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귀농’의 눈높이를 낮춰 홍보하고 교육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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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귀농’의 눈높이를 낮춰 홍보하고 교육해야
  • 김현민
  • 승인 2018.06.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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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트렌드 및 발전방안…“귀농귀촌 연착륙 유도해야‘

 

이 글은 박인호 귀농귀촌 칼럼니스트가 6월 28일 오후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사단법인 지역경제진흥원과 (주)오피니언뉴스가 주최한 ‘대한민국 귀농귀촌 컨퍼런스 2018’ 행사에서 주제발표한 내용입니다.

 

<1>귀촌+귀농, 5060+2030세대의 ‘융복합 시너지’창출을

지난 2009년 이후 우리사회의 트렌드가 된 귀농·귀촌의 본류와 지류는 어떻게 나뉠까. 통계를 보면, 2015년과 2016년 전체 귀농·귀촌인 가운데 귀촌이 96%, 귀농이 4%였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주안점은 귀농에 맞추고 있지만 실상은 귀촌이 본류요, 귀농은 지류일 뿐이다. 귀촌인 주도의 전원행 흐름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두 번째, 귀농인 연령대를 놓고 보면 5060세대가 주류요, 2030세대는 지류다. 2015년 귀농인 가운데 5060세대가 전체의 64.7%에 달한 반면 2030세대는 9.6%에 불과했다. 2016년에도 40대 이하 귀농인이 28.7%인 반면 50대 이상은 71.3%(5060 65.3%)에 달했다.5060세대 주도의 귀농 흐름 또한 지속될 것이다.

이처럼 귀농·귀촌 트렌드의 본류는 ‘귀촌’과 ‘5060세대’이고, ‘귀농’과 ‘2030세대’는 지류다. 그러나 고령화·인구감소로 위기에 처한 농업·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지류가 더욱 커져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6년 11월 ‘귀농귀촌 지원 종합대책(2017~2021년)’을 발표하면서 2030세대의 귀농에 초점을 맞춘 이유이기도 하다. 2018년에는 귀농인을 포함한 2030 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일종의 ‘월급제(3년, 청년 창업농 영농정착 지원금)’을 도입했다. 정책적 목표와 방향을 놓고 볼 때 이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

문제는 귀농·귀촌 트렌드의 지류인 2030 귀농인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고 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점이다.

2030세대의 귀농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취약한 자금력과 영농기반이다.농림축산식품부의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2016)’를 보면, 전체 귀농가구의 46.6%가 농지를 구입해 농사를 시작했지만, 2030세대의 경우는 그 비율이 21.2%에 불과했다. 돈도 땅도 없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토지를 승계 받거나 부모와 함께 경영하는 비율이 43.5%로 가장 높았다.

최근에는 오래전 귀농·귀촌한 50~70대 부모들이 농사짓고 있는 곳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 자녀들이 합류하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대개는 단순한 1차 농업생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6차 산업으로 진화한다. 젊은 승계농은 개별 귀농보다 정착률이 높고 성공 가능성 또한 높다.

여기서 2030세대의 귀농지원 정책수립에 있어 하나의 시사점을 얻게 된다. 그건 바로 본류(5060세대)를 활용한 지류(2030세대) 키우기다. 부모 승계방식을 응용해 비슷한 처지의 개별 5060귀농인과 젊은 2030귀농인을 결합시켜 시너지효과를 내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5060세대의 농지·경제력+2030세대의 노동력·창의력 결합, 귀농인 선도농가 현장실습 교육 등 멘토-멘티 지원책 활용). 또한 본류인 귀촌인을 활용해 이들의 점진적인 귀농인화, 6차산업화를 유도하는 다양한 정책방안 모색도 필요해 보인다(농촌 전입일 기준이 아닌 귀농 전환 일 기준 만 5년간 지원 등). 결국 귀농과 귀촌, 5060세대와 2030세대의 융·복합 속에 농업농촌의 새로운 희망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 박인호 귀농귀촌 칼럼니스트가 6월 28일 오후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사단법인 지역경제진흥원과 (주)오피니언뉴스가 주최한 ‘대한민국 귀농귀촌 컨퍼런스 2018’ 행사에서 주제발표하고 있다. /김현민

 

<2>귀농·귀촌단체, ‘예비 및 초보’를 위한 단체로 거듭나야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에만 약 50만 명이 귀농·귀촌했다. 그러나 도시를 내려놓고 시골로 들어왔다고 해서 ‘영원한’ 귀농·귀촌인일 수는 없다.

