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지난 주, 서울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두 개의 대형 국제 행사가 열렸다. 하나는 현대 미술계의 중요한 행사인 프리즈 아트페어(Frieze Seoul)였고, 다른 하나는 코리안 블록체인 위크(Korean Blockchain Week)였다. 이 두 행사는 겉보기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두 분야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통해 한때 긴밀하게 연결되며 새로운 시너지를 발휘했던 역사가 있다.
2021년, 블록체인 기술과 예술이 만나며 NFT 붐이 일어나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NFT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 기술로 증명할 수 있게 하면서, 예술 작품을 온라인상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디지털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큰 가격에 거래되며, 디지털 아트의 가치가 재조명되었다. 그러나 2023년에 이르러 NFT 시장은 급격한 하락세를 겪으며, 일부 대표적인 NFT 자산의 가격은 90% 이상 하락했다. 많은 이들이 이 현상을 '거품 붕괴'로 평가하며, NFT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증가하기도 하였다.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예술 분야의 NFT 프로젝트들이 흥망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의 NFT 거래 플랫폼인 클립드롭스는 한때 인기를 끌며 회사도, 참여한 아티스트도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최근 디지털 아트 전문 기업에 매각된다는 뉴스가 나온 상황이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몇 몇 대기업의 NFT 마켓플레이스 시도도 시장의 침체를 겪으며 서비스를 종료하는 수순을 밟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NFT 시장이 단순한 열풍에 그치지 않고, 예술계와 블록체인 기술 간의 융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일시적인 하락세로 좌절되지는 않는다. NFT 열풍이 사그라든 현재에도, 예술계 내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홍지숙 대표가 이끄는 아트토큰은 NFT 기술을 예술과 융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그녀는 최근 갤러리를 새로이 개관하며, 이성근 작가의 작품에 NFT 기술을 접목해 전시를 선보였다. 이러한 시도들은 기술과 예술의 만남이 더 깊이 있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속도는 느릴지라도, NFT와 블록체인 기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예술가들과 미술시장 전문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NFT가 디지털 아트와 같은 분야에서 유즈케이스를 창출하는 데 일조했지만, 더 나아가 예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최근 주목할 만한 소식은 소니의 블록체인 진출이다. 소니는 이미 게임 산업에서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업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새로운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과 게임 산업의 융합 역시 많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도전하고 실패를 경험한 영역이다. 하지만 게임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경험, 두터운 팬과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는 소니가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이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지난해 NFT를 게임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퍼 펀저블 토큰" 특허도 출원한 바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단순히 금융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예술, 게임, 음악, 교육 등 모든 산업에서 블록체인이 가치를 더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따라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각 산업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기업이 그들의 산업적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방식으로 블록체인을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NFT 열풍이 잠잠해진 지금, 블록체인 기술과 예술의 만남은 다시 한번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기술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려면,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혁신이 만들어질 수 있다. 예술계에서 시작된 이 작은 물결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며, 한국 역시 블록체인 개발자 인재 양성에만 한정할 것이 아닌 다양한 산업 전문가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풍성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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