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 2차전지 귀하신 몸 '리튬'...전세계 확보 경쟁 격화

리튬, 2차전지 핵심으로 전세계, 리튬 확보 전쟁 격화 환경·사회·노동 문제 등 야기

2023-05-14     박대웅 기자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모든 사물이 배터리로 움직이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인공지능(AI), loT(사물인터넷), 웨어러블 기기 등 정보통신기기부터 전기차까지 거의 모든 신성장 동력에 '2차전지'가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2차전지는 한 번 사용하면 재사용이 불가능한 1차전지와 달리 방전되면 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 외부의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 형태로 전환해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치다. 

가장 대표적인 2차전지는 '리튬이온전지'로 유대용 전자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잦은 충전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개발됐다. 1990년 일본의 소니가 최초로 상용화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높은 에너지밀도와 우수한 출력을 자랑하며 메모리 효과 없이 수명이 길다는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메모리 효과는 2차전지를 사용도중 충전하는 것을 반복할 때 방전전압이 낮아지고 방전용량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2차전지의 핵심 리튬

2차전지의 핵심인 리튬은 금속 중 가장 가벼운 알카리 금속이며 원자 번호는 3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 세 번째로 가벼운 물질인 셈이다. 리튬은 최근 '하얀 석유'라고도 불리며 휴대전화, 노트북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 이어 전기차, 로봇 산업에 필요한 2차전지를 만들기 위한 필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2차전지는 보통 전지보다 적은 무게로 더 높은 전압의 전기를 만들어 낸다. 일반 전지의 전압은 약 1.3~2볼트가량인 반면 리튬이 포함된 전지의 전압은 3볼트 이상이다. 또한 금속 이온에 비해 작고 가벼워 단위당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한다. 

현재 리튬계 이차전지에 사용되는 리튬의 원료는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이다. 탄산리튬은 주로 스마트폰, 노트북, 전동공구용 등 에너지 용량과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배터리 제작에 쓰인다. 수산화리튬은 탄산리튬보다 에너지밀도와 용량이 큰 배터리 제작에 사용된다. 특히 수산화리튬은 한 번 완충 시 500km 이상의 주행거리가 나오는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되며 사용량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다만 단기간 내 리튬 생산량 확대에 한계가 있어 전 세계 주요국은 안정적 원자래 확보를 위해 리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배터리 제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리튬 전체 수요 중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달하며 2040년에는 2020년 대비 42배 증가할 전망이다. 리튬이온배터리 등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직접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수직통합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배터리 회사 의존성을 낮추고 생산설비 통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가와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리튬 전쟁 

전기차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리튬 수요가 폭증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계적 공급망 위기까지 맞물리면서 리튬 시장이 과열됐다. 리튬은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적고 대부분의 생산이 일부 국가에서만 이뤄지기에 국가별 편중이 심하며 리튬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리튬 매장량 세계 1위 칠레는 국영 리튬 기업을 설립한다고 밝혔으며 세계 10위의 리튬 생산국인 멕시코는 이미 리튬 국유화를 선언했다. 전체 리튬 공급량의 6%를 차지하는 아르헨티나는 리튬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기업들의 채굴을 정지했다. 특히 전 세계 리튬의 65%가 매장된 '리튬 삼각지대'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3개국은 석유수출기구(OPEC)과 유사한 '리튬 OPEC'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및 해외 기업은 리튬 공급망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기업 테슬라는 리튬 채굴·생산업체 시그마 리튬 인수를 논의하고 있으며 미국 리튬 채굴업체 피드몬트 리튬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피드몬트 리튬과 리튬 정제공장 건설 추진 등 막대한 투자로 광물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기업 역시 리튬 확보에 한창이다. LG화학은 피드몬트 리튬과 총 20만톤 규모의 리튬 정광 구매를 맺었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 농축해 만든 고순도 광물로 배터리 제조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포스코는 2018년 아르헨티나 염호 '옴브레 무에르토'를 인수했다. 이 염호의 리튬 매장량은 1350만톤으로 전기차 3억7000만대(대당 배터리 용량 55.7kwh)를 생산할 수 있다. 또 2020년 아르헨티나 염수리튬 데모플랜트 검증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폐2차전지와 리튬 광석, 염호까지 활용 가능한 리튬 생산체계를 확보해 연간 6만5000톤 규모의 리튬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산업체를 직접 인수하지 않더라도 주요 완성차 제조사는 원자재 확보를 위한 장기계약을 체결하며 공급선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말 캐나다 ‘록테크리튬’과 연 평균 1만 톤의 리튬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고 BMW는 호주 ‘유러피안리튬’과 6년 간의 리튬 구매 계약을 맺으며 1500만 달러(약 193억 원)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했다.

현대차그룹도 공급망을 관리하기 위한 전담 조직 ‘원자재협의체’를 지난해 초부터 가동하기 시작해 주요 원자재를 직접 확보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호주 ‘아라푸라 리소시스’와 7년 동안 연간 1500톤의 희토류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제작에 필수적인 원료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전기차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어 향후 완성차 업계가 브라질, 캐나다, 호주 등에서 직접 원자재를 구매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문제  

아이러니하게도 환경 문제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전기차가 주목받았고, 리튬 전쟁이 시작됐지만 시장 과열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2차전지 공급망은 광물채굴 및 제련·정련, 소재·부품 제조, 2차전지 제조로 구성되며 광물 채굴, 정제, 소재부품 및 제조, 재활용 등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커지고 있다. 

리튬광석물을 생산하는 경암형은 리튬 광석을 채광·분쇄하고, 선별작업을 거친 후 여과, 세척 등의 공정을 거쳐 고품질의 광물을 생산한 뒤 변환을 통해 리튬으로 생산한다. 많은 에너지 소비는 물론 유해한 시약 사용, 수질오염 등을 유발한다. 특히 리튬은 호주, 아르헨티나, 중국 등 물스트레스가 큰 건조지역에 분포돼 해당지역의 물부족과 수질오염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토양 침식으로 인한 농경지 파괴, 유해 시약으로 인한 대기오염,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등도 야기하고 있다.

사회적인 위험성도 크다. 2차전지의 핵심 원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원재료는 개발도상국과 빈곤국에 매장돼 있다. 이들 국가는 노동기준과 전반적인 규제 집행 여건이 열악하다. 실제 OECD가 ‘책임있는 기업 행동 실사 지침’의 이행 지원을 위해 광물 산업의 사회적 측면 위험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아동노동, 반군 지원, 인권침해, 뇌물 및 부패, 강제 노동 등의 위험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