귀농·귀촌 관련 법령 등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책은 농촌 전입일로부터 만 5년까지의 귀농·귀촌인(특히 귀농인)을 대상으로 한다.그 이유는 농촌 이주 후 만 5년이 되었으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기존 지역민과 구별 없이 농민이요, 농촌사람인 것이다.만 5년을 넘어 10년, 2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나는 귀농·귀촌인’이라고 한다면, 이는 되레 기존 지역민과의 융화 등 지역통합 및 발전에 있어 걸림돌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먼저 귀농·귀촌단체(귀농·귀촌협의회·연합회 등)의 조직 구성 및 운영, 역할 등에 대한 반성과 개선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귀농·귀촌단체는 민간 거버넌스 구축에 있어 이미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귀농·귀촌단체는 만 5년이 훨씬 지난 귀농·귀촌인들의 ‘끼리끼리’ 기득권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회장 등 임원직은 소위 이권을 챙기거나 대접받는 자리로 변질되어 감투를 놓고 패가 갈려 다툼을 빚는 게 예사다.

이래선 안 된다. 귀농·귀촌협의회(연합회)는 전입일로부터 만 5년 이내 귀농·귀촌인들이 중추세력이 되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각종 사업 또한 예비 귀농·귀촌인들과 전입 만 5년 이내 초기 귀농·귀촌인들이 중점 수혜 대상이어야 한다. 회장 등 임원직은 가급적 1~2년 단임을 원칙으로 만 3~5년차 귀농·귀촌인들이 돌아가며 맡는 게 바람직하다.

만 5년 넘은 고참 선배들은 자문 등 2선으로 한 발짝 물러나 후배 귀농·귀촌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이끌어주는 멘토 역할이 바람직스럽다. 정부나 지자체는 귀농·귀촌단체 관련 지원 사업 및 프로그램의 경우, 지침이나 심사 평가를 통해 이런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2030 젊은 귀농(귀촌)인 유입 및 정착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 귀농·귀촌단체 내에 청년분과위를 운영하거나 아예 그들만의 새로운 네트워크(예를 들어 무주청년귀농·귀촌네트워크)를 조직해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궁극적으로는 지역 4H 등 기존 젊은 농부들과 젊은 귀농(귀촌)인을 아우르는 지역청년네트워크 구축도 검토해봄직하다.

 

<3> 땅 등 농촌 재테크를 접목한 유인책 개발 필요

도시에 살면서 시골 땅을 소유하고 있는 도시민들이 의외로 많다. 국토교통부 통계(2012년 말 기준)에 따르면, 대략 우리나라 국민 10세대 중 6세대(59.9%, 1211만 세대), 10명 중 3명(30.1%, 1532만 명)은 자기 땅을 갖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도내 개인 토지 중 타 지역에 살고 있는 외지인이 소유한 토지가 전체의 50.3%에 이른다. 2009년 촉발된 5060세대들의 귀농·귀촌 열풍의 이면에는 이 같은 토지소유 구조에 따른 세테크와 땅테크도 한 배경이 되고 있다.

시골 땅을 소유한 도시민들 가운데는 이미 이전부터 땅을 소유하고 있거나, 또 상속을 받았거나 상속 예정이기 때문에 귀농이나 귀촌을 결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이 경우 일단 귀촌한 뒤 1~3년 지나 귀농을 접목하거나 아예 귀농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세테크와 재테크 차원에서 보자면 귀농해서 8년 이상 직접 농사지으면 자경농민에게 주어지는 양도세 감면혜택(5년간 총 2억 원)을 받을 수 있다. 종전에 감면액이 3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축소되었는데, 귀농 활성화 차원에서 다시 3억 원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또 귀농일로 부터 3년 이내에 농지를 구입하면 취득세 50%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시골 땅을 부모로부터 이미 상속받았거나 상속 예정인 이들도 귀농을 통해 양도세 문제의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상속받은 농지는 피상속인(부모)의 자경기간이 중요하다. 만약 피상속인이 8년 이상 자경했다면 상속인은 귀농하지 않아도 된다. 도시에 그대로 살면서 상속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팔면 피상속인의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혜택을 그대로 인정받는다. 문제는 피상속인이 과거 8년 이상 자경했지만 상속받은 지 3년이 지나버린 땅이다. 이때 상속인은 농지 소재지로 귀농해서 직접 1년 이상 자경해야 한다. 만약, 피상속인의 자경기간이 5년에 불과하다면 상속인이 3년 이상 자경해 남은 기간을 채워야 양도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귀농·귀촌인이 수도권 외 읍·면지역에 새로 집을 짓거나 기존 농어촌 주택을 매입할 경우, 남겨진 도시주택의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 때 신축 또는 매입으로 취득한 농어촌 주택은 대지 660m²(약 200평) 이하, 취득 당시 기준시가 2억 원 이하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면 된다.

