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 플랫폼 규율할 '온라인 플랫폼법' 만들어야
[오피니언뉴스=양현우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는 어떻게 1조원 안팎에 달하는 6만개 온라인 쇼핑몰 입점업체들의 판매 대금을 빼돌릴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시장 질서를 실질적으로 규율할 현행법이 없다는 허점을 탐욕스런 기업가가 악용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이들 온라인 쇼핑몰업체를 관리 감독하는 법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관할하는 대규모유통업법, 전자상거래법과 금융위가 담당하는 전자금융업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규모유통업법은 신세계 등 대기업만 대상이라 등이 대상이라 티메프 같은 오픈마켓업체들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고, 전자금융업법은 기본적으로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만할 수 있을뿐 티메프 같은 쇼핑몰업체들은 어떠한 행정력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을 받아 이른바 에스크로(구매 안전결제 제도) 등을 통해 엄격히 입점업체 판매 대금에 불법적으로 손을 댈 수 없고, 법에 정해진 소정 기간내에 판매자에게 대금 정산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티메프 같은 신흥 오픈마켓업체의 상거래 질서를 규율하는 법이 없어,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판매자 대금을 자사 인수합병 자금으로 쓰는 등 유용을 해도 제재를 가할 수 없는 형국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소매판매액의 무려 40%가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이들 급성장하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 질서를 규율할 가칭 '온라인 플랫폼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최근 온라인 플랫폼이 늘어나며 기존 오프라인 유통과 온라인 등을 공통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는 규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대기업, 중소 온라인쇼핑몰 가릴 것 없이 온라인 쇼핑 플랫폼 업체들이 이른바 에스크로 제도를 강제 이행토록 함으로써 원천적으로 입점업체 판매 대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스크로 제도는 판매 대금을 은행 등 신뢰할 수 있는 제 3자에게 맡겨 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외관상으로는 티몬과 위메프는 전자금융법 적용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티몬과 위메프를 PG사로 분류해 감독 대상에 포함했다. 문제는 말만 감독대상이지 티메프가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영업취소 등 그 어떤 제재도 할 수 없다. 티메프는 이같은 점을 악용해 입점업체에 대한 판매금 정산을 버젓이 두달 이후로 미뤘다. 두달이 넘어서라도 정산을 받은 입점업체들은 그나마 다행이었고, 일방적으로 정산을 무기한 미루는 등 갑질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토로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은 '자율협약'이라는 미명하에 오픈마켓 플랫폼업체의 무질서와 도덕적 해이를 방치해왔다. 실제 2년전 금융감독원은 티메프가 심각한 유동성 문제에 봉착했다고 보고 티메프와 재무건전성을 강화토록 하는 경영개선협약(MOU)를 맺은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자율협약은 말 그대로 티메트의 선의에 의지하는 것일뿐 구속력이 전혀 없다. 오히려 티메프의 누적 적자는 수천억원대로 이후 늘어만 갔다.
티메프의 모기업 큐텐은 사실상 자기 돈 없이 큐텐 지분을 주는 방식으로 수천억의 누적 적자를 보이는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했고, 이후 해외에 설립한 물류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높은 공모가로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티메프 외형을 키우는데 혈안이 돼어 입점업체의 판매대금을 유용해 엄청난 할인 프로모션을 해왔던 것이다.
현재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사례에서 보듯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은 덩치가 커야 살아남는다는 강박 관념 속에 엄청한 할인 프로모션 경쟁에 나서는 등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쿠팡 같은 대기업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어느 정도 자금력이 있어서 자체 자금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비중도 높고, 프로모션도 한다. 하지만 티메프 같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입점업체의 판매 대금을 프로모션 등으로 유용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고, 결국 최근의 사태에까지 이르게 됐다.
정부는 '업계 자율'이라는 명분 하에 더이상 오픈마켓 플랫폼 시장의 무질서를 방치하지 말고,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제대로 규율할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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