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전 다시 쓰기’ 백일장 장원에 김수진 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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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전 다시 쓰기’ 백일장 장원에 김수진 정진희
  • 김현민
  • 승인 2018.07.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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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 주최…청년 실업, 월급, 부동산 등 팍팍한 삶 패러디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공동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가 주최한 ‘우리 고전 다시 쓰기 백일장’이 지난 7일 오후 성균관대 서울 캠퍼스 경영관 소극장에서 개최되었다.

이날 백일장에는 고등학생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시민들이 참가해 창작의 기량을 겨뤘다. 백일장 행사는 책의 해 정은숙 집행위원장의 개회사에 이어 은희경 작가의 특강, 백일장, 퓨전 음악 공연, 수상자 발표와 시상 순으로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참가자들이 널리 알려진 옛 시를 패러디하거나 소설의 결론을 바꿔 쓰면서 우리 고전의 중요성과 글쓰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운문 부문은 시조 5편과 근대시 5편 등 총 10편 중 하나를 선택하여 현대적으로 패러디하도록 했고, 산문 부문은 단편소설 3편을 제시하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하여 결론 부분을 재창작하도록 했다.

 

▲ 지난 7일 성균관대 서울캠퍼스 경영관 소극장에서 열린 ‘우리 고전 다시 쓰기 백일장’ 현장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 제공

 

백일장에 앞서 ‘고전의 모방과 재해석’이라는 주제로 은희경 작가의 특강이 열렸다. 소설가 은희경 작가는 헨릭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1879년)을 소재로 들었다. 흥미로운 건 주인공 노라가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찾아 집을 나가는 원작의 결론을 이어받아, 채만식이 「인형의 집을 나와서」(1933년)라는 장편소설로 썼다는 사실이다. 은희경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소개하며 참가자들에게 고전 작품의 영향력과 패러디의 실례를 들려주었다. 채만식은 「인형의 집을 나와서」에서 주인공인 임노라가 집을 나와 온갖 고생을 하다가 인쇄소에 취직하면서 비로소 노동의 가치를 깨닫고 새 삶을 결심한다는 내용을 그린다. 은희경 작가는 “삶에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 고전과 문학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운문 부문에서는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한용운의 「사랑」, 윤동주의 「서시」가 패러디 대상으로 참가자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았다.

운문 부문 입선작 중에서는 「서시」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를 “월급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사무실 선풍기 바람에도 나는 야근을 했다”로 현대 직장인들의 애환을 반영한 패러디로 풀어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나와 곱창과 흰 쌈무」라는 제목 아래 “살찐 내가 맛있는 곱창을 사랑해서 오늘밤은 침이 촉촉 고인다”로 패러디되어 심사위원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용운의 「사랑」은 “다슬기 옹알거리는 괴산군 냇물보다 깊으리라 / 당신의 손 마디마디 새겨진 인내보다 굳으리라 / 할미의 손녀딸 사랑 /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만 말하리”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운문 부문 백일장에서는 세태 묘사와 풍자가 도드라졌다. 장원을 받은 김수진 씨는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패러디했는데, 원래의 시와는 전혀 다른 울분과 세상을 향한 날선 정서를 담아냈다. “취하는 것은 겁먹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다 / 세상이 같잖기에 기꺼이 울어주는 것이다”라며 세상을 향한 분노를 형상화했다.

 

산문 부문에서는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결말 부분을 바꾸어 쓴 참가자가 가장 많았다. 소설 속 화자인 옥희가 마흔 여섯이 되어 어머니와의 지난날을 추억하며 어릴 땐 몰랐던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는 내용으로 바뀌기도 했고, 원작과 같이 어린 옥희의 시점으로 사랑방 아저씨의 고해를 들으며 아저씨가 왜 우는지도 모른 채 그저 아저씨를 달래는 옥희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했다.

김유정의 「봄봄」 또한 결말이 완전히 바뀌었다. 순식간에 소설 속 풍경과 시대가 바뀌며 점순이네 머슴 봉필이는 S기업 계약직원 정봉필이 되어 계약직의 애환이 묘사되는가 하면, 점순이가 실은 봉필과 혼인을 하고 싶어 봉필을 쫓아내지 않기 위해 장인 장모의 편을 들었더라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등장했다.

 

▲ ‘우리 고전 다시 쓰기 백일장’ 장원 수상자들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 제공

 

운문 부문 심사를 맡은 오은 시인은 심사평에서 “패러디는 원작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선이 있어야 한다”며 심사 기준을 밝히고, “부동산, 월급날, 청년 실업 등 다양한 패러디 시가 있었다. 소중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산문 부문 심사를 맡은 손홍규 소설가는 “글쓰기는 자기 안에 있는 것, 아무리 어둡고 아픈 것일지라도 환하고 밝은 이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며 “개성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준 모든 참가자에게 감사한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백일장 시상은 산문과 운문 부문별로 장원(총 2명)에게 각 100만원, 차상(총 4명)에게 각 30만원, 차하(총 6명)에게 각 20만원, 입선(총 10명) 수상자에게 각 5만원 등 모두 22명에게 총액 49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었다.

 

우리 고전 다시 쓰기 백일장 수상자 명단

 

<장원> ▲운문 김수진 ▲산문 정진희

<차상> ▲운문 고은빈, 김승일 ▲산문 윤혜준, 김진경

<차하> ▲운문 김지은, 이정화, 박은영 ▲산문 임상희, 임영신, 이수현

<입선> ▲운문 김동은, 이건호, 이지영, 김성욱, 박정윤 ▲산문 이지민, 박소영, 서민선, 하경숙, 백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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