노후대책이 부실한 5060세대 입장에서는 귀농(일부 귀촌)과 관련된 이런 세테크는 든든한 노후생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정책당국 입장에서도 귀농과 그 이후 농민으로 살아갈 때 주어지는 이런 세제 지원책이 갖는 의미와 효과를 제대로 파악해 적절하게 활용한다면(양도세 세금 감면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재 확대 등), 귀농·귀촌 활성화를 이끌어내는데 있어 유효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박인호 귀농귀촌 칼럼니스트

 

<4> 현실을 반영한 귀농인의 자격 요건 조속한 개정 필요

현재 귀농인의 자격 요건으로 규정한 ‘농어촌 외의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라는 지역규제는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1>지역 규제를 아예 없애거나 <2>현실과 동떨어진 농어촌(전국 읍·면)의 규정을 바꾸거나 <3>아니면 농어촌(읍·면)이라 할지라도 신도시(택지개발지구)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에 의거한 도시지역(주거·상업·공업지역) 거주자 등은 예외로 두어 구제해야 한다. 수도권 읍·면 지역이 주로 해당된다.

사람이 귀농하는 것이지, 지역이 귀농하는 것은 아니므로 귀농 전 일정기간 직업이 농업인이 아니었다면, 귀농인으로 인정해서 지원해주는 것이 맞다. 이는 지금도 현장에서 계속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보자. 경기 분당신도시와 인접한 광주시 오포읍의 한 아파트단지에 살면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L 씨(54)는 퇴직한 뒤 귀농하고자 해도 각종 지원 혜택(저리 대출 최고 한도 3억 원+7500만원)을 받을 수 없다. ‘귀농어·귀촌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15년 7월21일 시행)’의 시행령에는 귀농·귀어인의 요건을 ‘농어촌 지역으로 이주하기 직전에 농어촌 외의 지역에서 1년 이상 주민등록이 되어 있던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농어촌은 전국의 읍면을 말한다(제주, 자연녹지 등 일부 동지역이 있긴 하다). 광주시 오포읍에 사는 L 씨가 귀농 지원을 받으려면 1년 이상 읍면이 아닌 동(洞)지역으로 직접 이주해 살든가 아니면 위장전입을 해야 한다.

수도권에서는 읍면지역이라 하더라도 용인·고양시 등의 읍면 중심지나 남양주 별내읍, 화성시 봉담읍 등의 신도시(택지개발지구)는 이미 국토의 최상위법인‘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용도지역상 도시지역(주거·상업·공업지역)으로 지정된 곳이어서 사실 농어촌으로 보긴 어렵다. 더구나 명백하게 농업에 종사한 적이 없는 직장인, 자영업자 등이 단지 수도권 읍·면 지역에 거주했다는 이유만으로 귀농인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잘못된 규제다. 이처럼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농어촌의 정의를 개정하든지 아니면 예외조항을 두어 L씨 같은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

 

