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9월 47개 신협 제재...구즉·김천 신협 2회
부적정 여수신부터 직장 내 괴롭힘까지
시중은행들이 굵직한 금융사고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사이, 새마을금고·신협·수협 등 상호금융권이 자잘한 사고들을 꾸준히 터뜨리고 있다. 사고 규모나 사회적 파급력은 덜하지만 그 빈도는 은행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잦다. 조합원들의 쌈짓돈이 모여 설립된 조직이라는 본래 의미가 내부통제 부실로 무색해지는 시점이다.
금융당국마저 상호금융이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하다며 건전성 회복과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지금 상호금융권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지난 9개월 동안 신용협동조합에서는 총 49건의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터진 1년치 사고(36건)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사고 종류는 부적정한 여신·수신 업무, 사적금전대차 등부터 임원이 타 임원에게 물병을 던진 일, 조합 예산으로 개인 변호사 선임비를 집행한 사건,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등까지 금융·비금융을 막론한다.
10일 신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일까지 제재를 받은 곳은 총 47개 신협이다. 서울·경기·인천지역은 ▲소공 신협 ▲동작 신협 ▲대아 신협 ▲인켈 신협 ▲남양주 신협 ▲학익 신협 ▲서로 신협 7곳이다.
동작신협에서는 한 직원이 금품수수·예금주 통장 임의보관·사적금전대차 등으로 징계면직 당했다. 그는 이사회 승인 없이 본인이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타인 명의를 이용해 개인사업자·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해당 명의를 이용해 대출을 중개하고 컨설팅 비용을 수수, 이 사실을 은폐하고자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
서울 소공신협의 임직원 6명은 임원에게 금전을 제공했다. 조합이 부담해야 하는 대출 관련 수수료를 차주에게 받아 제3자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인천의 인켈신협에서는 실채무자의 본인 및 자녀 명의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동일인대출한도를 초과했다. 역시 직원 간 금전거래도 벌어졌다.
대전·충청·세종에서는 ▲구즉 신협(2회) ▲용산 신협 ▲세종부강 신협 ▲충절로 신협 ▲남대전 신협 ▲청주행복 신협 ▲청주드림 신협 ▲대전YMCA 신협 ▲구봉 신협 ▲칠금 신협 10곳이 제재를 받았다.
대전의 구즉 신협에서는 지난 3월 임원 7명, 직원 4명에게 제재가 내려졌다. 이들은 신협중앙회로부터 징계 면직 조치를 받은 A 직원의 직무를 정지시키지 않았고, 변상조치가 요구된 B 임원의 변상금액을 멋대로 전액 감경했다. 직원 C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2차 가해, 타 직원에게 부적절한 발언 등 직장내 괴롭힘을 일삼았다.
담보대출도 부적정하게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직원들은 토지와 건물에 각각 담보를 설정해 별개 대출로 취급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공동담보로 담보대출을 취급해 유효 담보를 초과시켰다.
또 기업 신용등급이 기준(7C+) 이하인 채무자에게 여신 잔액의 10% 이상을 감액 없이 기한 연장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직원이 업무관련자로부터 금품·향응 등을 제공받으면서 임직원 3명에게 제재가 내려진 일도 있었다.
충북의 칠금신협에서는 임원 두 명이 윤리강령을 위배했다. 임원 D는 타 임원에게 물병을 던지는 등 기물파괴와 폭언을, 임원 E는 타 임원에게 비속어를 사용했다.
충남의 세종부강신협의 직원은 자녀 관련 거래 과정에서 서류를 누락해 업무를 처리하거나 담당자에게 처리를 지시했다. 직원 5명은 그의 지시로 징구 서류를 누락해 처리했다.
영남지역은 ▲김천 신협(2회) ▲부산행복 신협 ▲사상 신협 ▲진주행복 신협 ▲울산강남 신협 ▲창원 신협 ▲부산울산경남기계 신협 ▲구룡포 신협 ▲포산 신협 ▲동부산 신협 ▲경남마산 신협 ▲부산치과의사 신협 ▲대구태영 신협 ▲울산중앙 신협 ▲대구미래 신협 ▲포항서부 신협 ▲부산장우 신협 ▲해운대 신협 ▲대구대서 신협 19곳이 제재를 받았다.
