든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큰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는 신호고, 경고다. 올 들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까지 떨어지고, 제조업 재고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기업의 향후 경기 전망이 곤두박질치면서 투자 위축은 더 심해질 수 있다.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5로 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고 한국은행이 발표했다.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이다. 설비투자보다 더 근본적인 기술에 대한 투자도 제자리걸음이다. 4~5년 전만 해도 5% 안팎이었던 기업의 R&D(연구·개발) 투자 증가율이 올 상반기에 2.8%에 그쳤다.”

 

매일경제는 “설비투자 두 자릿수 감소가 의미하는 것”이란 사설에서 6월 설비투자가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로 감소한 대목을 충격적이라고 보았다.

“기업의 설비투자 급감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흔들리고 있음을 역력히 보여주는 심각한 지표다. 2016년 4분기부터 이어진 반도체 부문의 호황과 그에 따른 대규모 투자가 올 하반기부터 주춤해지는 추세다. 다른 한 축인 자동차 부문은 미·중 무역분쟁의 불똥으로 수출 부진까지 더해지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의 추락은 제조업의 위기를 넘어 한국 경제 전체의 암울한 미래를 뜻하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의 친노동정책과 대기업 규제가 기업의 투자를 옥죄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근본적으로 기조를 전환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는 “경제 실물·심리지표 同伴 급락에도 기업 옥죄는 정부”라는 사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탓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아 혁신성장의 기치를 다시 들고 규제개혁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했다. 최저임금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어설픈 실험은 이미 파탄 났다. 그러나 혁신을 끌어낼 핵심 규제 철폐는 정권 지지세력의 이념 도그마에 묶여 꿈쩍도 안 한다. 요 며칠 새 나온 정책만 봐도 문 정부의 ‘기업 기 살리기’ 허구성이 드러난다. …… 실패한 소득주도 성장은 이름만 포용적 성장으로 바꿔 존속하고, 공정경제 이름으로 기업 압박수위를 높이고, 혁신성장·규제개혁은 빈껍데기 상황이다. 경제의 기관차인 기업을 북돋워야 경제가 살아난다. 지금처럼 경기는 내리막이고 기업 옥죄기 강도는 높아간다면, 과연 어느 기업이 흔쾌히 신규 투자와 고용에 나서겠는가.”

 

중앙일보도 “암울한 경제, 안일한 정부”란 사설에서 정부의 안일함을 지적했다.

“일자리 정부’에서 일자리가 쪼그라드는 기막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급해진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등이 대기업들에 “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기업들을 압박한다. 일관되게 시장친화적 정책을 펴고 법인세를 내려 기업 투자를 끌어낸 미국과는 180도 다르다.

이미 친노조-반기업의 소득 주도 성장으로 고용절벽이 현실화됐다. 이제 기업들이 몸을 사리면서 투자절벽까지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 전체가 절벽에 몰릴 판이다. 경제를 성장시키는 유일한 처방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제라도 규제를 확 풀고 고용의 유연성을 늘려 기업들의 운신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은 기업이다.“

 

국영통신사 연합뉴스도 연합시론을 통해 “한국경제 투자 부진 심각…정부의 인식전환 필요하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정부의 코드에 맞춰 대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그 기여도를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기업들의 긍정적인 측면에 좀 더 시야를 둔다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들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청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받으면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깎고, 대기업끼리 서로 담합해서 공정경쟁을 해치고,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탈법과 편법을 동원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하고, 세금을 낸다. 그동안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데 기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정부가 대기업의 이런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재정, 세제, 금융, 산업정책 등에서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방법을 추가로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의 불법과 불공정은 엄단하되 긍정적 측면은 평가해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우리나라보다 덩치가 10배 이상 큰 미국에선 설비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비주거 투자부분이 1분기에 11.5%, 2분기에 7.3% 증가했다. 집짓는 것 이외의 투자, 즉 제조업 투자가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세금을 깎아주니 기업들의 투자여력이 생겼고, 기업들이 그 여유자금으로 공장을 짓고 자원개발에 대거 투자한 것이다.

일본도 설비투자가 연속으로 증가하고, 중국도 제조업 부분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리만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설비 투자의 주체인 기업들은 정부가 주는 엇갈린 메시지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정부의 한편에선 기업들에게 투자하고 일자리 늘려달라고 부탁하면서, 다른 한편으선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누구 말을 들으란 말인가. 정부의 말과 실천이 다른데서 오는 기업들의 혼란이 오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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