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 '로또'된 현대차 생산직…미래차 시대 일자리 줄어들까

내연기관 부품·장비 업계 일자리 타격 SW·엔지니어 등 고학력 일자리 수요 커져 자동차 산업, 일자리 양극화 우려 격화

2023-03-05     박대웅 기자
현대자동차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현대자동차 채용포털 접속대기 중입니다.'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기술직(생산직) 채용에 나서면서 지원이 폭주하고 있다. 채용 홈페이지는 접속 대란까지 겪고 있다. 높은 연봉과 다양한 복리후생에 정년까지 보장되면서 지원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원자들 사이에서 현대차 생산직 입사를 '로또' 당첨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규모 고용을 수반하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거스를 수 없는 친환경차로 전환 시대, 일자리는 정말 줄어들까. 

내연기관 부품·장비 기업 '위기' 

친환경차로 전환 시기 국내 자동차 업계의 일자리 현황은 어떨까. 

지난해 자동차산업연합회가 국내 완성차 5개사 납품기업 185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동력계 부품 업체 중 68.2%는 미래차 전환으로 매출 축소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미래차 전환율도 39.6%에 그쳤다. 매출 500억원 미만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전환율은 16.1%로 크게 낮아진다. 특히 전기차 비중이 33%까지 오르게 되면 관련 기업의 10%가 사라지고 3만5000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환하면 내연기관 부품 중심에서 배터리와 모터 등 전기·전자 부품 중심으로 공급망과 생태계로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 여파로 내연기관 관련 종사자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내연기관 관련 부품인 엔진, 변속기, 오일류, 연료탱크 등은 친환경차 시대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세로 자리잡은 전기차의 경우 부품 수뿐만 아니라 조립에도 더 적은 노동력이 소요된다. 전기모터 또는 배터리 제조에 걸리는 시간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40% 적고, 전기자동차 제조에 엔진이나 변속기 및 관련 부품은 전혀 필요가 없다. 캠브리지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순수전기차 1만대 제조에 필요한 고용 인력은 3580명으로 1만여명이 필요한 내연기관차의 3분의 1 수준이다. 

노동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2019년 발간한 '미래형 자동차 발전 동향과 노조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신차 생산량 중 전기차 비중이 2025년 15%, 2030년 25%로 늘어날 경우 현대자동차에서만 2025년 최대 1629명, 2030년 최대 2837명의 감축이 예상된다. 같은 시나리오를 적용할 때 기아도 2030년까지 최대 2207개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조사는 현대차와 기아 직원들만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며 협력 업체 등까지 포함할 경우 일자리 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차 전환, 일자리 더 늘어난다"

전기·전자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의 경우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미래차 산업 전환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부품 기업이 500개 가량 줄고 6년 내로 미래차 산업 기술 인력이 4만명 정도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과 인력구조가 배터리와 모터, 소프트웨어 및 전기·전자 엔지니어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방향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은 전기차 포함 친환경차 인력을 2020년까지 27만4000명으로 늘렸고, 일본의 도요타는 지난해부터 신규 채용의 40% 이상을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으로 채워 1만8000명을 확보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친환경차 관련 인력은 2018년 4만2443명, 자율주행차는 5021명, 인프라 관련 인력은 3068명으로 모두 5만532명으로 집계됐다. 소프트웨어 인력은 1000명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인력실태조사 결과 부품기업의 46.8%, 고용의 47.4%가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사업재편이 필요한 기업군으로 분류됐다. 국내 기업이 미래차 기술 개발 과정에서 전문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미래차 산업 기술 인력이 비록 연평균 약 74.7%씩 증가하고 있지만 인력 수요는 이보다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보고서는 미래차 인력 수요가 2028년 8만9069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보다 3만8537명이 더 필요하다. 

보고서는 "미래차 경쟁력은 인적 자본의 양과 질이 근간"이라면서 "단기간 내 전문 인력을 대규모로 육성하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차 제어 및 소프트웨어 관련 석·박사급 신규 인력 양성과 신성장산업 인재 9만명 육성 등의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인력 수급 미스매치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양극화 우려도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계의 일자리 감소 뿐만 아니라 고용 구조의 양극화를 우려한다.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전기동력과 자율주행화가 발전하면서 고학력 근로자의 고용은 증가하고 저학력 근로자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봤다. 또 숙련공과 연구 개발직 등은 안정적인 형태로 고용되지만 단순 기능공의 고용은 상대적으로 불안정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자동차 산업의 소득 양극화 심화가 우려된다. 

주요국에선 이런 상황을 대비해 다양한 정책을 운용 중이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산업 생산직의 학력 증진을 통해 이직이 가능한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 GM의 경우 기업 차원에서 미래차 전환을 위해 미국과 캐나다의 12개 대학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 관련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포드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생산직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직의 구조개편 등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 역시 미래 모빌리티 확산을 위해 각종 정책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전기·수소차 개발, 자율주행 핵심기술 고도화 등을 위해 막대한 지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에 8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또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을 늘리고 충전 시설 인프라 확중에 3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시각은 다르다. 정부가 정책자금을 늘리고 있지만 노동자의 고용충격 대책은 미비하다고 지적한다. 

정유림 금속노조 기획국장은 "정부가 부품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각종 연구개발 자금 및 인력과 기술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문제는 수직계열화의 종속성이 더 강해진다는 점"이라면서 "부품사 중 어느 정도 자금력과 업력이 있는 곳이나 정부 전환계획에 편승할 수 있을 뿐 영세하거나 내연기관 외 다른 활로가 없는 업체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