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숏폼과 챌린지의 효능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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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숏폼과 챌린지의 효능은 언제까지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6.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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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어떤 이미지나 밈이 나오는 순간 출연진이나 방청객들이 배꼽을 잡는데 필자는 ‘대체 어떤 영상이길래 웃지?’하고 궁금증이 드는 순간이 바로 그때다. 

더 당황스러운 건 그런 이미지나 밈, 즉 숏폼을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이 방송에 등장한다는 건 많은 시청자가 이미 알고 있다는 걸 가정한다는 것이고. 숏폼이 등장한 이후로 세상엔 미처 보지 못한 콘텐츠로 넘치고 있다.

짧아도 할 이야기가 모두 담긴 숏폼

숏폼(Short Form)은 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짧다는 건 상대적 기준이지만 유튜브 ‘Shorts’ 메뉴의 경우, 10초에서 20초 사이의 콘텐츠가 대세다. 아이돌 챌린지 영상이 인기가 많고, 재미있거나 인상적인 장면을 요약한 영상도 많이들 찾는다.

유튜브가 ‘Shorts’ 메뉴를 도입한 이유는 ‘틱톡’의 영향이 크다. 틱톡은 중국 기업이 만든 동영상 플랫폼으로 15초에서 15분 사이의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30초 미만의 짧은 영상이 인기를 끈다.

틱톡은 출시 후 전 세계 동영상 콘텐츠 소비 양상을 바꿨다. 이른바 숏폼을 콘텐츠의 대세로 만든 것이다. 여기에는 음악을 배경으로 깔아야 하는 구조와 쉬운 영상 편집 기능을 제공한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유튜브 크리에이터 못지않은 틱톡 크리에이터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음악을 배경에 깔아야 하는 구조가 K팝과 궁합이 맞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피프티 피프티’가 틱톡의 혜택을 크게 받았다고 할 수 있다.

2023년에 ‘피프티 피프티’가 ‘큐피드’를 발표했을 때 안무 영상이 틱톡에 올라왔고 이를 따라 하는 챌린지가 인기를 끌었었다. 이 노래가 빌보드 차트까지 오르며 히트한 데에는 틱톡의 공이 크다고 볼 수도 있다.

숏폼이 마케팅 경로로 효용이 크자 아이돌과 소속사들, 그리고 예능 제작사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 시리즈가 이런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지락실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자면 제작진이 기획한 부분과 출연진들이 즉흥적으로 만든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스핀오프인 ‘지락이의 뛰뛰빵빵’도 마찬가지다. 

지락실 출연진들은 제작진의 의도와 상관없이 스스로 상황극을 벌이거나 숏폼을 만든다. 숏폼을 촬영할 때는 각자가 아이돌이거나 뮤지션이기에 주로 자기 노래를 활용한다. 때로는 다른 팀 음악을 쓰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은 숏폼을 만드는 데 몰두할 뿐이다.

지락실 출연진들이 숏폼을 만드는 과정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 중 하나가 되었고 제작진은 프로그램 홍보에 쓰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들은 숏폼을 만들면서 ‘챌린지’라는 단어를 함께 쓴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

음악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인 챌린지

챌린지를 단어 뜻으로만 보면 도전을 뜻한다. 테니스나 미식축구에서 판정 이의를 제기하는 걸 챌린지라고 한다. 심판의 판정에 도전한다는 의미가 있다.

K팝 신(Scene)에서도 챌린지라는 용어를 쓰는데 ‘지코’의 ‘아무노래’ 덕분이다. 2020년 발표된 이 노래는 동료 연예인들이 안무를 따라 하는 ‘아무노래 챌린지’ 붐을 일으켰다. 그런데 동료뿐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이 챌린지를 따라 했다. 

이때쯤부터 챌린지는 다른 팀의 노래와 안무를 잘 따라 하는 걸 의미하게 되었다. 아이돌 등 K팝 뮤지션들은 챌린지로 활동을 시작하는 게 루틴이 되었고. 

K팝 업계에서 챌린지는 저비용 고효율의 마케팅 툴로 자리 잡았다. 챌린지가 뜨면 뮤지션과 음반도 함께 뜰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신보를 제작할 때 챌린지를 염두에 두고 음악과 안무를 만든다고 한다. 심지어 대형 기획사에는 챌린지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인원이 따로 있을 정도라고.

챌린지는 다른 팀이 따라 했을 때 의미가 있다. 기왕이면 많은 팀이 따라 해야 비연예인에게도 화제가 될 수 있다. 요즘 ‘챌린지 품앗이’가 대세인 이유다. 신보 발매 일정이 비슷한 팀끼리 사이좋게 챌린지 나눔을 펼친다. 

그래서 음악 프로그램 촬영하는 날이면 방송국에 챌린지 장터가 펼쳐지곤 한다. 많은 팀이 방송 출연을 위해 모이니까 품앗이하기에는 제격이다. 다만 방송국 복도나 대기실에서 촬영해 챌린지 영상 배경이 거의 엇비슷하게 보인다. 

이런 현상을 잘 보여준 게 지난 15일에 방영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의 조혜련 편이다. 이날 방송에서 조혜련은 개그맨이 아닌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신인가수로 등장했다. 

조혜련은 대기실을 방문한 ‘더보이즈 영훈’, ‘트리플에스’, ‘제로베이스원’에 챌린지 영상 촬영을 제안했다. 그 어떤 팀도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는 서로의 노래와 안무로 챌린지 영상을 찍어 각자의 SNS 채널에 올렸다. 이른바 ‘챌린지 품앗이’가 이뤄지는 현장을 잘 보여주었다.

짧음 혹은 빠름을 추구하는 세태

숏폼과 챌린지는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세태를 반영한다.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하는 세상인 만큼 길고 많은 정보보다는 짧고 굵게 요약된 정보를 선호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콘텐츠 제작 양상이 이런 세태를 따라가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요약한 콘텐츠가 인기 있고 유튜브 영상도 짧아지는 추세다. 음악은 이미 숏폼이나 챌린지 영상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비슷한 콘셉트의 숏폼이나 챌린지 영상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짧으니까 빨리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올릴 수 있겠지만 그만큼 대중의 눈에 걸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마케팅 효율도 떨어질 게 분명하고 결국에는 다른 마케팅 방법과 경로가 탄생할 것이 분명하다. 

예측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세태의 변화에 따라 콘텐츠 창작 양상과 유통 양상도 함께 변할 거라는 것이다. 어쩌면 업계 선도자들은 이미 그에 대한 고민이 끝나고 실행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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