<5>청년농업인 직불제, 귀농인 우대 및 40대 확대 방안 필요

고령화, 공동화로 위기에 처한 농업·농촌의 현실을 감안할 때 2018년부터 시행된 2030 청년 농업인 직불제(청년 창업농 영농정착 지원금)는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2017년 기준 2030 농가경영주는 9000명으로 전체 농가의 0.9%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직불금 지원은 2030 후계농 등 기존 농가경영주와 청년 귀농인을 아우른다(영농 1년차 100만원, 2년차 90만원, 3년차 80만원 지원). 하지만 선발을 위한 심사평가 기준(영농의지, 지속가능성 등)에 있어 부모의 농지와 시설 등 기반이 있는 후계농이 크게 유리하기 때문에 직불제 지원 대상 선정 결과, 후계농 쏠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토지 등 기반 구축이 용이한 후계농 등 기존 농가경영주와 청년 귀농인에 대해 차등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봄직하다. 예컨대 후계농 등 기존 농가경영주에게는 월 70만원, 청년 귀농인에게는 월 100만원 씩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원 대상 인원을 연차별로 확대하고, 지원 기간 또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현 최장 3년에서 최장 5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위장’ 후계농과 귀농인, ‘짝퉁’ 후계농과 귀농인은 철저하게 가려내야 한다. 지원금이 진짜 청년 농부들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것이어야지, 청년 실업대책의 하나로 선심성 나눠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 2030 농가 경영주는 전체의 0.9%에 불과하며, 40대 또한 5만9000명으로 전체 5.7%에 그친다. 고령화 사회인 농촌에서 40대만해도 ‘청년’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직불제 지원 대상에 2030과 5060의 가교역할을 하는 40대까지 포함하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 이들은 대개 어린 자녀들도 있다. 여건이 어렵다면 40~45세까지만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6>귀농·귀촌 흐름 연착륙 방안 모색할 때

일본은 농촌의 고령화·공동화 문제, 심지어 귀농(일본에선 취농이라고 한다) 흐름까지 한국과 매우 유사하고 앞서 간다는 점에서 일본의 귀농 현황과 전망, 귀농 지원정책은 그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다각적인 귀농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귀농 인구가 정점을 지나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본은 1995년부터 신규 귀농인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부터 2007년까지 8년간 매년 7만∼8만 명의 귀농인이 유입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5만 명 선으로 떨어져 그 추세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더니 2010∼2014년에도 연 5만 명 선에 머물렀다. 이는2012년 45세 이하 청년 귀농 급부금제(일종의 월급제) 도입 등 새로운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친 결과다. 향후 전망 또한 여전히 불투명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귀농·귀촌 열기는 여전하다. 베이비부머 1세대(1955∼63년생·712만 명 추산)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2009년 본격 점화한 귀농·귀촌 열풍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며 2016년까지 증가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한국 또한 귀농·귀촌인구의 가파른 증가세는 한풀 꺾인 상황이다. 귀농인구는 2012년 처음으로 1만 가구를 돌파한 이후 2016년까지 1만1000가구~1만3000가구 수준에서 사실상 박스권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다만 귀촌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귀농·귀촌인의 증가세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전체 귀농·귀촌인 가운데 96%를 차지하는 귀촌인 통계는 사실 거품이 많이 끼어있어 객관성과 신뢰도가 떨어진다(거품 제거를 위한 귀촌인 기준을 개정이 필요하다). 베이비부머 1세대의 은퇴가 마무리되는 2018~2020년을 고비로 귀농·귀촌 흐름은 분수령을 맞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귀농·귀촌인구의 꾸준한 농촌 유입 및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연착륙 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7>억대 농부 부풀리기와 띄우기 지양해야

신문 방송 등 각종 매체에서 소개하는 성공한 억대 부농의 이야기는 차고 넘치지만 정작 농업으로 돈 벌기는 정말 어렵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통계(2017년 농림어업 및 농가경제 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농가의 평균소득은 3823만9000원으로 2016년에 비해 2.8% 늘었다. 이는 도시근로자가구 평균 소득(3인 이하 기준)의 약 64% 수준이다. 반면 농가 평균소득 가운데 농축산물 판매로 벌어들인 소득 즉 농업소득은 약 1004만7000원으로 되레 0.2% 감소했다. 한 달 83만7250원에 불과하다. 농업에 종사하는 농가의 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6.3%에 불과하다. 오로지 농사만으로는 먹고살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럼 억대 농부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농업소득이 아닌 농업매출을 기준으로 보아도 1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농가는 지난해 전체 농가의 3.2%에 그쳤다. 매출 5000만 원 이상도 전체 8.4%에 불과하다.(농업매출에서 경영비용을 뺀 농업소득은 대략 매출의 3분의 1 수준이다).농사를 지어보지도 않은 초보 귀농인들이 매출 1억 원 이상의 억대 농부가 된다는 것은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의 비중이 26.3%에 불과하다면 나머지 소득은 어디서 벌어들이는 걸까?

