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이달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은 투자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건 VASP 라이센스를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사업을 그만 둔다는 얘기다. 가상자산 이용자 입장에서는 사업자의 보험 가입 여부를 투자와 자산 신탁의 척도로 삼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용자들이 배상책임보험의 존재 자체도 알기 어려울 뿐더러, 각 업체의 보험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가상자산감독국이 “가입사 목록을 외부와 공유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23일 가상자산 사업자들을 모아 사업자 갱신신고 설명회를 열었다. 33개 참석 업체들은 24일까지 보험에 가입할지 결정한 후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 받았다. 25일 감독국 관계자가 밝힌 건 “우리 생각보다는 많이 가입했다” 뿐이다.
보험 가입 업체들은 현재 보도자료로 가입 사실을 홍보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업체의 주관적 발표를 일일이 검색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물론 미가입사는 홍보 자체를 않는다.
보다 못한 블록체인 업계는 자체적으로 보험 가입사를 취합해 서로 공유하고 있다. 가입률은 절반 수준이다. 업계에서 24일까지 알음알음 파악한 가입사는 19곳, 지난 달 말 기준 VASP 라이센스 취득 업체는 총 37곳이다. 가상자산법 시행을 앞두고 이 중 11개 코인마켓·원화마켓 거래소가 문을 닫았다. 해당 거래소를 이용하던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판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배상책임보험의 보험사별 보장 범위, 금액, 조건은 모두 동일하다. 코리안리를 재보험사로 두고 손해보험사는 판매만 할 뿐이다. 보험사 영업비밀이나 가입사 내부정보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얘기다.
한 블록체인 업체 대표는 “애초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는 사업을 접겠다는 말이거나 대놓고 법을 어기겠다는 소리”라며 “당국이 왜 가입사 공개를 안 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보험 가입 여부를 당국이 객관적으로 정리해 알려주면 투자자들도 미리 대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감독국 관계자는 “그건 정보 공개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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