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만들기①…마이크로네이션 탐방 시작하며

독립 선포했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은 나라들…그 실체를 알아보자

2017-12-29     김인영 기자

 

홍길동이 세웠다는 나라 율도국(栗島國)은 어디일까. 지은이 허균(許筠)은 바다 건너 대양의 한 섬에 가상의 나라를 세웠다. 현실이 아닌, 수평선 너머의 신비의 섬. 양반가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기생이라는 이유로 서자로 태어는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가족에게 버림을 받아 활빈당의 우두머리가 된다. 그는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다가 마침내 율도국을 점령해 새 나라를 세웠다는 스토리다.

허균은 당파 싸움에 휘말려 역모 혐의로 죽었다. 그의 호 가운데 하나가 교산(蛟山)이다. 교(蛟)는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를 말한다. 허균은 이무기의 인생을 살았지만, 홍길동을 통해 용이 되고 싶었고, 자신의 나라를 세우려고 했던 것 아닐까.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이란 신조어가 있다. ‘작다’(micro)라는 단어와 ‘나라’(nation)라는 단어가 조합된 용어로, ‘작은 나라’ 또는 소국(小國)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국제단체에서 인정받지 못한 국가를 말한다. 그렇다고 망명정부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망명정부의 경우 영토는 잃었어도 동맹국으로부터 국가로 인정받는다.

마이크로네이션의 공동체는 독립을 선포하고, 독립국이라고 주장하지만 어느 나라도 이 나라를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위키피디아(위키백과) 한글판은 ‘초소형 국민체’라고 번역하고, 국내언론에서는 초소형 국민체, 초소형 공동체, 초소형 국가체등으로 번역했다.

굳이 번역하자면 가상국가다. 가상화폐도 만들어지는 세상에 가상국가도 만들지 못하라는 법도 없다. 자칭 국가라 해도 무방하다.

통화와 국기, 여권, 메달, 우표도 발행한다. 헌법도 만들고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도 창설하고 군대도 두고 있다.

마이크로네이션의 반대말은 매크로네이션(macronations)이다. 주권의 실체가 있는 나라로,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다.

 

 

위키피디아에는 마이크로네이션 목록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이섬에 만들어진 ‘나미나라 공화국’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 나라를 하나씩 탐방하면서 나의 나라를 만들어보기로 하자.

 

 

마이크로네이션 목록(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