농업소득을 제외한 나머지(73.7%) 가운데 겸업·급료수입 등 농외소득이 1626만9000원(42.5%)으로 가장 많다.다음으로 기초연금·농업보조금 등 이전소득이 890만2000원(23.3%), 비경상소득이 302만2000원(7.9%)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시사점은 우리나라 농가의 소득구조로 볼 때 애초 귀농 준비 및 실행 단계에서부터 농외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12월1일 현재 우리나라 농가는 104만2000가구(242만2000명)로 전년에 비해 2.5%(3%) 감소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5.3%, 총인구의 4.7%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체 농가의 56.2%는 전업농가, 43.8%는 겸업농가다. 겸업농가는 겸업수입이 농업수입보다 적은 1종 겸업농가와 겸업수입이 오히려 농업수입보다 많은 2종 겸업농가로 나뉜다. 겸업농가가 농사만 짓는 전업농가에 비해 소득과 지출, 자산, 부채 등이 모두 높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난해 2종 겸업농가의 평균소득은 4748만원으로 전체 농가의 평균소득(3823만9000원)보다 924만1000원이나 많다. 1종 겸업농가 또한 4701만5000원으로 전체 평균소득보다 877만6000원이 많다. 반면 전업농가의 평균소득은 2956만7000원으로 전체 평균소득보다 867만2000원이 적다. 이렇듯 전업농가보다 되레 겸업농가의 소득이 높다는 것은 (예비)귀농인들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농업·농촌의 현실이 이런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특히 2030 젊은 세대에게 돈을 싸게 많이 빌려줄 테니, 여기에 더해 3년 간 일종의 ‘월급(청년 창업농 영농정착 지원금)’까지 줄 테니 농업 창업을 하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젊은 도시청년이 농촌으로 들어가 농사로만 승부를 걸 경우 결국 ‘시한부 귀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귀농한 30대 K씨가 3억 원을 대출(연리 2%,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받아 농지를 사고 영농시설을 마련했다고 하자(실제로는 돈 빌리기도 쉽지 않다). 그는 거치기간 5년 동안에는 원금 3억 원의 이자 600만원만 내면 된다. 한 달 50만원 꼴 이다. 청년 창업농으로 선정되어 첫해 월 100만원, 2년 차 90만원, 3년차 80만원을 지원받는다면 그 기간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거치기간 5년이 끝난 6년차에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왜냐하면 6년째부터는 빌린 돈 3억 원에 대한 원금10%(3000만원)를 갚아야하기 때문이다. K씨는 6년차에 대출 원금과 이자 총 3600만 원을 상환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해주는 3년 월급도 끝난 지 오래다. 여기에 1년간 먹고 살아야 한다.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어 우리나라 농가의 월 평균 지출액(250만 원)의 절반만 쓴다고 해도 연간 1500만원이 필요하다. 즉 K씨는 한해 농사를 지어 연간 5100만원은 벌어야 빚을 갚고 근근이 먹고 살 수 있다. 그런데 5100만원의 농업소득을 올리려면 대략 1억5000만 정도의 농업매출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100개 농가를 기준으로 3등 안에 들어야 한다. 귀농 후 5년 안에 이게 과연 가능한가?

현실이 이런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2030 청년 창업농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한 인상이다. 만약 K씨처럼 시작한 젊은이들이 ‘시한부 귀농(5년)’으로 끝나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2030세대를 비롯한 예비 귀농인들은 저리 대출 및 지원금, 장밋빛 청사진 제시에 현혹될 게 아니라 먼저 농업·농촌의 현실부터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농촌에서의 인생2막 또는 3막의 삶은 결코 녹록치 않다.