경북의 김천신협에서는 지난 2월 신용협동조합법상 허용되지 않는 사업을 영위한 일이 적발됐다. 해당 신협은 미분양건물을 담보로 신규대출을 실행해주기로 약정하는 ‘담보대출확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수취했다. 3월에는 한 직원이 다른 직원에게 개인 SNS 계정을 통한 성추행·괴롭힘으로 윤리강령을 위배했다.
부산울산경남건설기계신협에서는 F 직원에게 조합의 이사장 권한을 위임한 일이 있었다. F씨는 이사장 직무대행자가 아닌데도 의장으로서 정기총회를 진행했고, 임원 6명은 이를 방조했다. F씨는 퇴직 후에도 이사장실을 개인 집무실로 활용하고 법인 핸드폰도 무단으로 사용했다.
부산행복신협에서는 상임임원에 입후보할 목적으로 퇴직한 직원에게 명예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이사회 결의)했다. 비조합원의 대출한도를 초과하기도 했다. 신용협동조합법에 따르면 조합원이 아닌 자에 대한 대출과 어음할인은 해당 사업연도에 새로 취급하는 대출 등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경남의 창원신협에서는 임원 7명, 직원 4명이 업무용 부동산을 처분하면서 서류를 갖추지 않은 채 이사회의 의결을 얻었다. 신용정보주체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총 개인신용정보를 임의로 조회하기도 했다.
울산강남신협에서는 한 임원이 문자메세지로 본인의 선거운동정보를 발송하는 과정에서 다른 후보의 선거운동정보를 함께 나열해 견책처분을 받았다.
호남 지역에서는 ▲무궁화 신협 ▲군산반석 신협 ▲광주와이 신협 ▲전주중산 신협 ▲호성 신협 ▲송천 신협 ▲영광굴비골 신협 ▲무안 신협 8곳에 제재가 내려졌다.
광주의 광주와이 신협에서는 정당한 대기발령 사유로 보기 어려운 사항들을 근거로 직원을 대기발령 처분했다. 해당 직원에게는 고정급여액만 지급했으며 부적절한 발언과 부당한 요구도 이어졌다고 신협은 밝혔다. 또 다른 H 직원은 직원 I, J가 점심식사를 하러 간 사이 업무용 단말기에 무단 접근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
전북의 군산반석신협에서는 임직원 2명이 임원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조합 예산으로 집행했고 직원 간 사적 금전거래도 이뤄졌다.
전남의 영광굴비골신협에서는 승진 최저기간을 충족하지 못한 직원을 이사회가 승진시켰다. 한 직원은 업무 관련자와 사적으로 금전을 대차했는데, 이 재원으로 활용된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부친의 서명을 임의로 날인해 전표를 작성했다.
제주에서는 ▲안덕 신협 ▲서귀포 신협 ▲서귀포동부 신협 3곳이 제재를 받았다.
제주 서귀포신협은 건축물의 준공 전 지급한도액을 초과해 기성금(현재까지 완성된 정도에 따라 지급하는 금액)을 지급했다. 대출 기한 연장시에는 신용상태 심사, 건축현장 방문 등을 수행하지도 않았다. 이외에도 대출 사후관리 부적, 회계처리 부적 등이 발생했다.
신협중앙회는 지난해 2월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발표했다. 준법지원부문 산하에 준법지원팀을 설치하고 변호사 등 전문인력을 배치한 것이다. 내부통제 기준 준수여부를 점검하고 조사하는 준법감시인을 보좌하기 위함이었다. 추가로 조직문화혁신추진단을 설치해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부정채용 등을 근절하겠다고도 밝혔다.
당시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은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해 내부통제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전체 조합의 균형 있는 발전과 특수조합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한 결과”라며 “선진화된 조직문화의 정착과 강력한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으로 신협에 보여주는 조합원 신뢰에도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그 다짐은 다시금 무색해지고 있다.
전국의 신협 제재 내역은 신협중앙회 홈페이지의 금융소비자보호안내-경영공시-제재내용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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