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실과 동떨어진 HDC현산의 '광주화정아파트 주거지원대책'

5년뒤로 늦춰진 입주예정일 당장 거주지 마련이 관건 1억원 남짓 자금으로 광주서 전셋집 구하기 어려워

2022-09-23     유태영 기자
유태영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2027년 12월'

올해 1월 건물붕괴 사고로 무너진 광주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에게 현산이 약속한 새로 짓는 아파트 입주예정 날짜다. 기존 입주예정일은 2022년 11월이었다. 입주예정자들이 청약당첨 문자에 설레면서 기다렸던 그 시간은 61개월(5년 1개월) 뒤로 미뤄지게 됐다.

부실시공, 재재하도급 등 수많은 원인들이 모여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건물붕괴사고가 발생한지도 8개월이 지났다. HDC현산은 사고발생 후 실종자수습, 피해자 유가족과 보상 합의, 건물 철거후 재시공 계획발표 등을 거쳐 사고수습을 하나씩 진행해 나갔다.

입주예정자와의 주거지원 대책방안을 놓고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입주예정자는 1·2단지 총 8개동 아파트 705가구 및 오피스텔 142실 등 총 847가구다.

사고없이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됐다면 오는 11월에 입주할 예정이었던 사람들은 앞으로 5년간 살 집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2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석자 중엔 11월 입주에 맞춰서 지난 8월에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도 있었다.

입주 전까지 낡은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면서 신혼부부의 첫 보금자리를 꾸밀 계획에 부풀어 있던 이들 부부의 꿈은 5년뒤로 미뤄졌다. 남편 박 모씨는 "이미 HDC현산에 납부한 중도금을 대출로 마련한 터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묶여 전셋집 마련을 위한 추가 대출도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HDC현산이 주거지원비로 무이자로 빌려주는 1억 남짓의 돈으론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 이들이 큰 고민이다.

사고는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마땅한 피해보상을 해야한다. 이날 집회 단상에 올라온 발언을 한 입주예정자들은 공통적으로 "대기업이니까 제대로 보상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사고 수습이 끝날때까진 현산을 믿고 기다려보자" 등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후 8개월, 입주예정일로부터 2개월 전까지 믿고 기다린 대가는 현산의 '양자택일' 주거지원 대책이었다.

22일

예비입주자들이 3차례의 상경집회를 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 19일부터 접수 받고 있는 주거지원 종합대책 핵심은 기납부된 중도금을 돌려받고 난 뒤 현산이 대위변제해주는 방식이다. 예비입주자들은 이를 놓고 "지체상금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예비입주자 이 모씨는 "받아들일 수 없는 지원책이기 때문에 현산 측의 문자나 전화 모두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과 기납부된 중도금(4회차)에 대한 지체상금은 가구당 약 1억원에 달한다. 반면 계약금에 대해서만 지체상금을 매기게 되면 1800만원에 그친다. 

지난 5월 정몽규 HDC그룹 회장(전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철거후 재시공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무너진 신뢰회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선 5년 뒤로 미뤄진 입주예정자들에게 적절한 주거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