 

<8>‘성공 귀농’의 눈높이를 낮춰 홍보하고 교육해야

2017년 우리나라 농가(104만여 가구)의 평균 소득은 3823만 원인데, 그중 농업소득은 전체 26.3%에 불과한 1004만원이었다. 이 같은 국내 농가의 소득구조로 볼 때, 귀농한 이들이 목표로 하는 소득수준은 신문·방송에서 앞 다퉈 소개하는 억대가 아닌 3000만~5000만 원 선(가구소득 기준)으로 설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또한 돈 많이 버는 ‘성공사례’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농촌·농업의 가치 실현에 의미를 둔 ‘행복사례’를 집중 발굴해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귀농과 농촌을 활성화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2009년 시작된 제2차 귀농·귀촌시대가 올해로 10년째다. 이 기간 정부와 지자체들은 귀농·귀촌 흥행몰이에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한 해 귀농·귀촌 50만 시대’라는 거품이 만들어졌다. 거품은 생산과정에서의 부작용 뿐 아니라 소멸 과정에서 더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젊은 층 실업대책 차원에서 진행 중인 2030 귀농몰이도 그래서 염려스럽다.

6·13 ​지방선거가 끝나 7월부터는 새 단체장이 이끄는 민선7기가 시작된다. 귀농·귀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새 장관을 맞게 된다. 귀농·귀촌이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위기에 처한 농업·농촌의 중요한 대안임은 분명하지만 진정성이 결여된 흥행몰이 식 정책과 사업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농촌에서의 인생2막 또는 3막의 삶이 ‘쇼(?)’는 아니지 않는가!

 

<9>귀농·귀촌 ‘복합 갈등’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내려간 귀농·귀촌인들은 대개 ‘원주민 텃세’로 인한 갈등을 토로한다. 반면 원주민들은 귀농ㆍ귀촌인의 도시적 개인주의 행태를 자주 꼬집는다. 제2차 귀농ㆍ귀촌 붐이 시작된 2009년 이후 농촌 원주민과 귀농ㆍ귀촌인 간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의 주된 모습이다. 도시와 시골의 문화 및 생활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농촌의 갈등은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쭉 함께 살아온 기존 원주민들 간에도 이런저런 갈등이 잦다. 귀농ㆍ귀촌이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몇 년 전 부터는 귀농ㆍ귀촌인들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다양한 갈등들이 얽히고설키어 ‘복합화’하는 추세다.

사례를 보자​. 2018년 봄 강원도 H군청 앞. 일단의 주민들이 몰려와 ‘석산개발 반대’ 집회를 가졌다.한 주민은 “문제의 석산은 마을의 한 귀촌인이 소유하고 있다. 환경오염 등 마을 전체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원주민, 귀농ㆍ귀촌인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서 철회될 때까지 집단행동을 계속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자가 살고 있는 강원 산골의 이웃마을에서는 축사증축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한 원주민이 기존 축사보다 훨씬 큰 증축허가를 받아 이를 추진하자 먼저 동네 원주민들이 반발하며 증축 저지에 나섰고, 이어 귀농ㆍ귀촌인들이 가세했다. 한 원주민은 “지금도 축사의 악취 등으로 생활 불편은 물론 일대 땅값 하락 등 피해를 입고 있다”며 “만약 증축을 강행한다면 원주민, 귀농ㆍ귀촌인 모두가 함께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최근에는 전국 곳곳에 태양광발전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몇 년 전 강원도 Y군으로 귀농한 한 부부는 “농장을 감싸고 있던 소나무 야산이 벌목되고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서면서 체험 및 치유농장을 만들겠다는 꿈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하소연했다.

귀농​ㆍ귀촌인들 간 갈등도 빼놓을 수 없다.전라도 전입 3년차의 한 귀농인은 “어느 정도 성공한 선배 귀농ㆍ귀촌인들은 대개 후배들의 농촌 정착을 진심으로 도와준다. 그러나 귀농ㆍ귀촌단체의 임원진을 독식하는 등 기득권화하면서 오히려 후배들의 진입을 차단하거나 자신들의 돈벌이에 이용하는 나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원주민, 귀농ㆍ귀촌인 가릴 것 없이 농촌에서의 복합갈등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대개 욕심과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

지금까지 정부와 농촌 지자체에서는 원주민과 귀농​·귀촌인 간 갈등관리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화합행사와 관련 교육을 실시해왔다. 이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복합갈등 해소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 방향은 내 이익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ㆍ농촌의 공익적 가치와 다원적 기능의 회복에 바탕을 둔 마을의 가치 높이기, 상생의 공동체 만들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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